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안 - 변화와 대응 [태평양 상법개정 리포트]

2025. 9. 12.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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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평양 거버넌스 솔루션센터
이오령 변호사
‘자사주 마법’과 ‘오버행’ 논란… 남용 지적 확산
세부쟁점 불확실… 새 질서 속 기업전략이 과제
법무법인 태평양 거버넌스 솔루션센터 이오령 변호사
매일경제 릴레이 기고 8회
주식회사는 자본충실의 원칙상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 방법으로 취득하는 경우(상법 제341조) 및 합병 등 이른바 ‘특정목적’에 의하여 취득하는 경우(제341조의2)는 예외이다.

과거 상법 및 자본시장법령에서는 자기주식을 일정한 기간 내에 처분하도록 하였으나, 자사주 활용 관련 경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이 규정들은 삭제되었었다.

회사들은 여러 가지로 자기주식을 활용하여 왔다.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감소하여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는 등 직접적인 주주환원 효과가 있다. 또한, 네이버가 캐나다 기업 왓패드를 인수하며 대가로 자사주를 지급한 사례처럼 M&A 시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는 지불 수단으로 활용되거나, 현대차와 KT가 자사주를 맞교환하여 전략적 제휴 관계를 공고히 한 것처럼 기업 간 협력의 매개체로도 기능한다. 스톡옵션이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 임직원 성과 보상 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하는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자사주의 남용이 지적되기 시작했다. 경영권 분쟁 발생시 자사주를 ‘백기사’에게 매각하여 의결권을 부활시켜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에서, 신주발행유지청구권에 준하는 자기주식처분유지청구권 제도가 없고 일반적인 위법행위유지청구권 제도의 적용 한계로 인하여 적절한 규제가 이루어 지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지주회사 체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에 있어서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 배정을 행한 이른바 ‘자사주 마법’(이는 과거 상법의 해석상 허용된다는 것이 통설이었다)도 자사주 남용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회사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을 하면서 기존 자사주를 지주회사에 남기면서 자사주에도 분할 신설 사업회사의 주식을 배정한 다음 현물출자 공개매수 등을 진행하면 별도의 자금 출연 없이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손쉽게 높이는 결과가 되었다. 비록 이 관행은 2024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금지되었지만, 자사주에 대한 불신을 남겼다. 또한, 대규모로 보유된 자사주는 시장에 잠재 매도 물량으로 존재하며 주가에 부담을 주는 ‘오버행(overhang)’ 이슈를 야기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이처럼 자사주는 기업의 필요에 따라 전략적 도구인 동시에, 언제든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동원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최근 상법 개정을 통하여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도입되었다. 과거에는 이사회가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자기주식을 취득, 처분하더라도, 그것이 ‘회사의 경영 안정’에 기여한다는 명분으로 정당화될 여지가 있었다. 일반주주가 손해를 입었더라도 이는 간접 손해에 불과하여 이사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이사들은 자신의 결정이 특정 주주(지배주주)에게 이익을 주는 과정에서 다른 주주(일반주주)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지를 검토 및 확인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게 되었다. 따라서, 자사주를 취득 및 처분할 때, 이사들은 주주환원, 미래 성장 투자, 재무 안전성 확보라는 목표를 균형있게 달성하는 자본 배분 정책하에서 다른 대안과 비교하여 자사주를 활용하는 것이 모든 주주에게 어떤 우월한 가치를 제공하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그 논의 과정을 의사록 등에 기록하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개정 상법은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선임시 의결권 제한 등을 통해 소액주주 측의 이사회 진입 내지 이사회 견제 장치를 강화했다. 이러한 제도 개선을 통해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한 자사주 남용은 어느 정도 간접적으로 견제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 정부 여당은 여기서 더 나아가 자기주식의 의무소각을 법으로 규정하고자 한다.

재계에서는 의무소각 제도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우선, 지난 15년간 법 제도를 신뢰하고 수립해 온 장기 전략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점이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취득 및 처분이 전면 자유화된 이후, 기업들은 자사주를 핵심적인 경영 전략 도구로 활용해 왔다. 2024년 말 기준 전체 상장사의 73.6%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통계는 자사주가 기업 재무 전략의 필수 요소로 깊숙이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 갑작스러운 의무 소각 강제는 이러한 장기 계획을 좌초시켜 기업의 재무적 유연성과 성장 동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정부 여당은 이러한 걱정을 참작하여 유예기간과 소각 예외사유를 규정하는 타협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충분할지 지켜보아야 한다.

또 다른 고려 사항은, 현행 상법의 다른 규정들과 충돌하는 법체계적 모순이 발생하는 점이다. 현행 상법은 합병이나 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 기업 구조개편 과정에서 신주 발행 대신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상대방 주주에게 교부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는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주 발행으로 인한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을 최소화하고 거래를 원활하게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이러한 관련 규정의 개정이 종합적으로 검토 및 진행되지 않는다면, 법체계 내에서 모순과 충돌이 발생하게 되어 시장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현재 자기주식 의무소각을 골자로 하면서도 구체적인 세무 내용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가 있는 여러 개의 의안이 상정되어 있다. 의무소각 자사주 취득사유별 적용대상범위, 법개정 전 기 보유 주기주식에 대한 적용여부, 상장회사에 한정할 것인지 비상장회사에도 적용할 것인지, 유예기간을 얼마나 둘 것인지, 예외사유의 구체적 범위 등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정해질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규제 강화라는 불가피한 흐름 속에서 기업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확인하고 새로운 질서에 부합하는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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