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육국밥으로 지역의 벽을 넘다…더진국의 성장 스토리에서 배우는 통찰 [똑똑한 장사]
[똑똑한 장사-53] 기술창업에만 혁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외식업에서도 작은 아이디어가 생각지 못한 혁신을 만들기도 한다. 강원도 춘천 지역 향토음식이던 춘천닭갈비가 전국구 음식이 된 것처럼 부산·경상 지역의 향토음식인 돼지국밥을 수도권 나아가 전국적인 대중음식으로 확산시킨 사람이 있다. 바로 수육국밥전문 프랜차이즈 ‘더진국’의 손석우 대표(50)다.
경상도의 대표 음식인 돼지국밥은 오랫동안 지역에 묶여 있는 메뉴였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돼지’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과 특유의 냄새, 위생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인해 대중화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손석우 대표는 이 벽을 넘어 돼지국밥을 전국구 메뉴로 끌어올리고 전국적인 프랜차이즈화에 성공했다.

창업 당시 손석우 대표의 창업자금은 200만원이었다. 손석우 대표를 성장시킨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청년창업 교육과정이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교육을 받고 정부의 지원을 통해 제조업 기반의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더진국’은 15년 장수 브랜드이자 매일경제 100대 프랜차이즈 브랜드로도 지속적으로 선정되고 있다. 손석우 대표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신학 전공 학생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친척이 보유한 땅에서 식당에 도전했다. 하지만 사업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대학을 갓 졸업한 순둥이 청년 사장은 주방장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일식 주방장들의 온갖 횡포에 시달리며 식당은 망하고 만다.
식당도 실패하고, 부친의 부도로 아들인 자신까지 신용불량자가 된 20대 청년 앞에 놓인 인생은 암울했다. 그에게는 벌써 책임져야 하는 가족이 있었다. 어떻게든 살아내야 했다. 월급 70만원을 준다는 보험설계사나 학습지 영업사원은 도저히 못할 것 같았다. 결국 지인의 소개로 고물상에 일자리를 얻어 하루 14시간씩 일하며 7년을 버텼다. 쉬는 날은 추석, 설날 딱 이틀이었다. 월급 300만원에 매일 콧구멍과 손톱에 시커먼 때가 끼었지만 20대 청년은 가족을 위해 죽도록 일했다.

식당 운영을 하면서 경험을 쌓은 손 대표는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에 취업해 제대로 일을 배울 기회를 만났다. 식당업에 눈을 뜨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도전했다. 부산 출신인 그는 아이템을 돼지국밥으로 정했다. 국밥은 크게 계절을 타지 않고 불황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 맛을 잘 유지하고 열심히 하면 장수 아이템으로 오래 할 수 있다. 국밥 매장의 장점을 살려서 전문 주방장 없이도 뛰어난 국밥 맛을 구현할 수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서울에서 돼지국밥이라는 이름은 불리한 출발이었다. 손 대표는 이를 수육국밥으로 바꾸었다. 수육이라는 단어는 살코기의 담백함과 깔끔함을 연상시킨다. 언어 하나가 소비자의 선입견을 무너뜨리고, 첫 숟가락을 들기도 전에 반은 설득이 끝난다. 이는 마케팅에서 말하는 카테고리 리프레이밍의 대표 사례다. 같은 제품이라도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머릿속 의미가 달라진다. 돼지라는 단어가 촉발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제거하고, 수육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추가하는 가치 혁신이 일어난 것이다.

조리 방식도 함께 설계됐다. 육수는 공장에서 깊게 우려내고, 고기는 따로 삶아 잡내를 줄이도록 했다. 매장은 세팅만으로 고객이 주문하면 3분 안에 조리를 완성하고 8분 만에 먹고 12분이면 식사가 가능한 구조로 설계했다. 이런 스피드를 통해 점심 시간에 높은 회전율과 매출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국밥이 가장 맛있는 온도를 찾아내고 뚝배기는 미리 예열해 끝까지 뜨거운 경험을 보장하도록 했다. 메뉴명과 조리, 동선이 하나의 흐름처럼 맞아떨어지면서 수육국밥은 뜨겁고, 담백하며, 빨리 나오는 음식이라는 브랜드 약속을 갖도록 설계한 것이다.

창업 초기 그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가 교육을 받았다. 교육 수료자가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선정되면 자금을 지원해줬는데 손석우 대표는 지원 대상 2명에 포함됐다. 음식점이 아니라 제조업에서 출발하는 프랜차이즈 사업 계획을 발표한 것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덕분에 초기 자금 8000만원을 확보했고, 코로나 직전 현재의 경기도 광교 사무실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항상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창업보육센터를 사무실로 사용하며 고정비를 줄이고 알뜰하게 운영했다. 이후 연 2%대의 신용보증과 기술보증 자금을 통해 공장 설비를 확장했다.
손석우 대표는 정부의 지원에 대해 단순히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시간을 빌린 것이라 해석한다. 외부 자금이 운영비로 소모되면 끝이지만, 핵심 자산인 제조와 표준화에 투자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커진다. 이는 스타트업의 런웨이 관리와 같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희석시키지 않는 비희석 자금으로 근본 역량을 키웠기에 코로나 팬데믹 시기 같은 변동성에도 버틸 힘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수육국밥은 더진국의 중심축이다. 여기에 얼큰국밥, 순대국 등 다양한 국밥 종류를 갖췄고 저녁 매출을 위해 소곱창 전골과 순대볶음, 가브리 항정 수육 등 저녁 메뉴가 더해져 점심과 저녁 수요를 분산한다. 더진국의 냉면은 맛으로 유명하다. 특히 고기를 함께 제공해 여름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더진국의 메뉴 구성은 메뉴 관리의 기준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매출만이 아니라 조리 복잡도, 회전 속도, 기여 이익을 함께 고려해서 개발한다. 무엇보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도록 노력한다. 메뉴 포트폴리오는 늘리는 게임이 아니라 본질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게임이라는 게 손석우 대표의 생각이다.

손석우 대표는 1년에 두 번 가맹점을 직접 방문한다. 가맹점을 위로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가맹본부의 마음을 알리기 위해서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전 가맹점주에게 현금 1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런 설계와 노력은 거래비용을 줄이고 관계 신뢰를 키운다. 신뢰가 쌓이면 네트워크는 정보와 노하우가 오가며 스스로 힘을 키운다. 동일한 상호를 가진 같은 간판이라서가 아니라 같은 약속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위기 때 리더가 현장으로 돌아가는 선택은 전략이 종이에 있지 않고 손에 있음을 보여준다. 일론 머스크가 강조하는 현장 중심 경영이기도 하다. 이 과정은 서비스 회복 역설처럼 고객과 조직의 신뢰를 오히려 강화한다. 위기는 메시지로 극복되지 않고, 행동의 일관성으로 끝난다.

최근에는 손석우 대표를 포함해 전 직원이 정부 지원으로 제공되는 AI 교육을 받고 있다. 가맹본부 운영도 디지털 솔루션을 기반으로 운영한다. 그래서 훨씬 체계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다. 회사는 늘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 지금 잘하는 일을 더 잘하는 것과 내일을 위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를 경영학에서는 양손잡이 경영이라 부른다. 더진국의 오늘과 내일은 이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다.

외식업은 경기와 트렌드의 파도 위에 서 있다. 그러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손석우 대표가 강조하듯, 고객은 결국 뜨겁고, 담백하고, 빨리 나오는 한 그릇을 기억한다. 이 단순한 진리를 언어, 조리, 운영, 문화로 연결할 때 지역의 맛은 전국의 일상이 된다. 절실함을 규율로 바꾸는 리더십이 바로 그 연결의 힘이다.

손석우 대표처럼 리더가 자신의 절실함을 규율로 바꿀 때 직원과 가맹점주도 그 체계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그게 바로 연결의 힘이다. 청년 손석우의 절실함이 조직 전체의 규율이 되어 브랜드와 고객 경험을 지탱하는 힘으로 작동한 것이 바로 ‘더진국’이라는 브랜드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오늘의 운세 2025년 9월 12일 金(음력 7월 21일) - 매일경제
- “현대차·기아, 너 때문에 죽을 맛” 부글부글…중국차 ‘좋은 시절’ 끝, 애썼다 [최기성의 허
- 도대체 왜 이러나…300여명 한국인 비행기 탄 날, ‘관세카드’ 꺼내든 미국 - 매일경제
- “혼전임신 아이 너무 안닮아서”…유전자 검사해보니 - 매일경제
- “군복에서 일상으로”…올가을 ‘이 무늬’ 다시 유행이라는데 - 매일경제
- "상속세 잔인하다 18억원까지 공제" - 매일경제
- [단독] “사망보험금 2억원 못 준다고?”…보험금 관련 소비자 분쟁접수 급증 - 매일경제
- 쌀 한 가마에 22만원? 농식품부, 2만 5000톤 더 푼다 - 매일경제
- [속보]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5%P 떨어져 58%…“미국 공장 구금사태 영향” - 매일경제
- “14kg이 빠져서 뼈만 남았다”던 그가 돌아왔다... 조규성, 448일 지옥을 이겨낸 ‘불굴의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