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금에 GM 전기차 역풍…LG엔솔, 합작공장 엔지니어 철수

박한나 2025. 9. 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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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당국의 한국인 근로자 단속 여파가 미국 최대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로 확산되고 있다.

현지에서 GM과 배터리 합작공장을 운영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이 한국인 기술자들을 귀국 조치하면서다. 전문가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GM의 전기차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의 제조업 부활 정책이 정작 자국 산업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LG엔솔, 테네시인력도 철수 지시…GM 합작공장까지 ‘불똥’


로이터통신은 11일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의 GM-LG에너지솔루션 합작사 얼티엄셀즈 2공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근로자 상당수가 최근 며칠 사이 비자 문제로 귀국했거나 귀국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LG에너지솔루션 다른 사업장 근로자들도 전자여행허가제(ESTA) 비자 면제 프로그램에 따라 이번 주말까지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현장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직원도 포함된다.

최근 미국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근로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선제 조치다. 구금 사태가 단일공장의 문제가 아닌, 미국 내 전기차 전체 프로젝트의 리스크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얼티엄셀즈 측은 성명서를 통해 “자사는 미국의 이민법과 고용법을 준수하며 협력업체들 역시 이를 지켜야 한다”며 “회사 공장 운영은 정상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 전문인력들의 부재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 세팅과 수율 관리, 공장 운영 등 핵심 제조 역량이 국내 엔지니어들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해당 공장 뿐 아니라 미국 현지에 있는 다른 공장에서도 유사한 조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는 이번 구금 사태 이후 LG에너지솔루션처럼 현지 인력을 귀국시키는 한국 기업의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 기업들은 조지아주뿐 아니라 미국 곳곳에 반도체나 배터리 등 최첨단 제품의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거나 운영 중이다.

특히 반도체와 같은 첨단 공장의 경우 건설 단계부터 이후 운영까지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들이 필요하다. 반도체는 미세공정 장비 설치·클린룸 환경 구축·라인 수율 안정화 과정에서 극도로 정밀한 작업과 노하우가 필요해 현지 투자가 지연될 수 밖에 없다.

LG엔솔, 협력사에도 현지 고용 요청…현지선 “외국인 빠지면 美제조업 부활 불가능” 비판


로이터는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내 투자 계획이 지연될 위기에 놓이자 협력업체들에 비상 계획 수립과 현지 인력 채용을 요청했다고도 전했다. 한국 장비 공급업체의 엔지니어들은 통상 미국 현지에서 생산 장비의 설치와 미세 조정을 돕거나, 미국 현지 근로자들을 교육하는 일을 맡고 있다.

미국 내 숙련 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하면 현지 채용만으로는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적으로 실적 영향은 크지 않지만 협력업체 전문인력까지 부족한 만큼 향후 공장 건설 과정에서 일정 지연이나 비용 증가로 직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미국 현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강력한 이민 단속이 오히려 미국 내 수천개 일자리를 위험에 빠트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엘런 휴스 크롬윅 전 포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숙련공이 빠진 미국 제조업 부활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조지아 공장의 경우 한두 달 공사 지연이 발생하더라도 실적이나 공급 차질로 직결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트럼프가 재집권한 사실만으로도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환경은 급격히 달라진 만큼 6개월 안에 인력 재배치와 현지 고용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 단계부터 북미 파견 인력 구조를 전사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하청 중심 구조를 본사 주재원와 교육팀 중심 구조로 재정비하고, 미국 법령에 맞는 현지 고용 비율을 확대한다면 오히려 관행을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엔솔, 숙소·항공권 전폭 지원…“사업적 영향도 최소화할 것”


조지아 건설 현장에서 구금된 한국인들도 현지시간 11일 정오(한국시간 12일 오전 1시)께 애틀랜타 국제공항을 출발해 한국시간으로 12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건설 현장에서 체포·구금된 지 7일 만이다.

전세기에는 한국인 316명과 외국 국적자 14명(중국 10명·일본 3명·인도네시아 1명) 등 미 이민당국에 구금됐던 총 330명이 탑승한다. 구금자 중 미국 국적자인 한국인 1명은 잔류를 희망했다고 외교부 관계자는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에 구금에서 풀려나 한국행 전세기에 탑승한 자사 직원고 자사 협력사 직원에 필요한 비용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희망자 전원에게 운전기사가 포함된 개별 차량을 제공하거나 1인 담당자 배정 후 케어 진행, 해외 국적 보유자의 숙소와 자국 복귀 항공권 등을 지원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일로 여러 어려움을 겪은 분들의 고통을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안전하게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후속 절차에 만전을 기하고,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건강한 모습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해외 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고 사업적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구금됐던 동료들의 개별 짐을 포장하고 있다. 이 짐들은 화물운송으로 한국으로 보낸 뒤 각 인원들의 자택으로 배송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미국 테네시주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2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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