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로 화제, 함안 태생 한국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
함안 태생으로 일본에서 미술평론으로 명성
1960∼70년대 일본 미술 모노하 운동 이끌고
20세기 한국 현대미술 대표 단색화 선두 작가
도립미술관 작품 소장, 함안 생가 터에 작품도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각종 의혹 사건을 조사하는 특별검사팀이 김 씨 오빠의 장모 집을 압수수색하며 나온 이우환(89) 화백의 그림이 화제다.
작품 '점으로부터 800298번'은 가로 33㎝, 세로 24㎝ 크기로 파란 점이 농도가 옅어지며 반복해 찍혀 있는 모양이다. 이 작품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에 제작된 '점으로부터' 시리즈 중 한 점으로 추정된다.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1억 2000만 원에 구매해 김건희 씨 측에 전달했다. 특검팀은 김건희 씨가 그림을 대가로 김 전 검사 지난해 창원 의창 국회의원 선거 공천 과정에 개입하고 국정원에 자리를 만들어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위작 논란이 있지만, 이 '작은' 작품이 1억 2000만 원이나 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 이도 적지 않을 테다. 이우환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여서 작품이 우리나라 생존 작가 중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1년 8월 24일 그의 1984년 작 '동풍(East winds)'이 미술품 경매시장인 서울옥션에서 31억 원에 낙찰됐다. 국내 생존 작가 중 미술 시장에서 30억 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그해 6월 경매에서도 1975년 작 '점으로부터' 시리즈가 22억 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함안에서 태어나 일본서 이름 얻어 = 이우환은 1936년 함안군 군북면 명관리 222번지(평광마을 구식골)에서 태어났다. 이후 면 소재지인 덕대리 272-5번지로 이주해 살면서 군북국민학교에 다녔고, 부산 경남중학교와 서울사대부고를 졸업했다.
문학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성적이 부족해 1959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로 진학했다. 하지만, 그해 바로 중퇴하고 아직 수교 전이던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명문 사립대 니혼대학 문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고민 끝에 철학도의 길을 포기하고 화가의 길을 걸었다.
이우환은 일본에서 작품보다 미술평론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1969년 당시 일본 대표 미술 잡지 <미술수첩> 제6회 예술 평론 공모에 '사물에서 존재로'가 가작으로 당선돼 평론 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존재와 무를 넘어서-세키네 노부오론', '다카마쓰 지로-표현 작업으로부터 만남의 세계로' 같은 평론이 일본 미술계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이것이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까지 일본 미술에서 크게 유행했던 모노하(物派)의 이론적 토대가 된다. 모노하는 물체 자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본 미술운동이다. 예를 들어 돌이나 나무 등 거의 손을 대지 않은 물체를 그대로 작품으로 구성하며, 재료들 사이의 관계, 작품과 관객의 만남에서 의미를 찾는 식이다.

◇과정은 험난했으나 결국 세계적인 작가로 = 돌아가신 분까지 포함한다면 우리나라 미술 작품 중 최고가는 단연 김환기(1913~1974) 화백의 것이다. 김 화백의 작품 '우주'(05-IV-71 #200)는 2019년 홍콩 경매에서 당시 환율로 약 132(8800만 홍콩달러)억에 낙찰됐다. 한국 현대미술 작품 중 경매 최고가였다. 김환기는 같은 시기 활동한 박서보(1931~2023) 등과 함께 20세 한국 미술의 정점인 단색화(모노크롬) 흐름을 상징하는 작가다.
이우환 역시 이들과 함께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작가로 분류된다. 이우환은 1967년 도쿄 사토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초기엔 '점으로부터' 또는 '점에서' 제목을 붙인 점 연작을 그리다가 1970년대부터는 선을 사용한 '선으로부터' 연작을 그리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 시작한 조각 작업 '관계항' 혹은 '항' 시리즈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모노하 형태로 주로 돌과 철판으로 이뤄진다. 철판과 돌은 만들어진 것과 만들어지지 않은 것을 대표하는 것의 대비를 통해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의 그림은 1980년대 잠시 단정한 형태를 벗어났다가 1990년대 들어 다시 이전보다 더 단순화된 형태로 돌아온다. 대표적인 '조응(Correspondence)' 시리즈는 큰 캔버스에 색깔 있는 점이 하나 혹은 둘만 찍히는 간단한 구조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는 신분 탓에 일본에서 작가 생활은 쉽지 않았다. 1970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당시 <재팬, 아트, 페스티벌>을 기획하며 이우환을 선발했지만, 일본 쪽에서 이우환의 국적이 한국이라며 거절했다. 1971년 제7회 파리비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하며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지만, 일본 국적이 아니어서 어떤 상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1974년 독일 뒤셀도르프 미술관에서 열린 <일본현대미술전>에 참여하고, 1976년 당시 유럽 주요 갤러리 중 하나인 독일 보쿰 '갤러리m'에서 개인전을, 1977년 독일 카셀 도큐멘타 참가, 1978년 다시 뒤셀도르프 미술관에서 개인전 등 이후 이름난 행사와 장소, 미술관에서 수많은 국제전, 개인전을 열며 주목을 받았다.


◇지역에서 이우환 만나기 = 2010년 이우환 미술관이 일본 나오시마에 개관했고, 2015년 부산시립미술관 별관으로 이우환 공간이 문을 열었다. 2022년에는 프랑스 아를에도 이우환 미술관이 생겼다.
경남도립미술관이 그의 1983년 작 '선으로부터'(1983)를 포함해 작품 12점을 소장하고 있다. '선으로부터'(1983)은 이번 압수수색으로 화제가 된 작품 시리즈 이후의 것으로 이전의 단정하고 일률적인 형태보다 형태와 붓 자국이 자유로운 모습이다.
군북면 덕대리 그가 살던 집터에도 그의 작품 '항 - 조용히'가 설치돼 있다. 가로 2.4m, 세로 2m, 두께 2㎝ 직사각형 철판 위에 가로 세로 높이 각 60㎝인 돌을 얹은 모양이다. 2006년 제작한 작품으로 같은 해 이우환이 직접 현장을 지휘하며 설치했다.
통영시 동호동 남망산조각공원에도 작품 '관계항 - 꿈꾸는 언덕'이 있다. 1997년 8월 18일부터 9월 4일까지 이곳에서 열린 통영 국제 야외조각 심포지엄 때 설치된 것이다.
/이서후 기자
※참고 문헌
1. [경남도립미술관 소장품 산책] 3화 인간과 존재, 세계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작가, 이우환. (박현희 학예사. 경남도민일보 누리집)
2. 국립현대미술관 2021년 <한국의 단색화> 전시 설명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
3. 함안군 역사인물 '이우환' (함안군 문화관광포털 누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