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용직 청년 노동자의 영웅 ‘샤오A’ 일상 영상 삭제…뭐가 문제됐길래
‘싼허신’. ‘왕바대신’ 공감 이끌어내
8월 말부터 플랫폼에서 게시물 삭제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상의 대부분을 PC방에서 보내는 중국 중하층 노동자 청년의 삶을 대변하는 모습으로 인기가 높았던 유명 방송인 ‘샤오A’의 영상이 온라인에서 모두 삭제됐다.
11일 싱가포르의 중국어 매체 연합조보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중국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와 더우인의 ‘샤오A가 인터넷에 접속했습니다’라는 계정에 올라와 있던 영상이 모두 삭제됐다. 주로 게임을 하거나 일상 생활에 대한 단상을 전한 영상이다. 플랫폼 고객센터는 “해당 게시물이 인터넷 법률 및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당분간 업데이트할 수 없다”고 안내했다.
샤오A는 지난 주말 자신의 계정에 글을 올려 “모든 게시물이 삭제됐으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들었다. 계정은 정지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계속 영상을 올릴 것이지만 당분간은 휴식기를 가질 생각이다”고 밝혔다.
샤오A는 12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방송인이다. ‘PC방 생활’, ‘인터넷 중독 생활’을 주로 올리는 방송인이라고 소개한다. 지난해 ‘탕핑(평평하게 드러눕다) 청년 10w의 팬은 어떠한 후원도 음식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제목의 9분 분량 영상은 큰 인기를 끌었다.
임대주택에 살며 두부 등 값싼 재료로 집에서 요리를 해 먹고 PC방에서 게임을 하면서 보내는 하루를 담은 영상이다. 생수 한 병과 PC방 요금 등 10위안(1900원) 남짓이 하루 소비하는 금액의 전부다. 제목 자체가 인터넷 중독자로 치부될지언정 상승을 위한 노력과 경쟁을 거부하고 열등감도 갖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겠다는 메시지로 여겨져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샤오A는 시청자들을 “형제들”이라 부르며, 자칭 인터넷 중독자들끼리 온라인으로 새해 축하나 생일파티를 하는 모습도 내보내며 PC방을 떠도는 삶이나 경쟁이나 휴식 등에 대한 생각도 전한다.
샤오A는 ‘싼허신’, ‘왕바대신’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싼허신은 2018년 무렵 등장한 표현으로 첨단기술 중심지 선전의 인력시장 싼허에서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이 자신을 ‘싼허의 신’이라고 자조적으로 부르는 표현이다. 고달픈 싼허의 삶을 벗어나려 애쓰는 대신 벗어날 수 없다고 인정하고 적응하며 살아간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최근에는 PC방을 의미하는 ‘왕바’를 전전하는 신이라는 의미로 ‘왕바대신’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인터넷 쇼핑 진행자를 정식 직업으로 등재하는 등 온라인 방송 자체는 청년 실업의 돌파구로 여기며 장려하고 있다. 유명세는 얻었지만 인플루언서가 되는 길과 정반대격인 샤오A의 영상 삭제는 상승을 지향하지 않고 경쟁을 포기하는 삶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샤오A가 영상이 삭제됐다고 밝힌 게시글의 댓글 가운데 “평평히 누워있지 말고 PC방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올리면 영상이 삭제되지 않을 거에요”라는 댓글이 가장 큰 공감을 받았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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