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재팬, 트럼프 볼펜 칭송, 그런데… 모나미는 왜 호재를 호재로 받지 못했나
트럼프가 칭찬한 한국산 펜
모나미 주가 30% 반등했지만
주가 상승 반짝 효과 그친 이유
매출 정체 · 2년 연속 적자 기록
녹록지 않은 화장품 신사업 성과
8월 26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말' 한마디로 확 뜬 기업이 있다. 모나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의 '펜'에 관심을 보였는데, 그 펜에 모나미의 펜심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사실 모나미가 호재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을 때에도 모나미는 '국가대표 볼펜'이란 지위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모나미는 호재를 발판으로 성장하는 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왜일까.
![8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모나미의 주가가 들썩였다.[사진|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2/thescoop1/20250912110756301llvx.jpg)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8월 26일 국내 필기구 전문업체 '모나미'의 주가가 모처럼 들썩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 방명록에 서명하는 데 사용한 펜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펜(Nice pen)'이라고 칭찬한 모습이 전파를 탔기 때문이다. 해당 펜은 국내 수제 만년필 공방에서 제작한 것으로 펜심은 모나미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모나미의 주가는 전일 대비 29.9%(1982원→2575원)나 폭등했다.
하지만 주가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27일 2725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2130원(9월 11일)에 머물고 있다. 사실 외부 변수가 모나미의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한일 무역갈등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했을 때도 모나미는 수혜주로 꼽혔었다. '제브라' '미쓰비시연필' '파이롯트' 등 일본 필기구를 대체할 국산 제품으로 모나미가 주목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1960년 설립한 모나미는 국내 대표 필기구 전문업체로, 1963년 출시한 153볼펜은 '국민볼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2000원대에 머물던 모나미의 주가는 2019년 8월 6일 81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당시에도 모나미의 주가는 얼마 못 가 제자리를 찾았다.
잇단 호재에도 모나미의 주가가 번번이 '도돌이표'처럼 원상복귀하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실적이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3년 1675억원이었던 모나미의 매출액은 수년째 1300억~1400억원대에서 정체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도 133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23년 이후 적자(2023년 -23억원ㆍ2024년 –38억원)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23억원에 이르는 영업적자를 냈다. 모나미의 실적이 정체된 가장 큰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면서 필기류 수요가 쪼그라든 게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모나미의 실적 정체는 오로지 저출산 등 통제하기 힘든 변수 때문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모나미가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해온 전략이 얼마나 성과를 내고 있는지는 따져볼 점이다. 대표적인 게 신사업으로 추진한 화장품 사업이다.
■ 화장품 신사업 현주소 = 모나미는 2021년 화장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해 경기도 용인에 화장품 생산시설을 구축했고, 2023년엔 화장품 전문 자회사 '모나미코스메틱'을 신설했다.
![[사진|뉴시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2/thescoop1/20250912110757628yali.jpg)
그동안 쌓아온 필기구 생산 노하우를 접목해 '펜슬형' 화장품 OEMㆍODM 사업에 뛰어든 거다.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다. '포을(아이브로우 펜슬)' '입큰(라이블리 아이라이너)' 등의 펜슬형 제품을 모나미가 생산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적자 사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립 첫해 3억원이던 모나미코스메틱의 매출액은 지난해 20억원으로 6배가량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023년 –31억원, 2024년 –44억원에 그쳤다.
김주덕 성신여대(뷰티산업학) 교수는 "모나미가 펜슬형 제품이란 카테고리를 전략적으로 잘 선택했지만, 필기류와 화장품은 기획ㆍ생산ㆍ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있다"면서 "이종異種 업종에 도전하는 만큼 끊임없는 전문인력 투입, 연구ㆍ개발(R&D) 투자 등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필기류 본업 현주소 = 비단 신사업만이 아니다. 본업인 필기구의 경쟁력도 짚어봐야 한다. 모나미는 노노재팬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프리미엄'화를 지향해 왔다. 2017년 출시한 '153 골드'는 이런 모나미의 전략을 잘 보여준다. 기존 153 볼펜을 재해석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출시 당시 가격은 5만원대였다. 패키지를 도금鍍金하고, 고급 리필심을 내장했다.
브랜딩도 한층 강화했다. 2017년부터 주요 거점에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 '모나미 스토어(당시 스토리연구소)'를 확대해 왔다. 현재 4곳(성수점·스타필드수원점·본사수지점·수원점)의 모나미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모나미의 전략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었느냐다. 모나미가 프리미엄화를 꾀하고 있지만, 많은 소비자는 여전히 일본 필기구를 선호하고 있다. 이는 일본 볼펜 수입액 추이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6020만 달러(약 834억원)에 달했던 일본 볼펜 수입액은 노노재팬 운동 이후인 2020년 5077만 달러로 감소했다. 하지만 2022년엔 5870만 달러까지 회복했고, 지난해엔 5567만 달러로 전체 볼펜 수입액(1억2570만 달러)의 44.3%를 차지했다.
일본 필기구의 꺾이지 않는 인기는 'R&D 투자'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많다. 일본의 대표적인 필기구 전문업체 '미쓰비씨연필'은 매년 매출액의 5%가량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엔 매출액 888억엔(약 8351억원) 중 43억엔(약 404억원)을 R&D에 쏟았다. 일본 필기구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인기를 얻는 배경이다. 일본의 또다른 필기구 업체 '제브라'는 지난해 매출액의 6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사진|뉴시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2/thescoop1/20250912110758899mfly.jpg)
반면, 모나미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0.6%(2024년 6억원)에 불과하다. 연구 인력도 2022년 15명에서 현재 9명으로 되레 감소했다. 모나미가 필기구뿐만 아니라 화장품 제조업까지 사업의 영역을 넓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허경옥 성신여대(소비자산업학) 교수는 "필기구는 작은 디테일이 소비자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제품군 중 하나다"면서 "모나미가 한정된 국내를 넘어서 해외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도록 디자인ㆍ성능 등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모나미 측은 "R&D 역량 강화를 위해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면서 "고유의 색감과 기술력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에 도전해 문구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자리 잡겠다"고 목표를 밝혔지만, 미래는 만만치 않다. 호재를 좀처럼 반등의 기회로 삼지 못하는 모나미는 성장엔진을 돌릴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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