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내 몰래 장남에 재산 ‘몰빵’한 남편…대법 “이혼 사유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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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동의 없이 부부 공동 재산을 자녀에게 증여했을 경우 그 자체로 이혼 사유가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수용보상금 등의 자산은 부부 공동생활을 이어갈 새로운 주거의 형태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럼에도 B씨는 자신 명의로 돼있음을 내세워 A씨 뜻을 무시하고 전부를 장남에게 증여했다. 이에 반발해 A씨가 집을 나갔는데도 설득하거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A씨 부재 중 상의 없이 장남에 추가 증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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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이혼 청구 기각…대법 “혼인관계 회복 불가능”
법조계 “이혼 범위 현실에 맞게 넓힌 진보적 판결”
(시사저널=김임수 기자)

배우자 동의 없이 부부 공동 재산을 자녀에게 증여했을 경우 그 자체로 이혼 사유가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혼 사유의 해석 범위를 현실에 맞게 넓힌 진보적인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및 재산분할에 대해 "이혼 청구 사유가 안 된다"고 본 원심을 깨고 9월4일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1961년 B씨와 결혼해 슬하에 3남 3녀를 뒀다. 두 사람은 주로 농사를 지어 벌어들인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혼인기간 중 취득한 재산과 주거지·농지 대부분 B씨 단독 명의로 돼있었다.
갈등은 부부 주거지가 2022년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에 편입되고, 3억원 가량의 수용보상금이 생기면서 발생했다. A씨 반대에도 불구하고 B씨가 보상금에 대한 권리를 장남에게 몽땅 증여한 것이다. 이후 두 사람은 별거를 시작했는데, B씨는 15억원이 넘는 나머지 부동산·농지 전부에 대해서도 장남에게 증여했다.
A씨는 결국 "부부 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며 B씨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했다. B씨는 A씨가 증여를 받지 못한 다른 자녀 의사에 따라 이혼을 청구한 것이며, 장남에게 증여한 재산은 공동재산이 아닌 '특유재산(혼인 전부터 갖고 있는 고유재산)'이라고 주장하며 이혼을 거부했다.
1·2심 재판부도 A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산 증여 문제를 두고 갈등과 불화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민법 840조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수용보상금 등의 자산은 부부 공동생활을 이어갈 새로운 주거의 형태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럼에도 B씨는 자신 명의로 돼있음을 내세워 A씨 뜻을 무시하고 전부를 장남에게 증여했다. 이에 반발해 A씨가 집을 나갔는데도 설득하거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A씨 부재 중 상의 없이 장남에 추가 증여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B씨의 재산처분 행위는 혼인생활 중 부양·협조의무 등을 통해 공동으로 이룩한 재산의 주요 부분을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처분해 부부 공동생활의 경제적 기반을 형해화하거나 위태롭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라며 "이로 인해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A씨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가사·상속 전문인 김현정 변호사(김앤현법률사무소)는 "가사 소송에서 1·2심 판단이 뒤집히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고 중요한 판결"이라며 "대법원은 일방적인 재산 처분은 부부 공동생활의 기반을 무너뜨려 혼인 관계를 회복 불가능한 파탄에 이르게 하는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파기환송으로 두 사람이 이혼하면 다시 재산분할을 논하게 된다. 이때 법원은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증여한 재산까지 모두 고려해 분할 비율을 정하게 될 것"이라며 "유책 배우자로 인해 경제적 기반을 상실할 위험에 처한 배우자를 실질적으로 구제하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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