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가(MAGA) 복음 행사장에서 목격된 ‘신세계’ ‘정용진’의 흔적

한국 보수 개신교의 청년 정치 리더 양성을 표방하는 ‘빌드업코리아’ 행사가 열렸다. 연사들과 주최 측의 목적은 선교사들이 개신신교를 전파했듯,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을 한국에 이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의 승리’로부터 미래 한국의 청사진을 찾겠다는 주최 측의 비전 뒤에, 한·미 양국의 자본이 힘을 보태고 있는 듯한 정황을 〈시사IN〉이 포착했다. 이 행사와 스타벅스, 신세계, 정용진 회장의 연결고리가 일부 확인됐다.
9월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의 제8전시홀 출입구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빌드업코리아 2025’ 행사의 첫째 날이었다. 빌드업코리아는 청년세대를 대상으로 한 개신교·보수정치 콘퍼런스다. 홈페이지에는 ‘한국 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국가관과 정체성을 알리고 가르쳐 미래의 한국 리더와 전문가로 성장하도록 돕습니다’라고 소개한다. 빌드업코리아는 202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회를 맞았다.
행사의 창설자는 1989년생 한국 여성 김민아 빌드업코리아 대표다. 2020년부터 마가 진영의 관점에서 미국 정치 뉴스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엠킴TV’를 운영해왔다. 김 대표는 행사의 정체성에 대한 주변의 의문을 의식한 듯 개회사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 세상의 흐름이 어떤 세력과 다른 세력의 전쟁이라는 것을 봤다. 하나는 세속적인 것들의 편에 서 있는 세력이고, 또 한 편은 수는 적지만 크리스천들이었다.” “예수님이 왕이시다. 이게 기독교 행사(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의 역사다. 그 가치 위에 대한민국이 세워지고, 미국이 세워졌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 가치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선과 악의 이분법, 이 세계에서 거대한 ‘영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 정치와 종교가 분리될 수 없다는 믿음이 김민아 대표의 개회사와 행사의 취지를 관통하는 기본 서사를 구성했다.

이분법적 도식의 ‘옳은 편’에는 개신교와 보수주의, 그리고 미국이 있다. 특히 미국 마가 진영 인사들과의 공고한 연대가 돋보인다. 지난해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참여한 데 이어, 올해도 마가 진영의 핵심 인물들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디어 고문 앨릭스 브루세위츠, 마가 운동의 대부 스티브 배넌의 딸이자 그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유튜브 쇼 ‘워 룸(War Room)’의 CEO 모린 배넌, 그리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미국의 젊은 세대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수적인 기독교도 정치운동가 찰리 커크가 연사로 등장했다. 미국 매체 〈디 애틀랜틱〉은 커크를 ‘우익의 새로운 킹메이커’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김민아 대표는 빌드업코리아를 커크가 만든 보수성향 단체이자 사회운동인 ‘터닝 포인트 USA’를 모방한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행사장에 마련된 ‘무료 스타벅스 커피’
연사들의 등장에 앞서 미국의 대형 프로스포츠 이벤트나 양당 전당대회를 방불케 하는 세련된 무대 영상과 박진감 있는 음향효과가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참가자들에게는 행사 구호가 적힌 공책, 스티커, 드로스트링백 등 기념품과 점심 도시락이 제공됐다.
김민아 대표가 2023년 1회 행사를 준비하던 당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밝힌 소요 예산은 약 7억원이었다. 올해는 행사 개최를 앞두고 9월1일, 자신의 유튜브에 ‘총예산 20억원 중 확보한 모금액은 11억원이며, 개인 후원으로 5억원을 모으는 것이 목표’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하지만 킨텍스 홈페이지에 게시된 행사 정보를 확인해보면, 후원사를 기재하는 칸은 공란으로 남아 있었다. 행사 현장에서도 개신교계 대안학교와 임신중지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비영리단체, 보수성향 민간 싱크탱크 등이 설치한 부스 다섯 곳이 있었지만 후원처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는 따로 찾을 수 없었다.

행사장 구석에 스타벅스가 테이블을 마련하고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나눠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타벅스 코리아 관계자는 〈시사IN〉과 통화에서 “회사가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잡고 있다. (주최 측에서) 협찬 요청이 들어왔고 ESG 부서에서 이를 검토해 청년·대학생들이 많다니까 진행했다. 원래 연간 50회 이상 군 장병, 소방관, 경찰관, 환경단체 등 NGO를 대상으로 커피 협찬을 한다. 그런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국제 비영리단체라고 들어서 협찬했다. 정치 성향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2023년 1회 행사 당시 축하 영상을 보내온 뜻밖의 인물이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 모회사인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회장이다. 당시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던 그는 영상에서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선교사님들이 당시 보잘것없는 나라 대한민국에 오셔서 성경에 기반한 자유라는 가치를 전해주셨고, 우리나라가 그 가치를 바탕으로 건국되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하나님 없이 대한민국을 설명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다니는 교회에서 집사 직분을 맡을 만큼 독실한 개신교인으로 알려졌다.
정용진 회장과 빌드업코리아의 연결고리는 또 있다. 올해 행사장에 부스를 설치한 업체인 ‘에브리라이프’다. 행사 현장에서는 중간 쉬는 시간에 무대 스크린에서 이 업체의 광고 영상이 상영되기도 했다. 에브리라이프는 기독교 가치에 기반한 출산 장려 캠페인을 벌이는 미국의 고급 기저귀 브랜드다. 이 회사는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퍼블릭스퀘어의 자회사이며 트럼프 주니어가 파트너로 재직하는 벤처투자사 1789캐피털이 투자한 회사이기도 하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12월 퍼블릭스퀘어 모회사 이사회에 합류했다. 트럼프 주니어와 정용진 회장은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에브리라이프는 올해 6월 에브리라이프 코리아를 론칭하고, 한국 및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빌드업코리아를 주최한 김민아 대표가 에브리라이프 코리아의 대표다. 에브리라이프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첫 팝업스토어를 연 곳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었다. 현재는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쇼핑몰 쓱닷컴(SSG.COM)에서 에브리라이프 제품을 단독 판매 중이다.
빌드업코리아 협력 목사이면서 1회 행사부터 함께해왔다는 강아무개 목사는 〈시사IN〉과 통화에서 정용진 회장과 김민아 대표가 친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는 “1회, 2회 때까지는 도와주시고 했다. 지원해주고 지지해주고 그렇게. 도시락을 싼값에 제공한다거나 이런 형식으로 도와주셨던 것 같다. 올해는 내가 행정 쪽에 없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여러분의 싸움이 우리의 싸움”
김민아 대표는 강 목사를 통해 ‘당분간 인터뷰는 하지 않고 싶다’라는 뜻을 전해왔다. 신세계그룹 측은 “스타벅스 쪽도 마찬가지고 그룹 차원에서 (빌드업코리아에) 지원한 것은 없다. 김민아 대표와 정용진 회장의 관계에 대해서도 회사에서 아는 바는 없다. 회장님이 개인적으로 지원한 건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개인적 사안이라 확인해주기 어렵고 회사도 알 수가 없다”라고 답했다.

이번 빌드업코리아 행사에서 찰리 커크는 “여러분의 싸움이 우리의 싸움이다. 함께 일어서 한국을 위해 싸우자. 주님이 한국과 미국을 축복하시길”이라고 말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간 커크는 9월10일(현지 시각) 유타주의 한 행사장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커크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김민아 대표는 유튜브 게시글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커크의 방한 당시) 우리 한국 청년들이 그를 위해 기도했다. 우리는 그 기도가 땅에 떨어지지 않았음을 선포한다. 그의 희생과 피가 미국과 한국을 새롭게 할 것이다.”
김수혁 기자 stardus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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