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평범한 시민이 언론에 징벌 손배 나설 수 있을까"

김예리 기자 2025. 9. 1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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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개정안 간담회 "언론보도 피해 구제 누구 위한 건가" 우려
"권력자 아닌 시민 위한 언론중재법 돼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했으면"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언론노조는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언론보도 피해 구제, 누구를 위한 개정인가: 권력자 아닌 시민을 위한 개정을 향하여'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언론 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재차 밝혔다. 권력 감시를 위한 공익 보도를 위축시키는 반면, 일반 시민 피해구제는 담보하지 못할 여지가 크다는 이유다. 충분한 논의 없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4일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하면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방침을 선언했다. 오는 25일 본회의를 열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개정안 발의나 초안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치인을 비롯한 권력자에도 징벌적 손배 청구를 허용하는 방향을 밝히면서 언론 관계 노동조합과 현업단체가 비판과 우려를 제기했다.

지난 5일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허위·조작보도에 대해 고의적인 경우 최소 2억 5000만원, 중과실의 경우 최소 9000만 원 배액배상을 논의 중이다. 언론노조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숙의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 사진=김예리 기자

언론노조는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보도로 인한 시민피해 구제에 적극 동의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그러나 “권력자 아닌 시민 위한 언론중재법 돼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했으면 좋겠다”며 “만들려면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조성은 수석부위원장은 “언론보도에 의한 피해구제에 100% 찬동한다. 그러한 방향으로 법안 개정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제는 추진되는 방향이 '시민 피해 구제'란 목적에 걸맞느냐다. 언론노조는 권력을 감시하는 공익성 보도에 대한 위축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언론개혁특위 간사)은 징벌 손배제가 소송 남발과 봉쇄 소송을 부추길 우려에 대해 “비논리적”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특히 금전적 능력이 있는 권력자들은 오히려 징벌 손배를 더 적극 이용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소송 제기자가 (소송을 통해) 얻을 것이 많아지면 당연히 적극적으로 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현존하는) 일반 손배소를 걸면 고의·중과실을 입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번 징벌적 손배제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이 들어갔다. 고의와 중과실을 요건에 따라 추정하기에 개념상 청구권자 입장에서 일반 손배보다 징벌 손배로 가는 게 더 유리하다”고 했다. “입증책임 부담도 덜고, 손배로 얻는 이득도 많다면 손배 청구가 늘어날 것이라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언론노조는 이 자리에서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대기업에 대한 보도는 징벌 손배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고위공직자의 경우 직접 해명할 수 있고 다른 언론사가 '팩트체크' 보도를 할 수 있다. 일반 시민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과 권력자의 대응 방안은 다르다고 본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언론개혁특위에서 봉쇄소송 대안으로 내놓은 보완책이 봉쇄소송 가능성이 있음을 역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언론개혁특위는 '언론중재위 조정신청 우선주의 적용'으로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대기업은 배액배상 제기 전에 언론중재위 조정신청을 먼저 하고, 중재부가 기각이나 직권조정결정에 나서면 이를 의무로 따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언론사가 배액배상 소송을 당했을 때 법원에 전략적 봉쇄 소송인지 우선 판단을 구할 수 있는 '중간판결'을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들 보완책은 사실상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다. 이들은 중간판결 제도는 적용된 사례가 없어 입증된 제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언중중재 우선주의'의 경우, 심의결과 다수는 양자가 합의에 이르지 않아 조정 결렬로 끝나고, 언중위 소임이 중재인 만큼 사안 자체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맡기기 역부족이라고 했다.

반면 일반 시민이 징벌 손배제에 접근하기는 보다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도원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명예훼손 소송에서 청구할 수 있는 위자료 액수는 상한선이 없다. 힘 있는 사람들은 지금의 제도로 충분히 구제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발의안이) 아직 안 나왔지만 기본 손해액을 5000만 원, 배액을 5배 가중한다고 가정하면 (제소자는) 2억 5000만원을 청구해야 그 안에서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인지대만 한 100만 원이 들고, 패소한다면 상대방 변호사비까지 물어줘야 하는데 그 비용이 1000만 원 정도된다”며 “평범한 시민이 이런 징벌 손배제를 택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한국에서 사실 보도에도 형사고소를 열어둔 법제도 맥락을 고려하면, 언론의 자유와 책임의 균형과 비례성을 감안해 더 깊이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위원장은 “우리도 근본적으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폐지하고 허위사실일 경우 명예훼손 친고죄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방심위의 '공정성' 조항 심의를 폐지하거나 개선하자고도 얘기하고 있다”며 “법안이 나온 뒤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여러 조항을 종합적으로 개정하는 판이 꾸려진다면 논의 여지가 넓어지는데,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먼저 통과시키고 (다른 부분은) 앞으로 얘기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동시에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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