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가뭄 와중에… 강릉시장 "여직원들, 맘카페에 市 옹호 글 써라"

박지윤 2025. 9. 11. 16:5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김홍규 강원 강릉시장이 시청 여성 직원들에게 '인터넷 맘카페에 강릉시를 옹호하는 글과 댓글을 올리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해당 회의가 끝난 뒤 강릉시의 한 과장이 '강릉맘카페에 가입한 직원이 있으면 정확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허위사실에 대한 댓글도 함께 부탁드린다'는 메시지를 타 부서 과장에게 전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강릉시는 김 시장의 '댓글 작성 지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릉시민행동 "지난달 29일 긴급회의서 지시"
"김홍규 시장, 댓글 통해 '여론 조작' 나선 셈"
市 "사실무근 의혹… 올바른 정보 전달 회의"
9일 강원 강릉시청에서 김홍규 시장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에게 가뭄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김홍규 강원 강릉시장이 시청 여성 직원들에게 '인터넷 맘카페에 강릉시를 옹호하는 글과 댓글을 올리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강릉시가 최악의 가뭄 피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여론 조작 활동'을 주문한 셈이다. 최근 가뭄 대책을 묻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 호된 비판을 받은 데 이어, 또다시 구설에 오른 꼴이 됐다. 강릉시는 '사실무근'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시민단체 강릉시민행동은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문제의 '지시'가 지난달 29일 회의에서 내려졌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시민행동은 "시청 여성 공무원 60여 명이 참석한 긴급 회의에서 김홍규 시장은 '가뭄 및 물 부족과 관련해 인터넷에 잘못된 정보와 비판적인 내용이 많다. 시민들을 자극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것으로 직원들이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시장은 직원들에게 '인터넷에 글도 올리고, 댓글도 올려라. 특히 강릉맘카페에 직원들이 직접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아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회의가 끝난 뒤 강릉시의 한 과장이 '강릉맘카페에 가입한 직원이 있으면 정확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허위사실에 대한 댓글도 함께 부탁드린다'는 메시지를 타 부서 과장에게 전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를 뒷받침하듯, 시민행동은 지난달 30일 강릉시 새올행정시스템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오른 글도 캡처해 공개했다. '김홍규 시장님을 칭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글 본문에는 "왜 강릉 가뭄이 강릉시장의 무능일까. 밤낮없이 생활용수 확보와 물 절약을 위해 뛰어다니시는 우리 김흥규 시장님을 칭찬한다"는 내용이 담겼고, 칭찬 댓글도 100개 이상 달렸다. 새올행정시스템은 일반 시민은 접근할 수 없는 행정 내부망으로, 공무원만 접속 및 글쓰기가 가능하다.

10일 강원 강릉시의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가 바짝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강릉=뉴시스

시민행동은 사실상 '여론 조작'이라며 김 시장을 비판했다. 이 단체는 "가뭄 극복에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중대한 시간에 본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어떻게든 돌려세울 고민을 하고, 공무원들을 동원한 여론몰이 궁리에나 신경 쓴 것"이라며 "엄밀히 말하면 공무원에게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을 지시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확한 정보는 강릉시 누리집과 재난문자, 공식브리핑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며 "(정작) 지금까지 물 부족과 관련해 강릉시가 보낸 건 '단수 안내 문자'조차 없었다"고 꼬집었다.

강릉시는 김 시장의 '댓글 작성 지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시는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견 활동에 개입하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회의와 관련해선 "가뭄 관련 주요 현황과 대응 상황을 직원들에게 정확히 공유하고, 직원들이 현장에서 시민들을 만날 때 올바른 정보를 설명해드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