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확실한’ 화성 생명체 흔적 발견

곽노필 기자 2025. 9. 1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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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고대 강바닥 유기화합물 분석
미생물 대사 흔적일 수 있어
확증하려면 지구로 가져와야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로봇탐사차 퍼시비런스가 지난해 7월 촬영한 화성의 체야바폭포 암석. 연구진은 이 암석에서 먼 옛날 미생물이 남긴 흔적으로 볼 수 있는 표범 반점(왼쪽 빨간색 원)을 발견했다. 오른쪽 빨간색 원은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감람석이다. 나사 제공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화성 로봇탐사차 퍼시비런스가 수십억년 전 흘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강 바닥에서 채취한 암석에 고대 미생물 생명체 증거가 보존돼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주 스토니브룩대 조엘 휴로위츠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해 7월 예제로충돌구의 ‘체야바 폭포’라는 이름의 퇴적암에서 채취한 표본 ‘사파이어 캐년’에서 잠재적 생체신호(potential biosignatures)를 발견했다고 1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잠재적 생체신호란 생물학적 기원을 갖고 있지만 생명체 존재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더 많은 데이터나 추가 연구가 필요한 물질이나 구조를 말한다.

교통부 장관 겸 나사 국장대행 숀 더피는 “지금까지 화성에서 발견한 가장 확실한 생명체의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암석 표본을 채취한 곳은 예제로 충돌구로 흘러들어온 물이 만든 폭 400m의 네레트바 계곡 북쪽 가장자리의 바위가 많은 ‘브라이트 에인절’ 지형이다. 퍼시비런스는 이곳을 탐사하던 중 가로 1m, 세로 0.6m 크기의 암석에서 표본을 채취했다. 이는 퍼시비런스가 수집한 25번째 표본이다. 암석으로선 22번째다.

퍼시비런스가 7월23일에 찍은 셀카. 퍼시비런스 왼쪽으로 사진 가운데에 있는 암석이 체야바폭포다. 나사 제공

표범 반점 무늬에서 발견된 두가지 광물

나사 연구진은 퍼시비런스의 과학장비를 통해 살펴본 결과, 이 암석이 점토와 실트(모래보다 작고 점토보다 큰 토양입자)로 구성돼 있다는 걸 발견했다. 지구에서 이런 암석은 아주 오래 전 미생물 생명체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표본에는 또 탄소, 황, 산화철(녹), 인이 많이 함유돼 있었다.

휴로위츠 교수는 “브라이트 에인절 지형에서 발견된 화학물질의 조합은 이것이 미생물 대사의 에너지원이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화성 로봇탐사차 퍼시비런스의 이동 경로. 맨왼쪽이 이번에 채취한 암석 사파이어 캐년이 있는 브라이트 에인절 지형이다. 나사 제공

연구진은 특히 화살촉 모양의 체야바폭포 암석에서 발견한 반점 무늬에 주목했다. 1mm 크기의 흰색 반점이 곳곳에 있고 각 반점은 검은색 고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연구진은 표범 반점으로 명명된 이 무늬에서 철분이 풍부한 두가지 광물, 즉 비비아나이트(수화 인산철)와 그레이자이트(황화철)을 확인했다. 비비아나이트는 지구에서 퇴적물, 토탄 습지, 부패하는 유기물 주변에서 발견되는 물질이다. 그레이자이트도 특정 미생물이 생성할 수 있는 물질이다.

연구진은 “퇴적물과 유기물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런 광물 조합은 미생물 생명체의 잠재적 지문”이라며 “미생물은 이런 반응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런 광물은 지속적인 고온, 산성 조건, 유기화합물과의 결합 등 생물학적 반응 없이도 생성될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 다만 브라이트 에인절 지형의 암석이 고온이나 산성 조건을 경험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표본을 채취한 뒤의 체야바폭포(왼쪽) 암석. 흰색 부분은 퍼시비런스가 성분 분석을 위해 암석 표면을 문지른 흔적이다. 오른쪽 암석에도 문지른 흔적이 보인다. 나사 제공

특별하다기보단 흥미로운 증거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번 발견이 퍼시비런스가 탐사한 퇴적암 중 생성연대가 가장 어린 퇴적암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는 화성에선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외계 생명체를 찾는 과학자들이 즐겨 인용하는 칼 세이건의 명언 중엔 “특별한 주장에는 특별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현재로선 체야바 폭포 암석의 증거는 특별하다기보다는 흥미로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휴로위츠 교수는 “이 암석에서 생명체 증거가 나올 확률은 동전 던지기보다 낫다”며 “20달러를 걸고 내기를 하자면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확실한 결론을 낼 수 있으려면 채취한 암석 표본을 지구로 가져와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나사가 2030년대 초반으로 잡아놓은 화성 표본 회수 일정은 현재로선 계획대로 진행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나사는 지난해 화성 표본 회수에 따르는 비용 추정치가 110억달러로 치솟자 기존 회수 방법 대신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퍼시비런스가 채취한 표본은 암석 27개를 포함해 총 30개다. 목표는 38개다.

*논문 정보

Redox-driven mineral and organic associations in Jezero Crater, Mars. Nature(2025).

https://doi.org/10.1038/s41586-025-09413-0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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