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尹 탄핵심판 가장 공들여 쓴 결정문… 가장 중요한 문장은"
"가장 중요한 문장은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
탄핵선고 당일 아침 '헌재 가는 출근길' 걱정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두고 처음부터 전원 일치 주문을 예감했다고 회고했다. 평의 기간이 길어진 데 대해선 표결을 한 번밖에 할 수 없어 충분한 토론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행은 10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법률가의 길-헌법소원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열린 특별강연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언급하면서 "저는 처음부터 전원일치가 가능하고, 전원일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행은 이날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한 이후 서울에서 처음으로 공개 강연에 나섰다.
사회를 맡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전원일치 파면'의 가장 중요한 요인을 묻자 그는 "개인적으로는, 1980년 한국에서 비상계엄이 있었는데 그때 우리가 이겼다. 그런데 2025년에 국민들이 이걸 용납할 수 있을까, 국민들이 용납할 수 없다면 재판관도 용납할 수 없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상대를 존중하는) 관용과 자제인데, 비상계엄은 정치를 없애버리고 군인을 동원해 다스리겠다는 것"이라며 "(헌법재판관들이) 그걸 용인하지 않을 거라고 봤다"고 강조했다.
탄핵 결정문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으로는 "정부와 국회 사이의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조율되고 해소돼야 할 정치의 문제"를 꼽았다. 문 전 대행은 "국회도 문제가 있다고 봤지만 그건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해소할 정치 문제지, 병력을 끌고 와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이게 가장 뼈아플 것(이라고 봤다)"이라고 설명했다. 관용과 자제의 정신을 강조하고 싶었다면서 "탄핵결정이 나고 나니 정작 (정치권이 결정문을) 음미하지 않는 것 같다"는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왜 윤 전 대통령이 아닌 국회 잘못을 언급하냐는 일각의 비판에는 "결정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은 국회가 문제라 계엄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그건 비상계엄을 통해 풀 문제가 아니라고 선언해야 논리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또 "제가 본 결정문 중 이보다 더 공들여 쓴 결정문은 없다"며 "초안에 '더불어'라는 단어가 있었는데, 특정 정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또한'이라고 바꿨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결정문이 쉽게 쓰였다는 호평에 대해선 "이 사건은 국민이 피해자이니, (이해가 편하도록) 쉽게 쓰자는 암묵적 공감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평의 기간이 길었던 것에 대해서는 "이런 사건은 표결을 한 번 하고 다시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충분히 토론하고, 충분히 생각한 다음 표결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탄핵심판 선고일인) 4월 4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무슨 생각을 제일 먼저 했느냐'는 질문에는 "관사에서 헌재까지 가는 길에 불상사가 없어야겠다, 백만 분의 일의 가능성도 없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부터 올해 4월 4일 탄핵심판 선고까지의 기간에 대해서는 "너무 길었다"면서 "군대 제대 직전에 '제대 못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문 전 대행은 탄핵심판 당시 상황에 대해 "어떤 정당은 면담을 제안했는데 거절했다"면서 "면담을 받아주는 것 자체가 재판의 독립을 해치는 것이다. 그 결과를 국민이 받아들이겠냐"고 전하기도 했다. 또 "사법부는 국민들이 헌법을 통해 견제 권한을 부여한 기관인 만큼 '국민 대표(국회)가 하는 일에 왜 사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하느냐'는 건 옳지 못하다"면서 "사법부 권한에 대한 존중이나 관용 없는 개혁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행은 재판소원 논의에 대해선 "(사실상의) 4심제가 될 것"이라면서 "인정 위헌 결론이 나오면 재심을 하도록 하는 것이 낫다"고 의견을 밝혔다. 검찰개혁에 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저는 검찰개혁에 관해 공부한 적이 없어 어떤 입장도 없다"고 말을 아꼈다.
고단했던 개인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문 전 대행은 한 문장으로 인생을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어렵게 살아왔다"며 "교복을 친척에게 물려받는 심정을 모르실 것"이라고 답했다. "어렵게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다시 태어나서 새로 시작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발언도 나왔다.
판사의 역할에 대해선 "좋은 판사가 되려면 '왜 나는 판사가 되려 하나'를 계속 질문해야 한다"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많아야 하고, 갈수록 국민들의 세계와 판사의 세계가 일치해야 한다"면서 사법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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