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는 곳도?···‘땜빵 아파트’ 뒤엔 마루시공 불법하도급 있다

대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시멘트 바닥 곳곳으로 균열이 퍼져 있다. 또 다른 현장엔 건설자재 찌꺼기가 바닥에 널려 있다. 11일 최우영 한국마루노동조합 위원장이 공개한 사진 속 마루시공 노동자들이 마주한 현장 모습이다. 노동자들은 균열이 가고 각종 오물이 나뒹구는 바닥을 현장관리자의 지시에 따라 ‘땜빵’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앞에 모인 마루시공 노동자들은 이러한 ‘땜빵 아파트’ 뒤엔 건설 현장에 만연한 불법 하도급 구조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직접 확보한 56개 무면허 마루시공 업체 명단과 진정서를 경찰서에 제출하고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 위협하는 불법하도급 구조 개선하라”고 외쳤다.

마루시공 업계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이뤄져 있다. 건설사가 마루회사에 하도급을 주면 마루회사가 ‘오야지’로 불리는 현장관리자에게 다시 하도급을 준다. 현장관리자는 개별 마루시공 노동자들에게 일을 주는데 급여는 때에 따라 다른 곳에서 지급한다. 마루회사로부터 지시를 받는 사실상 근로계약을 맺고서도 3.3% 사업소득세를 내는 경우도 잦다. 이번 회견에서 공개한 무면허 마루업체 명단은 이러한 ‘가짜 3.3’ 형태로 위장고용된 노동자들이 국세청에서 소득세 자료를 일일이 발급받아 확인했다.
건설현장에서의 다단계 하도급은 원칙상 불법이다. 건설산업기본법(29조 3항)을 보면 건설회사로부터 일을 하도급받은 자는 이를 다른 사람에게 다시 하도급할 수 없다. 부실공사, 안전사고, 불공정 거래 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 노동자들은 불법 하도급 구조 안에서 고용 불안을 겪는다. 노동자들은 이러한 고용 불안이 땜빵 아파트 사례처럼 부실시공을 덮는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임금체불, 과로, 산업재해 등도 고용불안 속에서 반복된다고 했다. 실제 2023년엔 대구의 한 건설현장에서 주 80시간 일하던 마루시공 노동자가 숨졌고 지난 7월엔 주 7일 12시간씩 일하던 노동자가 폐암을 진단받아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했다.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은 “원청은 공사비를 낮춰 이윤을 극대화하고 저가 계약을 받은 하청은 재하도급으로 공사를 넘겨 비용을 절감하려 한다”며 “불법으로 얻는 이익이 적발됐을 때 처벌보다 크니 이러한 문제가 고질적으로 반복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2023년부터 국토교통부와 노동부에 불법하도급 문제를 수사해달라고 자료를 제출했지만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며 “정부와 국회, 모든 건설관계자들은 모두의 안전을 위해 불법 하도급 근절에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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