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값 내리는데 고철값은 ‘쑥’
올해 최고치… 6주 연속 올라
경기침체로 발생량 크게 줄어
업체 매입경쟁에 가격 상승세
철근 68만원… 6월 이후 최저
건설경기 침체 탓에 수요 줄고
탈동조화 현상에 매출 부담 커
현대제철·동국제강 ‘노심초사’

"철근값은 폭락하는데, 고철값은 고공행진이니..."
포항철강공단 내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근생산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여기에 중국, 일본산 저가 철근까지 국내시장을 교란시키고 있어 철근생산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철근 값은 고사하고 국내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11일 철근생산업체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철스크랩(고철 중량A) 평균 시장가격은 t당 36만7000원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말 t당 33만5000원에서 6주 연속 올랐다. 반면, 철근(SD400, 10㎜) 시장 평균가격은 t당 68만원으로 6월(67만50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철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완제품 가격도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철근과 철스크랩 시장에서는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제강사들의 매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철근 가격 하락 배경에는 건설경기 침체가 가장 크다. 수요가 곤두박질쳐도 공급이 줄어들지 않는 데도 원인이 있다. 여름철 폭염, 현장 안전사고 등으로 건설공사가 중단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철근 수요가 크게 줄었지만, 설비를 멈출 수 없는 제강사들이 생산을 이어가면서 재고가 쌓였기 때문이다.
철근생산업체 한 관계자는 "철근 가격이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지만, 설비를 세워두면 손실이 더 커서 울며 겨자 먹기로 생산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철근 국내 최대 생산업체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철근 공장을 셧다운 하는 등 공급조절까지 시도했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지난달 말 기준 철근 재고는 적정량(30만t)을 넘어 33만t에 달했다.
반면, 고철은 발생량이 줄어든 데다 특수강 업체들의 매입경쟁이 겹쳐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고철업계 관계자는 "철스크랩은 일반적으로 폐차, 철거현장 등에서 발생하는데, 경기침체로 철거현장 등이 감소해 철스크랩 발생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면서 "이런 상황에 포스코, 세아베스틸 등 특수강 업체들이 철스크랩 매입가격을 t당 1만원씩 인상하며 철스크랩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철근 생산업체들은 철근 값 인상을 위한 추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동국제강은 설비 가동 중단과 판매중단을, 현대제철은 납품 장소를 확인한 후 실사용 목적의 구매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판매하지 않는 제한판매에 돌입했다. 환영철강은 이달 중 50%가량의 감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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