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반려견 동반 관광 분야 개척… 구조견이 내 삶의 방향 바꿔” 한승민 비바인사이트 대표

김동주 2025. 9. 1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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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다대포 도그서핑 성공 계기
13∼14일 울산서 ‘멍스플래쉬’ 개최
템플스테이·영화제 등 콘텐츠 확장
“반려동물 관광은 저변 넓히는 활동”

“직접 구조한 리트리버를 입양했는데, 대형견이라 함께 갈 수 있는 곳이 정말 없었습니다. 함께 추억을 만들 콘텐츠가 부족했죠. 없으면 내가 만들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한승민 대표는 2022년 스타트업 비바인사이트를 창업했다. 전시 마케팅을 하다 자연과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봉사 과정에서 입양한 구조견을 계기로 사업 방향을 정했다.

비바인사이트와 플랫폼 브랜드 ‘멍콕’이 처음 세상에 이름을 알린 건 2023년 부산 다대포에서 열린 도그서핑 페스티벌이었다. 도그서핑은 한국에서는 낯설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월드 도그서핑 챔피언십’이 매년 열릴 만큼 대중화됐다. 이 대회에는 관중 수천 명이 몰려들고, 리트리버·불독·치와와 등 다양한 견종이 서핑을 즐긴다. “캘리포니아 대회를 보면서 파도가 높지 않은 다대포라면 반려견이 안전하게 서핑을 즐기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첫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300명이 넘는 참가자가 몰렸고, 무엇보다 민원이 단 한 건도 없었다. 보호자들이 자발적으로 펫티켓을 잘 지켜준 덕분이었다. 강아지들이 보드 위에 혼자 올라타 파도를 타는 순간, 현장은 감동으로 물들었다. 누군가 밀어주기만 하면 강아지들은 스스로 균형을 잡고 파도를 탄다. “강아지가 웃는 표정으로 파도를 타는 걸 보면서 울컥했습니다. 보호자들도 이런 추억을 만들 수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기뻐했습니다.”

올해는 무대를 울산으로 확장한다. 오는 13~14일 울산 솔개해변에서 열리는 ‘울산 비치 멍스플래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반려견 해양관광 페스티벌이다. SUP(스탠드 업 패들보드)와 투명 카약 체험을 중심으로 물놀이장, 캠핑존 포토존, 스냅 촬영 서비스, 푸드존 등이 어우러진다. MINI 같은 글로벌 브랜드를 비롯해 울산·부산 관광기업지원센터가 육성한 스타트업, 지역 펫기업 등 50여 개 파트너사가 합류했다. 현장에는 수의사와 수상구조요원이 상시 대기하며, 대형 풀장에서 사전 연습도 가능하다. 푸드존에는 ESG를 고려해 다회용기도 도입했다.

비바인사이트의 활동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멍콕’은 반려견 동반 숙소와 체험 예약을 제공하며, 올가을에는 산책 내비게이션 앱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 3년간 전국에서 직접 수집한 3만 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형견·소형견 동반 가능 여부부터 음수대·배변함 위치, 인근 카페 정보까지 안내한다. AI 기술도 적극 활용한다. 제보를 자동 검증해 지도에 반영하고, 고객 문의와 챌린지 운영도 자동화했다. “콘텐츠에서 플랫폼을 거쳐 이제 테크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술은 필수입니다.”

한 대표의 기획은 예상 밖의 장소로도 뻗어간다. 지난해에는 반려견 동반 템플스테이를 선보였다. 절 마당에서 반려견과 함께 지내며 힐링하는 경험은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오는 19일 태종대 자동차극장에서 반려견과 영화를 관람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한 대표는 부산시 명예 동물보호관으로도 활동 중이다. 유기·학대 제보가 들어오면 현장에 출동해 상황을 점검하고, TNR(중성화) 시설을 감사한다. 한국헌혈견협회와 협력해 대형견 헌혈 봉사를 확산시키며, 병원 상주 공혈견 문화 대신 자발적 참여 문화도 만들어가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에도 공을 들인다. 한 대표는 한국반려동물벤처포럼을 꾸려 전국 52개사를 모았다. 협업 방법, 스케일업 전략 등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다. 비바인사이트는 부산관광스타트업과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기업에 연이어 선정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단순히 반려견을 위한 스타트업이 아니라 지역 관광산업 전체를 넓히는 실험이라는 점에서다.

“반려동물 시장이 무한대로 큰 건 아닙니다. 지금은 문화가 만들어지는 과도기이자,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시장을 키워야 할 때입니다. 반려동물 관광은 틈새가 아니라, 관광의 저변을 넓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