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무분별한 해루질의 위험성, 결국 해경이 짊어졌다

정운 2025. 9. 1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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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면 꽃섬 인근 신고 받고 출동
70대 고립자에 부력조끼 벗어 건네
물에 휩쓸려 실종 6시간 뒤 발견
어촌계 “출입통제구역 지정 강조”

11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해안에서 방문객들이 해루질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날 새벽 해당 장소 인근 섬에서 인천해경서 소속 이재석 경사가 고립된 70대 중국인 남성 A씨에게 자신이 입고 있던 부력조끼를 건네 구조한 후 실종됐다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2025.9.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매년 사망 사고를 내는 무분별한 해루질이 결국 30대 젊은 해양경찰관의 목숨을 앗아갔다.

고(故) 이재석(34) 경사가 11일 오전 숨졌다. 이 경사는 이날 오전 3시 30분께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 인근 갯벌에 고립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서 고립자인 70대 중국인 A씨를 확인한 이 경사는 자신이 입고 있던 부력 조끼를 벗어줬다. 이 경사는 부력조끼 없이 헤엄쳐 나오다가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에 휩쓸리며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이 경사 실종 뒤 헬기와 경비함정 등을 투입해 인근 바다를 수색했다. 실종 6시간만인 오전 9시 41분께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에서 0.8해리 떨어진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의 이 경사을 발견했다.

이 경사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이 경사는 2021년 7월 9일 임용됐으며, 영흥파출소에서 근무하다 사고를 당했다. 이 경사는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해 해양경찰교육원 교육생 시절 해양경찰교육원장 표창을 받았다. 이후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 인천해양경찰서장으로부터 표창을 받는 등 동료들로부터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사가 숨진 데에는 무분별한 해루질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사고 전날인 10일 A씨가 고립된 갯벌로 200여 명이 들어갔다고 한다.


11일 새벽 해당 장소 인근 섬에서 인천해경서 소속 이재석 경사가 고립된 70대 중국인 남성 A씨에게 자신이 입고 있던 부력조끼를 건네 구조한 후 실종됐다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고(故) 이재석(34) 경사가 11일 오전 3시30분께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 인근에서 고립자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있다. 흰색 원안에 고립자에게 벗어 주는 구명조끼가 보이고 있다. 2025.9.11 /인천해양경찰서 제공


11일 오전 11시30분께 인천 옹진군 영흥면 내리 갯벌 일대에서 만난 박영준 내리어촌계장은 “해루질 때문에 언젠가는 사고가 날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간조 시간에 맞춰 전날 오후 10시부터 외지인 200여명 정도가 해루질을 하기 위해 갯벌에 들어왔다”며 “길마도(꽃섬) 뒤 쪽으로 물길이 있는데, 이쪽에서 해루질을 많이 한다. 물 들어오는 시간을 잘못 계산하면 일반인들은 나오는 방향을 찾기가 힘들다”고 했다.

사고 당시 A씨도 갯벌에서 해루질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영흥 앞바다의 간조는 0시46분이었다. 이날 촬영된 내리어촌계의 폐쇄회로(CC)TV를 보면, 자정부터 갯벌에서 랜턴 불빛이 늘어나다가 오전 2시부터 점차 줄었다.

사고가 난 시점이 연중 밀물 수위가 가장 높은 백중사리 대조기(8~11일) 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음력 7월15일 전후로 보름이 겹쳐 연중 밀물의 수위가 가장 높아진다. 평소보다 물이 빠르고 높게 차 갯벌에 갇히거나 고립될 위험이 크다. 박영준 내리어촌계장은 “외지인은 밀물이 들어오는 방향을 알기도 어렵고, 물이 조금만 차도 들어왔던 어장진입로를 찾기가 힘들어 이런 사고가 빈번하다”고 했다.

해루질로 인한 사고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갯벌사고는 2022년 43건에서 2024년 59건으로 늘었다. 이 기간 사망·실종자도 6명에서 8명으로, 구조인원도 73명에서 81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8월까지 36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영흥면 내리 갯벌에서는 지난 2023년 6월 8일 새벽 시간대 해루질을 하던 60대 외지인 1명이 밀물에 고립돼 숨지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영흥지역 어촌계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위험한 갯벌 구간에 대한 출입통제구역 지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병묵 영흥수협 조합장은 “유사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시간대 바다 진입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경에서도 철저히 대책을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인천 바닷가의 출입통제구역은 2021년 7월 지정된 중구 무의동 하나개해수욕장 일부 구역 1곳뿐이다. 해당 구역에서는 연중 야간(일몰 후 30분~일출 전 30분)에 갯벌 진입이 금지된다.

11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해안에 출입과 관련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2025.9.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해양경찰청은 이날 인천 한 장례식장에 이 경사 빈소를 마련했으며, 15일까지 장례를 치른다. 마지막 날엔 영결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이날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김 총리는 “(고인이)평소에 책임감이 강한 대원이라고 말씀을 들었다”며 “유가족분들이 크게 상심하셨을텐데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도 이 사고에 대해 상실감을 느꼈을 것 같다”며 “안전 규정 등이 잘 지켜졌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정운·조경욱·백효은 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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