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골프 동호인 놀이터로 전락한 천안 도솔공원
천안시 원상복구 통보에 ‘못 나간다’ 막무가내식 반발
단호한 공권력 행사 필요하다는 여론 고조..市 ‘법대로 행정조치’ 방침
(시사저널=전종규 충청본부 기자)

천안 도심의 대표적 시민 휴식 공간인 '도솔공원'이 파크골프 동호인들의 '막무가내식' 장기 점거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이용시민의 불편이 커지자, 단호한 공권력의 행사가 요구된다는 여론이 고조 되고 있다.
천안시는 2013~2017년 560억 원을 들여 동남구 신부동 119 일원 6만1427㎡ 터에 문화 휴식광장인 '도솔공원'을 조성했다.
이 일대는 경부고속도로 나들목과 종합터미널, 백화점, 집합상가, 아파트단지 등이 몰려있다. 반경 5km 안에는 단국대학교 등 5개 대학이 밀집한 '안서동 대학가'가 자리하고 있다. 하루 수십여만 명이 몰리는 천안 최대 유동인구 밀집지역이다. 도솔공원은 시민들이 이 같은 도심의 번잡스러움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와 휴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기획된 문화광장이다.
그러나 이 휴식 공간이 일부 파크골프 동호인들의 이기적 행태로 제 기능을 잃은 채 파행 운영되고 있다.
천안시 파크골프 협회는 2018년부터 도솔공원 잔디광장에 18홀 규모(4825㎡)의 파크골프장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전체 공원면적의 24%에 달한다. 천안시 등에 따르면 이곳 골프장 이용객은 어림잡아 하루 400여명 안팎이다. 수십만 시민이 함께 공유해야 할 공적공간이 극히 소수의 동호인 단체에 의해 독점화 되고 있는 셈이다.
2018년 당시 구본영 천안시장은 급증하는 파크골프 동호인들의 거듭된 민원을 받아들여 향후 원상복구를 조건으로 광장에 한해 한시적 사용을 허용했다. 여기에 광장 지하 주차장도 무상(2시간)으로 이용하게 했다. 당시는 이용객이 많지 않은 데다 노년층 연령대가 많은 파크골프 동호인들의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크골프 동호인들 수가 급증하면서 협회는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천안시는 올해 초 애초 목적이었던 '광장'을 '공원'으로 바꾸기 위한 '도시계획 시설변경' 절차를 마치고 설계 용역에 들어갔다.
이에 시는 파크골프협회 측에 골프장 원상복구와 퇴거를 요청했다.
그러나 협회는 "일방적 통보를 받아 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는 한발 물러서, 올해 말까지 골프장 이용 승인(임시)을 미뤄줬지만, 협회 측은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내년 지방선거 표를 의식한 지역 선출직이나 전직 경찰공무원 등 유력인사를 앞세워 시에 압박까지 가하고 있다.
광장 조성 사업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면서, 시는 당장 도솔공원 관련 국비 공모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시는 올해 산림청 '기후 대응 도시숲' 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비 30억 원을 받아왔지만, 용역업체와 계약을 못하고 있다.
또 도솔 잔디광장에 꾸미려 했던 '미디어 월' (Media Wall· 벽면 등에 영상 디지털 콘텐츠로 채우는 것) 설치 계획도 미뤄지고 있다.
시민 여론은 천안시에 강도 높고 단호한 공권력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시민 김기표 씨(62·신부동)는 "시민이 함께 이용해야 할 공적공간을 극히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독차지하고 있는데 이런 비상식적 행태를 이해할 시민은 아무도 없다"며 "애초에 공원 한복판을 극히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이용하게 해 준 시 행정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파크골프협 관계자는 "공원 인근 6개 클럽의 회원들이 골프를 하는 곳이다. 노인들이 여기서나마 활기를 찾고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을 굳이 뺏어갈 이유가 있겠느냐"면서 "행복권 침해이고 노인들을 죽이는 처사다. 절대로 비킬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유세열 씨(21·두정동)는 "고연령층이란 이유로 시민공원을 제멋대로 독점하겠다는 주장 자체가 일고에 가치도 없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시는 이런 불공정 행태에 예외 없는 단호한 조치로 시민들에게 광장을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천안시도 더 이상 물러서지 않을 방침이다.
김석필 시장 권한대행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골프협회 회원 구성인 고령층인 점을 고려해 그동안 그분(회원)들 처지에서 유연하게 대처해 왔다"면서 "그러나 대다수 시민을 위한 변화된 공원계획에 따라 그분들의 바람을 더는 들어줄 수 없다. 법과 원칙에 따라 행정 처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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