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특검법 합의’로 드러난 청·병 갈등…단순 엇박자일까, 갈등 신호탄일까
김병기 “당 대표는 공개 사과하라”…정청래 “부덕의 소치, 심심한 사과”
이재명 “협치와 야합은 달라…내란 규명 조직 개편과 맞바꿀 대상 아냐”
결국 민주당 원안대로 특검법 개정안 통과…국힘 “향후 일정 파행 與 책임”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원내대표가 고생을 많이 했지만 우리 지도부와 뜻이 다르다."(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청래 대표는 공개 사과하시라."(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여야 특검법 협상 문제를 두고 벌어진 민주당 1, 2인자 간 기류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김병기 원내대표가 전날 약 6시간 동안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만든 합의안에 대해 정청래 대표가 선을 그으면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원내 지도부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당 지도부, 의원들과 충분한 소통이 있었는데도 그 책임의 화살을 홀로 맞고 있다고 성토한다. 이에 정 대표가 입장을 달리한 배경엔 합의안에 반발한 당원들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11일 국회 본청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여야 협상이 불발된 과정과 3대(내란·김건희·채상병 사건) 특검법 개정안 내용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 앞서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특검법 수정안 도출 과정에서 지도부 간 충돌이 일어난 점을 두고 정 대표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격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정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부덕의 소치"라며 의원들에게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에서 수정안 도출 과정이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 매끄럽지 못한 부분에 대해 당 대표께서 심심한 사과를 했다"면서 "(정 대표가) 앞으로 특검법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여야 원내지도부는 전날 두 차례 회동을 열고 특검법 개정안 처리 관련 뜻을 모았다. 당시 회동에선 국민의힘의 요구대로 특검 수사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지 않고 수사 인력 증원도 최소화해 10명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수정안으로 여야가 뜻을 모았다. 그 대신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의 정부조직개편 내용 가운데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안건에 대한 국민의힘의 합의를 얻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협상 과정에서 지도부 간 논의는 분명히 존재했다고 한다. 여야 간 두 차례의 회동 사이 때는 물론 회동이 끝난 이후에도 당내 논의에 이어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 간 소통도 이뤄졌다는 전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원내 지도부가 실무적인 부분을 많이 위임받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여야 협상안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와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청래·김병기 사퇴하라" 강성 지지자 반발 영향도
이런 가운데 정 대표가 원내 지도부와 입장이 다르다고 주장한 것은 '돌발'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 배경에는 여야 협의가 발표된 직후 당 내부에서 특검법 수정안을 야당과 합의한 부분을 강하게 항의하자 정 대표가 급하게 입장을 선회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강성 지지층의 반발도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합의안이 발표된 이후 강성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재명이네 마을'에는 지도부를 겨냥해 "뒤통수를 세게 맞았다. 이건 내란 수준이다", "당원 지지자들이 끌어내려야 한다", "내란당이냐" 등 분노에 찬 글들이 쏟아졌다. 일부 당원들은 합의 철회를 촉구하는 '문자 폭탄'을 보내거나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사퇴까지 요구하면서, 정 대표로선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그 책임론을 원내 지도부로 돌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이번 사태의 종지부를 찍은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특검법 수정안 처리를 민주당이 양보하는 대신 정부조직 개편에 국민의힘이 협조하는 방향을 두고 "그런 건 협치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정부조직법 개정과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서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당위를 어떻게 맞바꾸느냐"며 "제가 시킨 것 같다는 여론이 있던데 저는 몰랐다. 그렇게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실상 김 원내대표가 주도한 여야 합의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당원들의 우려도 불식시킨 셈이다.
민주당은 결과적으로 3대 특검법 수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는 파기하고, 이날 본회의에서 3대 특검법 개정안을 당에서 논의한 원안대로 처리했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특검법 개정안 원안의 특검 수사 기간·인력 강화는 유지하고, 군 검찰 및 국가수사본부에 대한 특검의 지휘권은 삭제하는 수정안을 만들었다.
기존 특검 수사 기간은 30일 1차례만 연장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30일씩 2차례, 최대 60일 연장할 수 있다. 만약 대통령 재가를 얻으면 30일 추가 연장할 수 있어 최대 90일 연장 수사가 가능해진다. 이밖에도 내란 사건의 1심 재판 방송 중계는 의무적으로 중계하되, 국가안전보장을 중대하게 해야 할 우려가 있어 피고인과 검사 모두 동의하는 경우에만 재판 일부를 중계하지 않도록 했다.
앞서 여야 원내 지도부가 이 가운데 수사 시간을 추가하지 않고 인력 증원도 최소화하기로 합의하자, 당내에선 특검법 개정의 핵심 내용을 다 빼버리는 셈이라고 반발했다. 이른바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과 합의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비판도 전해졌다.
이에 정 대표는 원내 지도부에 전날 저녁 재협상을 지시했고,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협상은 결렬됐다"며 "법사위에서 통과된 (수정안) 원안대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본회의에서 원안이 통과된 후 페이스북에 "3대 특검법 개정안 통과, 의총에서 민주당 의원 전체의 요청으로 뜻 모아 마련한 법안"이라고 짧은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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