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AI·초슬림으로 맞붙는다…삼성-애플 스마트폰 ‘15년 전쟁사’

조유빈 기자 2025. 9. 1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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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나란히 6mm 이하 초슬림폰 출시…소비자 체감 노려 ‘더 얇게’ 경쟁
삼성, 폴더블·AI에서 먼저 도약…아이폰 참전으로 폴더블폰 경쟁 본격화 전망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더 얇은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5.8mm 두께의 갤럭시 'S25 엣지'를 출시한 삼성에 이어, 애플도 두께를 6mm 이하로 줄인 '아이폰 에어'를 내놓으면서 '초슬림 전쟁'에 참전한 것이다. 화면을 키우고, 스마트폰을 접고, 인공지능(AI)을 이식하면서 혁신을 시도한 삼성과 애플은 올해 '초슬림 스마트폰' 타이틀을 두고 또 한번의 승부에 나섰다. 스마트폰 혁명의 서막을 연 애플과 후발주자로 등판한 삼성은 연이은 혁신을 시도하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5년째 맞대결을 이어오고 있다. 과연 이번 승부는 스마트폰 전쟁의 향방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아이폰 독주, 3년 만에 삼성전자가 막아

"오늘, 애플은 전화기를 다시 정의하려 합니다." 2007년 1월,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아이폰을 최초로 공개하며 한 말이다. 그는 터치 컨트롤이 가능한 와이드스크린 아이팟, 혁신적인 휴대전화, 획기적인 인터넷 통신 기기 등 세 가지 제품을 선보이겠다며 단 하나의 아이폰을 소개했다. 시장의 판도는 단숨에 바뀌었다. 멀티터치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앱 스토어라는 생태계는 기존의 노키아, 모토로라 휴대폰을 구시대로 밀려나게 했다. 아이폰은 이후 3년간 사실상 유일한 스마트폰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이폰의 독주를 막은 건 2010년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S였다. 당시 삼성은 기존 키패드·피처폰에 머물러 있던 삼성 휴대폰 전략을 수정하고,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전격 도입해 아이폰에 맞설 만한 풀터치 스마트폰을 만들었다. 당시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 스마트폰"이라며 "갤럭시S를 통해 스마트폰의 기폭제를 열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포부는 현실이 됐다. 갤럭시S는 출시 7개월 만에 전 세계에서 1000만 대 이상 판매되며 단숨에 글로벌 히트작으로 떠올랐고, 이때부터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과 갤럭시의 정면승부 구도로 재편됐다.

초창기 애플은 한 손에 쥘 수 있는 소형 화면을 고수했지만, 삼성은 신 사장의 결단 아래 2011년 갤럭시 노트로 대화면 시장을 개척했다. 당시만 해도 '너무 크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으나, 삼성은 스마트폰이 멀티미디어 소비 기기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영상과 게임 등의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대화면 수요는 폭발했다. 애플도 2014년 아이폰6 플러스를 출시하며 전략을 수정했다.

다음은 카메라로 맞붙었다. 삼성은 2014년 갤럭시 S5부터 16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하며 고화소 경쟁을 주도했고, 2016년에는 S7에 듀얼 픽셀 오토포커스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같은 해 애플은 아이폰7 플러스로 듀얼 카메라를 채택하며 인물모드를 구현했다. 삼성이 갤럭시 S10 시리즈에 트리플 카메라 체제를 도입하며 '멀티렌즈' 경쟁을 본격화한 2019년, 애플은 '딥 퓨전' 기능을 아이폰11에 도입해 머신러닝 기반의 사진 보정을 강조했다. 카메라 경쟁에서 삼성은 스펙을, 애플은 찍히는 결과물과 UX 중심 전략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어느 정도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을 흔든 건 '접는 스마트폰'이었다. 세상 어디에도 없던 폴더블폰 시장은 삼성이 열었다. 삼성은 2019년 애플의 안방이라 불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빌 그레이엄 시빅 센터에서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를 전격 공개했다.

폴더블폰이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제기됐으나, 갤럭시 시리즈를 진두지휘한 고동진 당시 삼성전자 IM부문장은 새로운 수요층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2011년 갤럭시 노트 공개 당시에도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으나, 이로 인해 태블릿과 스마트폰이 융합되는 새로운 모바일 기기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폴더블폰은 '혁신=삼성'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Z플립과 Z폴드 시리즈로 라인업을 확장하며 프리미엄 수요를 자극했음은 물론이다.

삼성전자가 5월13일 공개한 '갤럭시 S25 엣지'(왼쪽 사진), 애플이 9월9일 공개한 '아이폰 에어' ⓒ연합뉴스

"애플, 산업 혁신에서 '퍼스트 무버' 아냐"

올해의 경쟁 부문은 '두께'다. 지난 5월 삼성이 출시한 갤럭시 S25 엣지의 두께는 5.8mm, 애플이 9월9일(현지시간) 출시한 아이폰 에어의 두께는 5.6mm다. 애플이 아이폰 에어의 배터리 용량을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업계는 용량을 축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의 갤럭시 S25 엣지의 배터리 용량도 3900㎃h로 S25 기본형(4000㎃h)보다 적다.

삼성과 애플이 성능을 줄이면서까지 '얇기 전쟁'에 뛰어든 이유는 스마트폰을 휴대해야 하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장 직관적인 혁신이 두께와 무게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쟁에서 '더 얇은 폰'의 승자는 애플이지만, 삼성은 "얇아도 AI까지 담아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로이터는 "아이폰 에어는 디자인 면에서 승리했지만, AI 혁신의 부재는 불안 요소"라고 지적한 바 있다.

AI는 양사의 새로운 경쟁 키워드이기도 하다. 먼저 AI 시장에 진입한 삼성과 달리 애플은 AI 분야에서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은 '갤럭시 AI'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실시간 통역, 이미지 편집, 문서 요약 등 기능으로 사용자 경험이 달라지자, AI는 판매를 견인하는 요인으로도 자리 잡았다. 유럽·미국의 갤럭시 S24 구매자(합산)의 약 25%가 AI 기능을 선택의 이유로 꼽은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삼성은 2024년 1분기 유럽 시장에서 37%의 점유율로 애플(22%)을 앞질렀고, 올 2분기에도 36%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등 주도권을 잡고 있다.

반면 애플은 자사의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핵심 요소로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신제품 발표에서도 이 기능의 개선 여부에 관해 거의 설명하지 않았다. 글 작성, 요약, 생성형 AI 이미지 등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기초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슬림 전쟁 이후의 경쟁 국면은 AI 고도화와 폴더블 대중화로 향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은 올 하반기 두 번 접는 초슬림 트라이폴드 폴더블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두 번 접지만 두께는 일반 바(Bar)형 스마트폰 수준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플도 폴더블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폴더블폰 진입 시기가 빨라야 2026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에 대해 "애플은 역사적으로 산업 혁신에서 '퍼스트 무버' 역할을 해온 적은 거의 없고, 대신 '초기 다수 채택자(Early Majority)' 전략을 취해 왔다"며 "시장이 충분히 성숙한 뒤 진입해 초기 위험과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피하면서도 빠르게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아 점유율을 확보하는 방식을 구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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