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고름도 없는 시스루가 한복이라고?…경복궁 누비는 짝퉁의복들

오진영 기자 2025. 9. 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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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착용하면 고궁·종묘 등 국가유산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한복 무료관람'을 두고 문화계의 우려가 커진다.

11일 머니투데이가 서울 경복궁과 종묘, 덕수궁, 창덕궁 등 국가유산 일대의 한복 대여상점 11곳에 질의한 결과 모두 '지난해부터 한복 대여 건수가 늘었다'고 응답했다.

고궁·종묘·왕릉 등을 관리하는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에 따르면 전통한복이나 생활한복을 입으면 내외국인에 관계없이 경복궁 등 5개 궁궐과 종묘, 조선왕릉을 모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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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 = 뉴스1


한복을 착용하면 고궁·종묘 등 국가유산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한복 무료관람'을 두고 문화계의 우려가 커진다. 우리 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을 높이려는 취지지만 자칫 한복의 잘못된 인식을 굳힐 수 있다는 목소리다.

11일 머니투데이가 서울 경복궁과 종묘, 덕수궁, 창덕궁 등 국가유산 일대의 한복 대여상점 11곳에 질의한 결과 모두 '지난해부터 한복 대여 건수가 늘었다'고 응답했다. 역대급 관광객 수를 기록한 2019년보다 대여 건수가 많다고 응답한 곳도 과반수인 7곳(63%)이었다. 안국역 인근에서 한복 대여상점을 운영하는 A씨는 "단체관광객이 급증하면서 현재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한복 대여상점들은 대여하는 복장을 '전통적인 한복'이라고 소개하며 입기만 해도 서울의 주요 국가유산을 무료 입장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고궁·종묘·왕릉 등을 관리하는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에 따르면 전통한복이나 생활한복을 입으면 내외국인에 관계없이 경복궁 등 5개 궁궐과 종묘, 조선왕릉을 모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궁능유적본부는 "한복을 대중화하고 세계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래픽 = 최헌정 디자인기자


문제는 대부분의 대여 한복이 국적불명의 모호한 의상이라는 점이다. 금박으로 자수를 놓거나 서양 드레스처럼 풍성하게 부푼 치마, 속이 들여다보이는 '시스루' 웃도리는 전통 한복 복식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 문화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유행하며 지난달부터 등장 인물을 흉내낸 검정 두루마기와 검정 갓의 대여도 크게 늘었는데, 이 역시 전통 한복은 아니다.

전통문화계 관계자는 "모든 대여 한복이 전통과 다르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리본 모양 고름 매듭을 매거나, 금색으로 수를 놓는 등 특징은 우리 한복의 특징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대여용 의상이 조상들이 입던 옷과 다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아직 뚜렷한 지침은 없다. 궁능유적본부가 저고리와 바지의 형태 등 일부 지침을 내놓았으나 강제성은 없다. 지난해 최응천 문화재청장(국가유산청 전신)이 "국적 불명 한복을 개선하겠다"고 언급했으나 현재까지 업소나 착용 관광객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산청 고위 관계자는 "별도로 (착용을) 제한한다거나 하는 논의는 현재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우산을 쓴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 = 뉴스1


문화계는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확고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국 등이 '한복은 한푸(중국 전통 의상)에서 유래됐다'고 주장하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한복을 입은 공연자를 등장시키는 등 분쟁을 빚으면서 '퓨전 한복'에 대한 국민 경계심도 커졌다. 지난해 한복을 입은 중국 방송인이 경복궁을 찾아 '한복에도 중국식이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고궁을 찾는 외국인 관람객은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경복궁과 덕수궁, 창경궁, 창덕궁, 종묘의 외국인 관람객을 모두 합치면 314만명에 달한다.

문화계 관계자는 "한복은 생활 복장인 만큼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예 기본 형태를 바꿔서 해외에 알리는 것은 우리 것을 잃을 우려가 있다"며 "외국인 관람객이 많은 고궁 등 장소는 지침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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