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反시장적 금리 강요하는 대통령

곽창렬 기자 2025. 9. 12.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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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9일 국무회의에서 서민 대출의 금리가 15.9%라는 보고를 듣자 “너무 잔인하지 않느냐”고 했다. 또 고신용자의 대출금리를 올려 저신용자 이자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속내가 타들어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은행 같은 금융회사는 소득, 연체 이력 등을 보고 빚 갚을 능력이 있는지 따져 대출을 해준다. 수입이 많고 일정하면서 연체한 적이 없는 고신용자에겐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준다. 돈 떼일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라면 내야 할 이자는 많고, 대출 가능액도 줄어든다. 제때 돈을 되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 거래의 기본 원칙이자, 시장 원리다.

이 대통령이 말한 서민 대출은 정부 정책에 따라 저신용자,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 등이 비교적 ‘낮은’ 금리로 빌려주는 신용 대출을 말한다. 이자율이 15%나 되는데도 낮은 금리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대출을 받는 사람은 연소득 3500만원 이하 등으로 이 정도 신용이라면 은행 대출을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신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에서 법정 최고 이율인 20%나 불법 사금융에서 이를 훌쩍 넘는 이자를 줘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상생(相生)’을 위해 빚을 떼먹힐 위험을 안고 내주는 대출이 ‘잔인하다’는 말을 들으니 할 말이 없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얘기다.

물론 이자 장사로 매년 수조 원씩 이익을 올리는 은행들이 불황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에게 어느 정도 지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 말에 따라 힘들다, 잔인하다는 이유로 낮은 금리를 매길 경우, 묵묵히 성실히 빚을 갚는 서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당장 일각에서 “대통령 말대로 금리 혜택을 받기 위해 일부러 신용 등급을 낮춰야겠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부동산 시장 등을 언급하며 “시장 원리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금융을 대하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시장 원리와 거리가 있다. 반시장 정책으로 성장을 바라는 것은 마치 날개도 없이 중력을 거슬러 하늘을 나는 것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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