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동포 자녀들, 한국어 첫걸음 “서툴지만 한 글자씩”

유희근 기자 2025. 9. 1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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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부모 돌보려 올 영주 귀국
남동구, 이달부터 교육 지원 중
연령대 달라도 '열공'은 한마음
“병원서 쓸 표현도 배울 계획”
▲ 11일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영주귀국 사할린 한인들이 한글교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남동구는 올해 사할린 한인 76명이 지역 임대주택에 입주하면서 새로 정착한 이들을 위해 두달간 한국어 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자, 제 입모양 보고 똑같이 따라해 보세요."

11일 오전 인천 남동구 논현휴먼시아3단지 내 임차인대표회의실.

정인자(66) 한국어 교사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키며 한 글자씩 천천히 '사자', '바다', '나무'와 같은 단어를 읽자, 회의실에 앉아 있던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학생들이 서툴지만 씩씩한 목소리로 단어를 따라 읽었다.

이들은 올해 남동구에 정착한 영주귀국 사할린 한인들로, 남동구는 이들의 조속한 지역사회 정착과 자립을 위해 이달부터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사할린 한인은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으로 사할린에 이주한 조선인의 후손들로, 1945년 해방 이후에도 수십 년간 귀국하지 못하고 대부분 무국적 상태로 지내다 1990년대 들어 1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영주 귀환이 이뤄졌다.

정 교사는 "현재 논현휴먼시아5단지에는 대부분 사할린 한인 2세대가 거주하고 있고 최근 들어온 사할린 한인은 대부분 이들의 자녀들로 고령이 된 부모 또는 친척 등을 돌보기 위해 영주귀국 허가를 받고 들어온 이들"이라고 귀뜸했다.

인천 남동구는 경기도 안산시 다음으로 전국에서 사할린 한인 거주자가 많은 지방자치단체로 지난 7월 기준 총 567명이 살고 있다.
▲11일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영주귀국 사할린 한인들이 한글을 공부하고 있다. 남동구는 올해 사할린 한인 76명이 지역 임대주택에 입주하면서 새로 정착한 이들을 위해 이달부터 연말까지 한국어 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재민 기자 leejm@incheonilbo.com

이날 한국어 교실에 참석한 사할린 한인들은 각자 가지고 온 공책에 배운 단어를 연필로 써가며 한글을 열심히 익혔다.

정 교사가 '나무', '곰'과 같은 단어를 말하고, '사할린에 나무 많아요?', '사할린에 곰도 있어요?'라고 말하자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또한 "오늘 수업 끝나고 집에 가서 단어 열 번씩 써야 합니다"라고 정 교사가 숙제를 내주자, 한 학생이 "(숙제) 안 하는 사람은 돈(벌금) 내야 한다"고 말해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정 교사는 "지금은 기초 단어를 읽고 따라해 보는 수준이지만 대부분 고령의 부모를 모시고 있는 자녀들이 많다 보니 앞으로는 병원에서 쓸 수 있는 표현 등도 가르칠 계획"이라고 전했다.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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