보수 논객 커크 사망에 "미국, 정치적 폭력의 시대로 진입"...범인 이틀만에 검거
트럼프 "지인이 신고...사형 선고 받길"
커크 극진 예우... 부통령이 전용기로 관 운구
야구장 찾은 트럼프 주변에 방탄유리 설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을 대표하던 보수 논객인 찰리 커크(31)가 살해되면서 미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미국 내 유명 정치인들에 대한 폭력 사건이 잇따르자 미국이 정치적 폭력의 시대에 진입했다는 지적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커크의 사망을 놓고 "미국이 1960년대 등 과거의 어두운 시기를 연상시키는 정치적 폭력의 신시대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몇 년간 미국에서는 정치적 폭력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하자 그의 지지자들이 이듬해 1월 대선 결과 확정을 막기 위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다. 2022년 10월에는 괴한이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자택에 침입해 그의 남편을 둔기로 공격했다. 지난해 대선 기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2차례나 암살 시도에 노출됐다.
이는 1960년대 암울했던 미국의 정치 상황과 닮아 있다는 지적이다. 1960년대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그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 민권운동 지도자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가 암살되고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하는 등 정치적 폭력이 빈번했다. 로버트 페이프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는 WP에 "우리는 내가 '폭력적 포퓰리즘'이라고 부르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우파와 좌파 모두에서 역사적으로 많은 암살, 암살 시도, 폭력 시위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우 운동을 주도했던 커크는 성 정체성과 이민, 총기규제 등에서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진보 세력의 많은 비판을 받았다. 커크는 동성애자와 성전환자의 권리 옹호를 비판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지지했다. 총기 소유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그는 "시민이 무장한 사회에서 총기로 인한 사망을 피할 수 없다"면서 총기 보유 권리에 따른 이점이 피해보다 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들이 커크가 살해될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게 진보와 보수를 떠난 미 언론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에즈라 클라인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나는 커크의 주장 대부분에 동의하지 않지만, 캠퍼스를 찾아가 누구와도 대화하던 그의 방식은 옳았다"고 말했다.
충격에 빠진 공화당은 커크를 추모하면서 극진히 예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는 언젠가 대통령이 될 인물이었다"고 추모했다. 민간인에게 수여 가능한 최고 훈장인 '자유의 메달'을 추서하겠다고도 밝혔다. 커크의 시신은 유타에서 고향 애리조나주 피닉스까지 부통령 전용기로 옮겨졌다. JD 밴스 부통령이 직접 커크의 관을 운구해 전용기 내부에 실었다.
살해 용의자, 사건 발생 이틀만에 검거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커크를 총격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를 사건 발생 이틀만에 검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법 당국이) 높은 확률로 그를 구속한 상태라고 들었다"며 "팸 본디 법무장관을 포함해 훌륭한 일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총격범에 대한 언급은 아끼면서도 "그와 매우 가까운 사람이 자진 신고했고,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그가 저지릇 짓을 생각하면 사형 선고를 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FBI는 커크를 용의자의 모습을 공개하고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FBI가 공개한 사진에서 모자를 쓴 용의자는 성조기가 그려진 검은 상의에 청바지를 입고 백팩을 메고 있었다. FBI는 용의자가 건물 지붕에서 뛰어내려 도주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암살 미수 사건을 겪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경호도 강화됐다. 백악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 바깥에서 진행 예정이던 9·11 테러 추모식 장소를 실내로 옮겼다. 뉴욕 양키스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는 방탄유리가 세워져 있었다.
커크의 죽음은 외국인 배척으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커크 사건을 언급하며 "일부 외국인이 SNS에서 이번 사건을 칭송하거나 가볍게 여기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무부 대변인도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비자를 발급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고 언급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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