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개혁’ 공격적 언어… 취임 후 ‘민생·회복’ 정책승부 의지 [이재명정부 100일]
조기 대선 나섰던 야당후보 시절
내란·불법비상계엄 청산 강조하며
지지세력 결집·이탈 막기 적극 나서
당선 후엔 내란 극복 특검에게 넘겨
“국민주권 정부” 삶과 직결된 메시지
“안전” “현장” 산재와의 전쟁 의지도
대통령의 언어에는 국가의 미래가 담겨있다. 특히 임기 초반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발신하는 메시지에는 향후 5년간의 국정 방향성과 대통령이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과제들이 녹아있기 때문에 임기 초 대통령의 언어는 국정의 향배를 예측해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가늠자로 여겨진다.


취임 전후 이재명 대통령의 언어 사용에는 뚜렷한 변화 방향이 감지된다. 대선 후보 시절에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내란’, ‘권력’ 등의 공격적인 정치 언어를 매우 빈번히 사용한 반면, 취임 후에는 직접적 정치 공격을 멈추고 온건한 기조로 돌아선 것이 언어로도 확인된다. ‘경제’와 ‘민생’ 등을 자주 언급하면서 정쟁으로부터 한 발 떨어져 실용적으로 국민의 삶을 챙기는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내란’을 총 552번 사용했다. 민주당은 21대 대선이 조기 대선으로 치러지게 된 원인을 친위 쿠데타 세력의 내란으로 규정했고, 이에 따라 자연히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내란과 불법계엄 등을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심판’과 ‘응징’ 등 매우 강한 어조의 용어도 사용됐지만 그 빈도수는 각각 15번, 10번으로 높지 않았다. 이는 진보·보수의 대결 구도 그 자체보다는 비상계엄의 부정적 영향을 국민에게 강조하는 데 더 집중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취임 이전 매우 빈번히 사용됐던 내란이나 계엄, 쿠데타 등 정치적 성향이 강한 표현은 취임 후 사용 빈도가 줄었다. 이 대통령은 6월4일 취임사에서는 내란을 4회 언급했지만 이후 현충일 추념사나 국회 시정연설, 국민임명식 ‘국민께 드리는 편지’ 등에서는 내란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고 광복절 경축사에서 2회, 취임 30일 기자회견과 광복절 재외동포 특별메시지에서 각 1회씩 내란이라는 표현을 썼다. 특히 이 대통령이 각별한 의미를 갖고 준비했던 국민임명식의 메시지에서 내란·계엄·쿠데타 등의 단어가 모두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도 내란이나 계엄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정치학계의 행사인 세계정치학회 서울총회 개막식 연설에서는 예외적으로 친위 군사 쿠데타(6회), 내란(5회), 계엄(1회), 외환(1회) 등 정치적 용어를 적극 사용했다.

이 같은 주요 키워드와 맞물려 연설 및 국무회의 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책임(39회)’, ‘지원(33회)’, ‘주권(31회)’ 등 단어도 자주 사용했다. 노동안전과 연관된 ‘하청(13회)’, ‘사망(20회)’, ‘사고(15회)’, ‘산재(7회)’ 등의 단어도 자주 언급됐다.
이처럼 뚜렷한 기조 변화와 관련해서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호불호가 강한 정치인이고, 대통령 자신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정치적인 것보다는 정책적인 성과로 평가받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에 자신의 역량을 쏟아붓고 그것으로 평가받겠다는 의지가 일관되게 이 대통령의 언어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 가까운 한 여당 의원은 이 대통령이 공언한 수순대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선의 시대적 요구는 내란청산, 경제위기 극복이었다. 그런데 특검이 가동되면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상당 부분이 특검으로 넘어갔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후보 시절 기자회견을 하면서 민생경제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경제·외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한 기조 그대로 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평화와 안전 역시 시기와 관계없이 많이 포착된 단어다. 후보 시절에는 각각 251회와 160회 사용했다. 대통령으로서는 평화는 63번, 안전은 41번 썼다. ‘10·29 이태원 참사’등 지난 정부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은 사태가 많이 발생했던 상황은 이 대통령이 국가의 제1 책무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꼽은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윤석열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을 질책하며, 이재명정부는 그와는 다를 것이라는 신호를 지금도 국민에게 보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언어 사용은 앞으로도 유지될 전망이다. 김관옥 정치연구소 민의 소장은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자다. 현재 정권을 잡았으니 수사적인 언어보다는 실질적인 성과에 집중할 것”이라며 “노동계에도 당부하는 등 균형을 잡으려고 하는 노력들이 결국에는 국가의 역동성, 발전이라는 개념 속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방향성이 선명해졌고, 그에 필요한 언어들이 수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집권 후에는 당에서 그 역할(공격적인 수사)을 맡아서 하고 있다. 일종의 배드캅이다. 대통령은 속된 말로 자기 손에 피를 묻힐 필요가 없다”며 당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기 전까진 역할분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지원·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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