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역서 18만명 반정부 시위···르코르뉘 내각, 출발부터 ‘삐그덕’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인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신임 총리를 임명한 다음날인 10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약 18만명이 참여한 반정부 시위가 열려 주요 도시의 교통이 마비되고 수백명이 연행됐다. 하원 다수당이 좌파 연합인데도 또다시 우파 총리를 선택한 마크롱 대통령과 정부가 추진하는 긴축 예산안에 대한 불만이 분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전국에서 열린 812건의 집회·시위 및 도로 봉쇄에 약 17만5000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경찰·군 8만명이 시위 저지에 동원됐다. 불법행위를 한 473명이 체포됐고 이 중 339명이 구금됐다.
AP통신은 ‘모든 것을 막자’라는 슬로건 아래 개최된 이날 시위가 마르세유, 릴, 낭트, 그르노블, 리옹 등 대도시는 물론이고 소도시로도 확산했다고보도했다. 시위대는 불붙은 쓰레기통, 트랙터 등을 바리케이드로 활용해 도로, 학교 입구를 봉쇄했다. 일부 지역에선 전선이 절단돼 열차 운행이 중단되고 교통이 마비됐다. 서부 렌에선 버스가 불 탔다. 경찰은 시위대에게 최루탄을 사용했다.
시민 수천명이 참여한 파리 집회에선 “르코르뉘, 당신은 환영받지 못한다” “마크롱 폭파” 등의 피켓이 등장했다. 21세 학생 밥티스트 사고는 “한 총리가 방금 물러났는데 바로 또 다른 우파 총리가 들어섰다”며 “그들은 부유층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대신 노동자, 학생, 은퇴자 등 어려움을 겪는 모든 사람에게 부담을 지우려 한다”고 AP에 말했다.
이번 시위는 애초 지난 5월 예고됐으나 당시엔 반향을 얻지 못했다. 지난 7월 당시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긴축 예산안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시위 참여 희망자가 늘었고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9일 르코르뉘 총리를 임명한 것이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좌우의 많은 유권자가 변화를 원하는 자신들의 요구가 무시당했다고 느낀다. 이들은 르코르뉘 임명을 마크롱 대통령이 친기업 경제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시위가 “르코르뉘에게 혹독한 신고식이었다”고 전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과반을 차지한 다수당이 없는 의회에서 야권의 지지를 끌어내 연말까지 긴축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르코르뉘 총리에게 내각을 구성하기 전 야권과 협의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야권에선 르코르뉘 총리 임명은 민심을 거부하는 대통령의 완고함을 보여줄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대표는 르코르뉘 총리가 입각 제의를 해도 사회당원들은 수락하지 않을 것이며 마크롱 정부가 정책 노선을 바꾸지 않는다면 또다시 총리 불신임 투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AP는 이번 시위가 “마크롱 대통령 집권 기간 내내 반복된 불안을 재차 드러냈다”며 르코르뉘 총리가 “바이루 정부의 몰락을 초래했던 것과 같은 정치적 불안정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긴축 예산안을 밀어붙이던 바이루 전 총리는 지난 8일 의회가 총리 불신임을 의결해 실각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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