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500장이 매출 10억이 되는 법, 중동 전시회 성공 전략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전시회 참가비로 3000만원이나 들여서 갔는데, 명함만 잔뜩 받아왔어요.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더라고요.”
지난해 두바이 최대규모의 식음료 전시회인 걸푸드(Gulfood) 전시회에 참가했던 한 건강식품 수출업체 대표의 말이다. 5일간 부스를 지키며 많은 바이어를 만났지만, 문의만 잔뜩 있었고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바로 옆 부스에 있던 한 중국 업체는 현장에서만 20만 달러어치 계약을 체결했다. 무엇이 달랐을까. 우선 그 업체는 아랍어 팻말을 크게 걸어놓고 할랄 인증 마크를 부스 전면에 붙였다. 시식 코너도 현지인 입맛에 맞춰 덜 맵게 준비했다. 음식도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올리브 오일을 사용한 버전을 따로 준비했다.
중동에서 전시회는 단순한 홍보 행사가 아니다. 실제 거래가 일어나는 비즈니스의 현장이다. 특히 온라인보다 대면을, 이메일보다 악수를 중시하는 중동 문화에서 전시회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지난주 15화에서 다뤘듯이 두바이를 비롯한 중동 지역은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비즈니스 황금기다. 날씨도 선선하고 모든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돌아가는 이 시기에 대형 전시회들이 집중된다. 1월의 아랍헬스(Arab Health), 2월의 걸푸드, 3월의 아트두바이(ART DUBAI), 10월의 자이텍스(GITEX), 11월의 다운타운디자인(Downtown Design 2025)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코트라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한국콘텐츠진훙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등이 운영하는 한국관에 참가하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개별 참가 대비 50~70% 수준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부스 장치나 통역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다른 방법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수출바우처 사업을 활용하는 것이다. 수출바우처는 중소기업의 해외 마케팅을 지원하는 정부 사업으로, 전시회 참가비, 통번역, 디자인 개발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상품권이다.
“수출바우처로 전시회 참가비 대부분을 해결했어요. 정부 지원금 1400만원에 자부담 600만원으로 2,000만원짜리 부스를 임대했죠. 덕분에 큰 부담 없이 전시회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자이텍스에 참가한 한 스타트업 대표의 경험담이다.
지자체 지원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서울시, 경기도 등 각 지자체에서도 해외 전시회 참가를 지원한다. 업체당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수출바우처와 지자체 지원을 합치면 실제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으니 참조 바란다.

명함은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명함 교환이 줄어들고 있지만, 중동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비즈니스 예절이다. 한 전시회 참가 기업은 “200장 가져갔다가 첫날에 다 떨어져서 호텔에서 급하게 500장을 더 만들었다”고 했다. 중동 바이어를 노린다면 가능하면 명함 뒷면에 아랍어를 넣는 것도 좋다. 직급도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중동에서는 국장(Director) 이상의 직급을 가진 사람이 주요 의사결정권자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B2C 전시회 현장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할랄 인증 여부다. 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 의약품 등 거의 모든 제품에서 할랄을 묻는다.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할랄 인증서를 보여주는 순간 바이어들의 태도가 180도 달라진다”고 했다. 인증을 받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중동 시장에서는 필수 투자라고 봐야 한다.
가격표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한국과 달리 중동 바이어들은 현장에서 바로 가격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가격은 나중에 이메일로 보내겠다”고 하면 대부분 연락이 끊긴다. 현지 통화인 AED(디르함)로 표시하고, 최소주문량(MOQ)과 납기도 명확히 준비해야 한다.
전시회 기간 중에는 첫날과 둘째 날이 가장 중요하다. 진짜 바이어들은 초반에 와서 좋은 제품을 선점하려 하기 때문이다. 확률적으로 마지막 날은 방문객이 크게 줄어든다. 한 무역업체 대표는 “첫날 오전에 온 사람들이 진짜 바이어일 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한 건강식품 수출업체는 전시회 후 만난 100개 바이어 중 적극적으로 팔로업한 20곳과 추가 미팅을 가졌고, 그중 3곳과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전시회는 시작일 뿐이다. 진짜 비즈니스는 그 이후에 일어난다”는 게 이 업체 대표의 경험담이다.
중동 전시회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대부분 비슷하다. 설명 자료가 부실하거나, 할랄 인증이 필요한데 받지 않거나, 현장에서 적정 가격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전시회 후 팔로업을 소홀히 하는 경우다. 반대로 이 네 가지만 제대로 준비해도 성공 확률은 크게 높아진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 두바이 진출 10년차 기업인은 이렇게 조언했다. “첫 번째 전시회는 배우러 가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시도하는 것이고, 세 번째부터 성과가 나온다. 중동 비즈니스는 관계와 신뢰가 기반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참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를 놓쳤다면 내년을 준비하면 된다. 해마다 입소문을 타고 전시회들도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추세다. 철저한 준비와 적극적인 팔로업, 그리고 인내심. 이 세 가지만 있다면 몇 천만원의 투자로 수십억 시장의 문을 열 수 있다. 두드려라. 중동 시장 4억 명이 한국 제품을 기다리고 있다.
※ 참고자료 = 두바이월드트레이드센터(DWTC) 전시회 일정, 코트라 해외전시 참가 안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전시회 지원 정보, 한국콘텐츠진훙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자료 종합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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