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법부가 국회 아래에 있다는 대통령의 놀라운 인식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 특별재판부’의 위헌 논란에 대해 “그게 무슨 위헌인가”라고 했다. “삼권 분립에 대한 오해가 있는데 사법부 독립이란 것이 사법부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주권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도 했다. 내란 특별재판부는 국민 뜻이고 그것은 삼권 분립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쉽게 말해 국회가 사법부 위에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우리 헌법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국회를 포함해 어떤 외부 세력도 사법권에 직접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선언이다. ‘어떤 사건을 어떤 재판부가 담당하게 할 것인지의 결정권’은 사법권의 핵심 중 하나다. 국회가 내란재판부를 만들어 특정 사건 재판을 맡기는 것은 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밖에 없다.
헌법은 또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은 대법관 회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대법원장·대법관이 아닌 사람이 내란 특별재판부 법관을 임명하는 것은 위헌인 것이다. 대법원이 “내란재판부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국회에 밝힌 것은 이 명백한 사실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민주당은 과거 반민특위 특별재판부와 3·15 부정선거 특별재판부가 있었다며 내란 특별재판부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당시 헌법에는 특별재판부 허용 조항이 있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헌법이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특정 정치 세력이 자신들 성향에 맞는 법관을 골라 재판을 맡기려는 것 자체가 ‘법관의 독립’을 보장한 헌법 위반이다.
이 대통령은 “모든 것은 국민의 뜻에 달려 있고, 국민 뜻을 가장 잘 반영한 것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권력”이라고 했다. ‘국민의 뜻’이 모인 가장 중요한 문서가 헌법이다. 헌법을 위반하면서 그것을 ‘국민의 뜻’이라고 한다면 모순이고 강변일 뿐이다.
민주주의는 선거에서 이긴 정파가 ‘국민의 뜻’이 자신들에게만 있다면서 마음대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왔다. 그 제도적 장치로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세계 민주 국가에서 지켜져 온 민주주의의 기둥이 입법, 사법, 행정 3권 분립과 상호 견제다. 헌법이 특별히 ‘사법권 독립’을 규정한 것은 선출 권력이 이 견제와 균형을 깨고 독주할 때 사법과 법치만은 독립을 유지해야 민주주의가 지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이긴 것은 국민이 입법권을 위임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 뜻’이란 이름으로 사법부를 국회 아래에 두고 민주당 입맛에 맞는 판사들을 골라서 민주당이 원하는 판결을 내리라고 표를 준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한 정파가 선거에 이겼다고 입법·행정·사법을 모두 틀어쥐고 마음대로 하는 것이 바로 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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