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부인사, 초조대장경 봉안처 논쟁 종지부…사적 승격 본격 추진

전재용 기자 2025. 9. 1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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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세미나서 역사·고고학적 가치 재조명…“팔공산 거찰 위상 회복해야”
▲ 11일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서 대구 동구 부인사의 국가사적 승격을 위한 국제학술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동구청 제공

대구 동구 팔공산에 자리 잡은 현재의 부인사(符仁寺·夫人寺). 지난해 7월 8일 유적의 통일신라시대 대축대 동편에서 이뤄진 정밀 발굴조사에서 문헌 기록과 일치하는 '부인사'(符仁寺)가 새겨진 기와가 출토되면서 고고학적 가치가 재조명됐다. 1986년 경북대학교 박물관의 정식 고고학 조사(지표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초로 명문이 확인된 것으로, 이규보의 '대장각판 군신기고문'(大藏刻板 君臣祈告文)과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서 나타난 초조대장경판의 소장처인 부인사가 현재의 부인사 위치와 같은 장소라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1232년 몽골 침입 당시 부인사와 함께 소실된 초조대장경의 실체와 봉안처에 대한 오랜 논쟁이 사실상 종결된 셈이다.

이에 따라 부인사의 국가사적 승격도 본격 추진되고 있다.

동구청은 11일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대강당에서 부인사지 사적 승격을 위한 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고려시대 초조대장경을 봉안했던 부인사의 위상과 가치를 재정립하면서 사적 승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부인사의 역사와 위상'을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선 한기문 경북대 명예교수는 부인사지의 보존 방향과 정밀 조사의 필요성을 내세웠다. 그는 "불교 정치 사회사적 맥락에서 자료 부족에 따른 일부 쟁점을 검토하고, 최근까지의 부인사지 발굴 자료를 종합·재음미하는 방법으로 부인사의 역사와 위상을 정리했는데, 부인사 관련 문헌 자료는 극히 부족하다"라며 "추정·추론되는 역사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부인사의 고고학적 조사 성과와 의의'로 주제발표를 진행한 박정현 세종문화유산재단 조사부 선임연구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고고학 조사 내용을 정리하고, 부인사의 창건 시기와 초조대장경이 소장된 시기를 자료와 문헌 등으로 설명했다. 그는 "부인사는 선덕여왕대 발원돼 성덕왕대 창건됐고, 초조대장경이 부인사에 소장된 시기는 이자겸이 난 이후, 무신정권이 들어서기 전인 12세기 초로 파악했다"라며 "부인사 창건과 초조대장경 소장 시기를 검토함으로써 부인사의 사명과 사역의 변천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는데, 부인사가 과거 거찰 부인사의 모습을 되찾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최영희 강릉원주대학교 교수는 '부인사 출토 기와의 시·공간적 검토'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최 교수는 "부인사는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 대구의 진산인 팔공산의 종교적 위상을 지켜왔다"라며 "초조대장경을 봉안하고 경판과 인쇄물을 제작했던 당시의 활동은 고고자료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교사원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인 만큼, 보다 체계적인 계획과 관심을 통해 학술적 연구와 복원이 지속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부인사의 가치가 특정 국가나 문화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적용되는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산재한 유적, 유구, 유물 등을 확보하고 주요 공간에 대한 사적 지정을 먼저 이행하거나 일대 유·무형 유산과 결합해 사적 승격을 추진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부인사 주지 종진 스님은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을 맞아 '초조대장경 천년'으로 반짝 관심을 보이다 이내 열기가 식어버렸지만, 잊지 않고 오늘에 이르게 된 사연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라며 "이 자리가 있도록 애쓰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저도 남은 일들을 더욱 기쁜 마음으로 마무리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