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 세력은 왜 한국에 주목하는가 [세상읽기]

한겨레 2025. 9. 1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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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빌드업 코리아 2025’ 행사가 열리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서복경 | 더가능연구소 대표

지난주 미국 ‘마가’(MAGA) 세력과 관계된 두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엘지에너지솔루션 공사 현장에서 미 국토안보국이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을 체포한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9월5∼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빌드업코리아’ 행사였다. 전자가 마가 세력이 미국 국내 정치에서 한국 기업과 한국인을 어떻게 이용하려고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면, 후자는 마가 세력이 한국을 글로벌 영향력 확장을 위한 주요 거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확인시켜주는 행사였다. 두 사건은 향후 마가 세력의 활동 범위나 방향을 드러내주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긴밀한 대처와는 별도로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마가 세력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1기 때부터 미국 국내 정치활동을 넘어 글로벌 극우 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활발히 움직였다. 스티브 배넌이 2018년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두고 활동을 시작했던 ‘더 무브먼트’(The Movement)가 대표적이다. 배넌은 트럼프 1기 마가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로,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페인을 이끌었고 초대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냈다. 지난 9월6일 킨텍스에서 열린 ‘빌드업코리아’ 행사에서, 배넌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협력 아래 선거를 훔친 정당은 대한민국, 한국 국민을 억압하려 들 것’이라고 말하며, 현장에 모인 국내 극우 세력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더 무브먼트’는 출범 당시 ‘유럽 우익 세력을 지원해서 유럽의회 의석 3분의 1을 확보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힐 만큼 공격적인 방향을 설정했다. 유럽 각국 우익 정당들에 선거 전략, 미디어 캠페인 등을 지원해서 반유럽연합 정서를 확산하고, 글로벌 수준에서 이민자 이동을 차단하고 경제적 민족주의를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마가 노선의 글로벌화 전략이다. 단체는 이 노선 아래 유럽 극우 정당과 세력들을 적극적으로 접촉했다. ‘더 무브먼트’의 유럽 영향력 확장 전략은 그 자체로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기 애매하다. 유럽 극우 정당들 입장에서 미국 마가 세력의 지원을 드러내놓고 받는 건 자국 국내 정치에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었으므로, 겉으로 극우 정당들은 마가와 독립적인 노선을 고수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마가 세력이 타깃으로 삼았던 유럽 각국 극우 정당들은 현재 승승장구(?) 중이다. 나이절 패라지가 이끌고 있는 영국개혁당(Reform UK)은 이달 첫주 기준 영국 노동당이나 보수당을 압도적으로 따돌리고 여론조사 1위를 지키고 있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프랑스 국민연합(RN) 역시 9월 첫주 기준 좌파연합 신인민전선(NFP)이나 에마뉘엘 마크롱의 앙상블(ENS)을 능가하는 지지율 1위다.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기민기사연합(CDU/CSU)과 1%포인트 차이로 1위를 다투고 있다. 헝가리 집권당 피데스(Fidesz)는 마가 세력 글로벌 네트워크의 유럽 파트너 역할을 자임하며, 2022년 이후 매년 보수정치행동회의(CPAC)를 개최하고 있다. 이 회의에는 스티브 배넌을 비롯한 미국 마가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며, 유럽 내 극우 인사들과 남미 극우 인사들도 다수가 참여한다. 이들은 마가 이념의 글로벌화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마가의 글로벌 연대를 목표로 천명하고 있다.

오는 13일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트루스포럼’이 열린다고 한다. ‘트루스포럼’은 국내 극우 청년단체로, 2025년 대선 부정선거론과 ‘윤 어게인’의 정당성을 미국에 알릴 계획이라고 한다. 마가 세력 입장에서 여러모로 한국은 아시아 마가 근거지로 삼기에 매력적이다. 극우 개신교라는 안정적인 자생 기반이 있고, 스스로 마가 노선을 받아들이는 능동성을 갖추었으며, 유튜브를 바탕으로 ‘미래 세력’으로의 재생산 기반까지 갖추었다. 유럽 극우들처럼 자존심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전한길이 “내 뒤에 미국이 있다”고 한 말은 허언이 아니다. 마가 세력은 점점 더 우리나라 국내 정치에 개입하려고 할 것이다. 국내 극우는 최소한의 자존심이나 애국심조차 부재하기에 향후 그 영향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국내 시민사회도 이제 글로벌 마가 네트워크의 충실한 일원이 된 국내 극우가 벌이는 행태에 주목하고 심각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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