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뢰의 설계도, 실물자산 기반 ‘토크노믹스’

2025. 9. 1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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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위블록 대표


‘토크노믹스’는 단순 경제설계가 아닌 인문•사회•과학•예술이 교차하는 복합적이고 창의적인 영역이다.

토크노믹스(Tokenomics)란 토큰의 경제적 설계, 즉 토큰의 발행량과 분배, 활용 및 인센티브 구조를 뜻한다. 모든 암호화폐는 각기 고유한 원칙에 따라 운영되며 이를 토크노믹스라고 부른다. 토크노믹스는 단순한 보상 시스템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그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 토큰의 공급량과 배분 방식, 권한과 보상 체계가 어떻게 설정되는지는 토큰의 장기 가치와 참여자들의 행동을 결정짓는다. 결국 견고한 토크노믹스는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이해관계자 간 인센티브를 조율하는 설계도 역할을 한다.

한국에서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 기반 RWA(Real World Asset, 실물자산) 프로젝트의 토크노믹스를 설계할 때는 몇 가지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 실물자산을 토큰화하면 현실 세계의 가치가 블록체인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토크노믹스 구조가 투명하고 신중하게 짜여져야 한다. 특히 아래와 같은 요소들을 중심으로 설계 방향을 잡아야 한다.

첫째, 이해관계자별 토큰 분배 구조를 고려해야한다. 토큰을 개발팀, 투자자, 커뮤니티 등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어떻게 배분할지 결정해야 한다. 토큰의 초기 분배는 프로젝트에 대한 통제력과 참여 동기를 좌우하므로, 공정한 분배를 통해 지나친 중앙화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창립팀 몫의 토큰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외부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고, 반대로 투자자 몫을 적절히 확보하지 못하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둘째, 토큰 출시 일정 설정이다. 토큰 분배에 따른 락업(Lock-up) 및 클리프(Cliff), 베스팅(Vesting) 일정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 락업은 특정 기간 동안 토큰 판매를 제한하는 것이고, 클리프는 일정 기간 토큰을 전혀 유통시키지 않다가 그 후부터 베스팅을 시작하는 구조를 뜻한다. 베스팅은 할당된 토큰을 한꺼번에 풀지 않고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분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일정 설계는 프로젝트 초기 투기 과열을 방지하고 팀과 투자자가 장기적 비전을 공유하도록 유도한다. 실제로 여러 성공 사례에서 팀 및 초기 투자자 물량에 1년 이상의 락업과 단계적 베스팅을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는 프라이빗 세일 물량에 1년 락업 후 4년 분할 베스팅을 설정하여 토큰 급격한 풀림을 방지했다.

셋째, 실물자산 수익 분배와 리스크 절연이다. RWA 토큰 보유자가 실물 자산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투명하게 배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부동산 토큰의 경우 임대료 수익이나 매각 차익 등을 어떻게 온체인 상에서 배분할지 토크노믹스에 반영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임대 수익을 정기적으로 분배하거나 거버넌스 투표를 통해 배당을 결정하는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동시에 실물 자산의 가격 변동이나 운영 위험이 토큰 보유자에게 전이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RWA 프로젝트들은 SPV에 실물 자산을 편입하고 토큰은 해당 SPV의 수익권만을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자산 부실 위험이 토큰 생태계 전체로 확산되지 않게 리스크 절연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RWA 시대의 토크노믹스 설계는 실물 자산과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신뢰의 구조다. 부동산이나 국채와 같은 자산을 토큰화하려면, 기술적 구현뿐 아니라 경제구조적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토크노믹스는 참여자 모두의 이해를 조율하고, 실물자산의 가치를 디지털 세계에 제대로 반영함으로써 신뢰성을 확보하는 토대가 된다. 건전한 토크노믹스 설계야말로 RWA 플랫폼이 투자자에게 신뢰받는 다리로 기능하게 하는 핵심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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