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베네수엘라를 손보려는 진짜 이유[이규화의 지리각각]

이규화 2025. 9. 12.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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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에 내리는 F-35 전투기. 10대가 베네수엘라와 가까운 푸에르토리코에 배치됐다.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미국 뒷마당에서 끊임없이 깐족거려
“마두로, 美 유입되는 마약 밀매와 밀접한 관계”
1999년 차베스 정권 들어서며 석유 부호들 망명
플로리다 베네수엘라인들 美정치인 후원 영향력
자유주의 정권 회복으로 석유 손에 넣는 게 목표


전쟁을 끝내러 왔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하려 한다.

지난 6월 이란 폭격에 이어 최근에는 베네수엘라 공격도 위협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현재 남부 카리브해 베네수엘라 근처 바다에는 핵추진잠수함을 비롯해 7척의 군함이 파견돼 있다. 상륙부대를 포함 4500명 이상의 병력도 대기 중이다. F-35 전투기 10대가 베네수엘라와 가까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배치됐다.

이는 미국의 뒷마당에서 끊임없이 미국의 신경을 건드리는 베네수엘라의 나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경은 인도-파키스탄, 캄보디아-태국 등 6개 전쟁을 중재해 종식시켰다며 자랑하는 한편, 군사적 해법도 불사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공해상에서 미상의 보트를 ‘마약운반선’이라며 폭격해 11명을 몰살시키면서도 스스로 평화를 사랑하며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한다.

베네수엘라에 군사력 투사를 주저하지 않겠다는 데도 그만큼 부조리한 이유가 있다.

마약 소굴 뿌리 뽑기 위해선 “무력사용 불가피”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붕괴를 노리는 배경에는 표면적 이유와 수면 아래 이유가 있다. 먼저 표면적 이유로 미국에 유입되는 마약과 원료의 발송지가 베네수엘라라는 것이고 그 총책이 마두로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의 지난달 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남미의 마약 카르텔 중 테러단체로 지정된 조직에 대해 군사력을 사용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영토 내 마약 카르텔의 인프라를 폭격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이 마약 밀매 조직과 연계되어 있으며, 이들이 ‘나르코-테러리즘’(Narco-Terrorism, 마약조직의 테러범죄)을 통해 미국에 위협을 가한다고 주장한다.

베네수엘라의 ‘카르텔 데 로스 솔레스’(Cartel de los Soles, 태양의 카르텔)와 같은 마약 조직들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이들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이 부정 선거였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언제부터 앙숙이 되었나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관계악화는 1999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 전까지 베네수엘라는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 우고 차베스는 집권하자마자 ‘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미국의 자본주의와 정면으로 대립하는 노선을 택했다. 미국에 대항하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쿠바, 이란 등과 협력했다.

차베스는 석유를 무기로 삼아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이는 미국의 경제적, 지정학적 이익과 충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은 2015년 베네수엘라의 인권 침해와 정치 탄압을 이유로 제재를 가했고, 베네수엘라는 이를 내정간섭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은 2019년 마두로가 부정선거로 대통령에 재선됐다고 주장하며 이후 압박 강도를 강화했다. 경제 제재는 더 철저히 감시됐다. 현 군사적 위협 또한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고 궁극적으로 정권 교체를 유도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결국은 막대한 석유


베네수엘라는 비록 품질은 떨어지지만 세계 최대의 석유매장량을 갖고 있다. 차베스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 시장 자본주의 시기에는 미국의 석유메이저들과 베네수엘라의 토호들은 공존공영을 구가해왔다.

그러나 1999년 베네수엘라 혁명이 일어난 후 국유화로 돈줄이 끈힌 베네수엘라 부호들은 미국 플로리다로 대거 망명했다. 미국 메이저들도 베네수엘라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이들 모두가 차베스와 마두로로 이어지는 독재에 불만이 팽배한 것은 당연하다.

마이애미 지역에는 베네수엘라 부유층을 포함한 이민자들이 대거 정착해 있다.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경제적 탄압을 피해 망명한 이들의 속성상 미국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으며, 자연스럽게 상당한 영향력을 갖게 됐다. 미국 인구 중 20%가 히스패닉계이고 특히 플로리다에서 히스패닉계의 여론은 정치적 상수다.

미국 이민국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약 47만명의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이 임시보호지위(TPS)를 받고 미국에 거주 중이다. 이들 대부분은 플로리다, 특히 마이애미에 거주한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도랄(Doral) 지역은 ‘도라수엘라’(Dorazuela)로 불릴 만큼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이 밀집해 있다.

​ 이들 이민자, 특히 부유층과 사회주의 정권에 반대해 망명한 사람들은 미국 정치에서 베네수엘라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고국이 사회주의 독재로 인해 몰락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미국의 대(對) 베네수엘라 정책에 큰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플로리다주 연방상원 출신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은 선거에서 이들 베네수엘라 이주민들의 지지 덕을 톡톡히 봤다. 쿠바계 루비오 장관은 과거 피델 카스트로의 사회주의 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내력을 공유해 동병상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베네수엘라 망명 부호들은 미국 정치인들의 선거 캠페인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로비 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이들의 목표는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을 축출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석유도 자신들의 손에 들어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들의 지지가 필요하고 이들의 금전적 지원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상하 의원들, 각료들은 베네수엘라에 자유주의 정권이 들어서면 자신들의 정치적 미래가 더 밝아질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위협 강도를 높이는 이유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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