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한국인'의 허상…청소년의 눈으로 드러난 차별의 민낯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2025. 9. 1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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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캐리커처'는 스리랑카 출신 어머니 밑에서 자란 청소년이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과정을 그렸다.

창비 청소년문학 시리즈로 나온 이 작품은 정체성과 차별을 묻는 목소리를 통해 오늘의 한국 사회를 비춘다.

소설은 주인공 주현이 학내 권력관계와 사회적 시선 속에서 점차 '진짜 한국인'의 기준에 의문을 품는 과정을 그린다.

이번 '캐리커처'는 그가 꾸준히 탐구해 온 사회적 모순과 소수자 서사를 청소년 문학의 언어로 구현한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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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출신 어머니와 한국 사회 속 자리를 찾는 한 소녀의 이야기
[신간] 캐리커처
장편소설 '캐리커처'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장편소설 '캐리커처'는 스리랑카 출신 어머니 밑에서 자란 청소년이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과정을 그렸다. 창비 청소년문학 시리즈로 나온 이 작품은 정체성과 차별을 묻는 목소리를 통해 오늘의 한국 사회를 비춘다.

소설은 주인공 주현이 학내 권력관계와 사회적 시선 속에서 점차 '진짜 한국인'의 기준에 의문을 품는 과정을 그린다. 친구 승윤이 호주 유학을 다녀온 뒤 주변 학생들이 누군가를 '동남아'로 부르며 낙인찍는 장면에서 긴장감이 시작된다. 주현은 스리랑카 출신 어머니를 두었지만 스스로는 한국에서만 자란 청소년으로, 외모와 배경 때문에 겪는 미묘한 차별을 체감한다.

작품 속 갈등은 요한이라는 친구를 통해 더욱 깊어진다. 요한은 필리핀 출신 어머니를 둔 이주 배경 청소년으로, 승윤에게 '동남아'라 불리며 모욕당한다. 주현은 이를 지켜보며 불편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대치동 학원에 함께 다니는 특권을 잃지 않으려 침묵한다. 이 과정에서 '멀쩡한 이름 냅두고 동남아는 아니지'(42면)라는 항의와 '너도 남아시아 할래?'(43면)라는 비아냥이 오가는 장면이 생생히 펼쳐진다.

주현의 고민은 진로 문제와도 맞닿는다. 의대 진학을 바라는 어머니와 달리 그는 한국 사회에서 '의사 가운을 입은 내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공대 졸업 후 대기업에 들어가는 길 또한 선명히 보이지 않는다. 외모와 배경이 낳는 소외감이 진로의 불안과 겹치며, 주현은 "내 알맹이가 바로 그거라는 건 지금 새로 알았다"(76면)며 정체성의 공허함을 마주한다.

소설은 또 다른 층위에서 스리랑카 내전을 불러온다. 주현은 문학 과제로 소설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을 선택하고, 친구들에게 '반군 사령관'이라는 별칭을 얻는다. 하지만 장난처럼 붙은 그 별칭은 요한에게 던져진 '동남아'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드러낸다. 캐릭터는 장난과 존칭 사이에서 뒤틀린 정체성을 체감하며, 독자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작품 제목 '캐리커처'는 단순한 은유를 넘어선다. 누구나 상황에 따라 마스크를 쓰지만, 주현과 요한에게 주어진 것은 익살스럽게 과장된 캐리커처다. 특정 배경이나 외모로 낙인찍히는 현실에서 그들은 언제나 '과장된 자화상'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는 사회가 만들어낸 틀 안에서 자기 자신을 축소하거나 왜곡해야만 하는 이들의 실존을 비춘다.

저자 단요는 2022년 '다이브'로 데뷔한 뒤,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로 박지리문학상을, '개의 설계사'로 문윤성SF문학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이후 '인버스', '마녀가 되는 주문', '피와 기름'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을 발표했다.

이번 '캐리커처'는 그가 꾸준히 탐구해 온 사회적 모순과 소수자 서사를 청소년 문학의 언어로 구현한 결과물이다. 단요 작가는 "내가 나라는 이유만으로 반겨 줄 사람들이 세상 어딘가에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캐리커처처럼 과장된 시선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지키려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 캐리커처/ 단요 지음/ 창비/ 1만 5000원

장편소설 '캐리커처'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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