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대통령실 2중대' 아니다... 새 정부서 달라진 당정관계

정지용 2025. 9. 1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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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협력관계.'

여권에서 보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관계는 이같이 요약된다.

지난 7일 서울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선 검찰개혁 후속 입법의 주도권을 두고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정 대표 사이에 의견 대립이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정부 출범 직후 갈등 관계였던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축출했고, 문재인 정부에선 대통령실이 적폐청산, 최저임금 인상, 남북관계 개선 등을 앞장서서 추진하면 당은 이를 뒷받침하는 위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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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강성 지지층 배경 개혁 선봉에
이 대통령, 검찰개혁 속도 조절 주문
대통령실 주도 文 및 尹 정부와 달라
역할 분담·당정 간 뉴노멀 해석 분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11일 저녁 외식 행사를 갖기 위해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으로 걸어서 이동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미묘한 협력관계.'

여권에서 보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관계는 이같이 요약된다. 양측 모두 "당정 원팀"을 외치지만, 협치와 개혁 입법을 두고 엇박자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력이 가장 강한 취임 100일 동안 대통령실과 민주당 지도부의 온도차는 이례적이란 평가가 많다. 여권에선 "지금은 내년 지방선거를 고려해 당정이 충돌은 피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앞으로 대통령실이 주도권을 세게 잡으려 하거나, 반대로 당이 치고 나가려 하면 권력이 분화하거나 갈등이 분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갖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회동하는 것은 지난 6월 22일 민주당 김병기 당시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한 지 78일 만이다. 왕태석 선임기자

협치·검찰개혁 등에서 엇박자 노출

무엇보다 당정 간 엇박자를 숨기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자신이 주재한 여야 대표와의 회동에서 "저는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긴 하지만 이제 국민의 대통령,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 대표님은 여당이신데 더 많이 가지셨으니까 더 많이 내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를 향해 국민의힘과의 '협치'를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하루 뒤인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심판 대상이 될지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을 자극하는 '내란'을 26번 외치는 동안, 전날 이 대통령이 당부한 '협치'는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사법·언론' 등 3대 개혁의 선봉에 선 것도 여당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민주당의 검찰개혁과 관련해 "합리적으로 논쟁하고 토론하라"며 속도 조절을 주문할 정도다. 그러나 정 대표는 당일 오후 페이스북에 "검찰·언론·사법개혁을 폭풍처럼 몰아쳐 전광석화처럼 해치우자"고 썼다.

지난 7일 서울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선 검찰개혁 후속 입법의 주도권을 두고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정 대표 사이에 의견 대립이 있었다. 정부 몫인 검찰개혁 후속 입법을 담당할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와 관련, 정 대표가 "당도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자, 우 수석이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충돌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의도적 역할 분담인가, 당정관계 뉴노멀인가

대통령의 위세가 치솟는 정부 초기 당정 간 엇박자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정부 출범 직후 갈등 관계였던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축출했고, 문재인 정부에선 대통령실이 적폐청산, 최저임금 인상, 남북관계 개선 등을 앞장서서 추진하면 당은 이를 뒷받침하는 위치였다.

이를 두고 이재명 정부 특유의 역할분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이 민생·경제 해결에 집중하고, 여당이 개혁과 내란 종식을 전담하고 있다는 취지다. 민주당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이 대통령은 '국민 통합' '중도 실용' 이미지를 가져가야 한다"며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검찰개혁 등은 정 대표가 떠안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 내에서는 '강성 지지층이 당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잖다. 이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의원은 "정부 초반 개혁 과제를 완수하고 내란을 종결해야 한다는 게 강성 지지층 여론"이라며 "이 대통령도 이를 알기 때문에 쉽사리 당 제어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 대표도 강성 지지층을 배경 삼아 '대표 연임'을 위해 선명성 짙은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새 정부 들어 당정 분리가 일상화됐다는 시각도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당 선거에 개입한 윤 전 대통령이 특검 수사를 받으면서 과거와 같은 당정 일치는 제도적으로 어려워졌다"며 "이재명 정부 입장에선 새로운 정치 환경 속에 당정관계를 재설정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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