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방장관 “필리핀軍 현대화 계획 앞당기겠다…한국과 방산넘어 경제협력도 희망”

홍길용 2025. 9. 1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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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 단독 인터뷰
서울안보대화 참석 필리핀 국방장관 길베르토 테오도로
남중국해 긴장 억지력 확보 시급
‘리-호라이즌3’ 완료 크게 앞당길것
무기조달 핵심은 비용·동맹·공급망
길베르토 테오도로(Gilberto C. Teodoro, Jr) 필리핀 국방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테오도로 장관은 무기 도입 시 핵심 고려사항으로 비용, 전략적 동맹, 공급망 신뢰성을 꼽았다. 임세준 기자

필리핀 정부가 군 현대화 계획인 ‘리-호라이즌 3’(Re-Horizon 3) 완료 시점을 2034년보다 크게 앞당길 방침이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역내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외부 위협에 대한 억지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길베르토 테오도로(Gilberto Teodoro Jr.)장관은 지난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무기체계의) 노후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데 지금의 일정이면 완료 시점에 모든 것이 구식이 되어 있을 것“이라며 ”계획을 더 빨리 추진하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테오도로 장관은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를 취득한 민간 출신으로, 2007년에 이어 2023년에 두 번째로 국방장관에 임명됐다. 급변하는 안보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함께 국방 문제를 경제·산업 협력과 연계하는 폭넓은 시각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최근 국방부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2025 서울안보대화(SDD)’ 참석을 계기로 한국을 찾았다. 서울안보대화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지지하는 국가들이 연대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필리핀의 현행 군사현대화법(RA 10349)은 2012년 제정돼 15년간 3단계로 이뤄지는 ‘호라이즌’ 계획을 규정하고 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Ferdinand Marcos Jr)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해 2035년까지 잠수함·다목적 전투기·호위함·미사일 시스템 등 해·공군력 강화에 350억 달러(약 48조원)를 투입하는 ‘리-호라이즌 3’ 계획을 승인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군의 활동 증가 및 영토 침공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필리핀의 방위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필리핀이 아시아 방산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며 한국 방산 기업들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포 천무, 한화시스템은 국산 전투체계 추가 수출을 꾀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2017년 2600톤급 필리핀 호위함(Frigate) 2척의 전투체계 사업 수주를 시작으로 총 13척의 함정에 국산 전투체계를 공급했다.

테오도로 장관은 “한국은 호위함에서부터 FA-50 전투기, 그리고 탄약에 이르기까지 우리 핵심 군사 역량의 상당 부분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필리핀 군 현대화의 핵심 파트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FA-50에 대해서는 “단순한 초음속 훈련기가 아니라, 우리 공중 방어에 또 다른 차원의 역량을 더해주고 있다”며 “신뢰할 수 있고, 비용 효율적이며, 원래 설계된 역할을 넘어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필리핀은 지난 6월 KAI(한국항공우주산업)와 FA-50 경공격기 12대를 추가 도입하는 7억 달러(약 9522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필리핀이 운용하는 FA-50은 총 24대가 됐다.

테오도로 장관은 무기 도입 시 핵심 고려사항으로 비용, 전략적 동맹, 공급망 신뢰성을 꼽았다. 특히 공급망 신뢰성에 대해 “우리의 이해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국가들과 나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며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과거 일부 국가들과의 무기 거래에서 겪은 어려움을 언급한 것으로, 기술력과 신뢰성을 갖춘 한국에 대한 선호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는 단순한 완제품 수입을 넘어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을 통한 보다 고도화된 협력을 원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한국과의 방산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이를 경제 전반으로 확대하고 싶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테오도로 장관은 “(한국과) 방산 장비를 공동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면서 최근 현대중공업이 필리핀에서 조선소를 가동한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에너지와 인프라 분야에서도 다른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며 방산을 마중물로 한 경제 전반의 파트너십 구축 의지를 내비쳤다.

필리핀 군에 이미 2척의 호위함(Frigate)을 인도한 HD현대중공업은 최근 필리핀 수빅’ 아길라 조선소’ 가동을 시작했다. 현재 이 조선소는 연 130만톤 수송선을 만들 수 있는데, 생산능력을 250만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편 필리핀은 FA-50 추가 구입과 별도로 다목적 전투기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다목적 전투기는 공대공과 공대지 임무를 비롯해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첨단 전투기다. 미국 록히드 마틴의 F-16과 스웨덴 사브의 JAS-39 그리펜 등이 후보로 알려졌다.

테오도로 장관은 이와 관련 ”전투기 자체 뿐 아니라 조기경보통제기(AWACS)와 공중급유기, C4I(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체계 등을 포함한 ‘완전한 공중전투체계(a complete air battle system)’가 필요하다”면서 “전체 공중 시스템 없이 구성 요소(전투기)만 주문한다면, 그 자산의 최적 사용을 지원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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