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신현빈, 두 얼굴의 박정민…연상호 ‘얼굴’ 11일 개봉

연상호 감독이 단 2억원을 들여 만든 초저예산 상업영화 ‘얼굴’이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탁월한 이야기꾼인 연 감독 그리고 권해효, 박정민, 신현빈 등 명품 배우들의 조합으로 부족한 점 없는 한 편의 수작이 탄생했다.
개봉을 하루 앞둔 10일, 영화 ‘얼굴’의 연 감독과 배우들을 서울 메가박스코엑스에서 화상(스크린)을 통해 만났다. ‘얼굴’이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돼 9일(현지시간) 전세계 최초 상영을 마친 직후 화상을 통해 국내 취재진과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얼굴’은 기적이라 불리는 시각장애인 전각(도장 예술) 장인 ‘임영규’의 아들 ‘임동환’이 40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어머니 ‘정영희’의 백골 시신을 발견 후, 그 죽음 뒤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배우 박정민이 1970년대 젊은 임영규와 현재의 아들 임동환을 1인 2역 연기했고 현재 노년의 임영규는 권해효가, 정영희는 신현빈이 연기했다.

연 감독은 “토론토영화제의 1800석 정도의 극장이 꽉 찼다. 영화가 끝나고 자정이 넘은 시간 GV를 진행했는데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관객도 과연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을까 우려했던 것이 무색하게 모두 영화를 100% 이해하고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이야기의 첫 발단은 영정사진 없는 백지 상태로 장례를 치르기가 민망해 아들 동환이 어머니 정영희의 얼굴이 나온 사진 한 장을 찾으며 시작된다. 40년 동안 존재도 몰랐던 정영희의 자매가 장례식장에 나타나 동환에게 “영희는 얼굴이 괴물처럼 못생겨서 사진 찍는 걸 싫어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괴물같이 못생긴 애가 멀쩡한 집안에 불화를 일으키더니 어느날 집을 나가버렸다”고 경멸스런 어조로 말한다.
마침 아버지 영규를 주인공으로 전각 장인의 일대기를 담을 다큐멘터리를 촬영중이던 방송국 김PD(한지현)는 본능적으로 이 집안의 가족사에 더 큰 이야기가 있음을 감지하고 동환과 함께 정영희의 ‘얼굴’을 찾는데 동참한다. 그렇게 과거사를 거슬러가며 만나는 영희의 지인들은 어쩌면 저리도 무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희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언어폭력을 당당하게 자행한다. 그리고 추적의 끝에 기다리는 것은, 그녀의 남편 영규도 (한번도 보지 못한)영희의 얼굴을 혐오했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내내 정영희에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막상 그녀의 얼굴은 영화 러닝타임 내내 비밀에 붙여진다. 연 감독은 “영화는 한마디로 임영규라는 남자의 뒤틀린 내면으로 관객을 안내해가는 이야기”라며 “관객들을 임영규의 뒤틀린 내면으로 안내하기 위해서는 마치 임영규처럼 (정영희의 얼굴을)상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했다”고 설명했다.
배우의 얼굴이 전혀 안 나오는 역할. 출연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말에 신현빈은 “연기를 준비하면서 ‘두렵다’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재밌었다”며 “이 사람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데 이 사람이 어떤 감정인지 사람들이 알 수 있을까. 표졍이 아닌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기존에 제가 갖고 있던 생각도 달라졌다. 열린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반대로 1인 2역을 맡아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 박정민은 “이 작품 원작만화(연상호 감독 작품)에 호감이 굉장히 컸다. 저는 연상호 감독님이 사회에 투덜되는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좋다. 기꺼이 참여하고 싶었고, 적은 개런티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규와 동환 두 사람을 연기했는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감정은 수치심과 모멸감이라고 생각한다”며 “영규는 그 감정이 자기의 장애, 내면에서 발현되는 것이고, 아들 동환은 외부로 방향을 돌리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독특한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에 대해 연 감독은 “저 자신을 성찰하면서 시작됐다”고 고백했다. ‘왜 나는 이토록 성취 또는 성과에 집착하는가. 이런 나는 어디에서부터 만들어졌는가’를 생각했다고 밝혔다.
“성취에 집착하는 토대는 한국사회가 1970년대 급격한 고도성장을 이루면서 만들어졌다는 답을 내렸어요. 우리는 무엇을 잃었나, 또 무엇을 착취했는가, 하는 질문으로 넘어갔죠. 그렇게 자신의 커다란 핸디캡을 이겨낸 기적의 사나이, 단 한번도 앞을 보지 못했는데 시각 예술을 하는 임영규라는 인물과 그 정반대편에 선 정영희라는 인물을 등장시키기로 했어요.”
신현빈도 “정영희는 누구보다도 가장 유약해보일 수 있고 편견속에 놓인 사람이긴 하지만, 반대로 가장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인간의 어두운 면때문에 오해받는 사람이지만 그가 어두움속에서 견뎌내는 모습에서 우리가 배울점이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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