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안 듣는 고혈압 32세男...갑자기 난청에 이명까지, 왜?

김영섭 2025. 9. 1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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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고혈압 환자, 뇌출혈 일종인 ‘뇌교 출혈’로 양쪽 귀 난청·이명 나타나...방치하면 치명적
혈압약을 먹어도 이렇다할 효과를 보지 못하는 난치성고혈압 환자가 전체 고혈압 환자의 약 0.5~1.4%를 차지한다. 이런 사람에겐 고혈압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나이든 사람의 난치성고혈압 위험도 높은 편이다. 몸에 이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혈압약을 먹고 있는 남성(32)이 갑자기 귀가 잘 들리지 않고 귀에서 소리가 나는 이명(귀울림) 증상 때문에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는 여러 가지 혈압약을 먹었지만, 이렇다할 치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런 사람을 '난치성(불응성) 고혈압' 환자라고 한다.

이 환자는 귀가 꽉 막힌 것 같고 청력이 뚝 떨어지고, 온몸이 저리고 찌릿한 증상을 호소했다. 그는 앞서 왼쪽 눈의 시력을 잃어 '고혈압성 망막병증'으로 진단받았고, 코카인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응급실에 왔을 때 환자의 혈압은 수축기혈압 262mmHg, 이완기혈압 182mmHg로 매우 높았다. 하지만 의식은 뚜렷했고 방향감각이 정상이었다. 청력 장애와 왼쪽 눈의 시력 상실을 빼면 뇌신경도 정상이었다. 환자의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의료진은 큰 소리로 말해야 했다.

환자는 고칼륨혈증과 심한 단백뇨를 보였다. 특히 고혈압성 망막병증, 신실질질환, 만성고혈압의 말기 장기손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미국 텍사스테크대 의대 병원 의료진은 환자의 머리 부위에 대한 CT(컴퓨터단층촬영) 등 신경영상검사에서 뇌간의 중심부, 즉 뇌교(다리뇌 또는 교뇌)에 급성 출혈(2.1cm x 9mm x 1.1cm)이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뇌교 출혈은 뇌출혈(출혈성뇌졸중)의 일종이다.

의료진은 환자를 신경중환자실에 입원시키고, 수축기혈압 150 mmHg 미만을 목표로 정맥 내에 클레비디핀을 주사로 투여했다. 이틀 후 점차 먹는약으로 바꿨고, 최종적으로 네 가지 경구용 고혈압치료제를 복용토록 했다. 입원 후 7일 만에 환자의 이명·감각이상 증상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청력장애는 남아 있었지만, 이 환자는 외래 추적관찰을 조건으로 이날 퇴원했다.

이 사례연구 결과(Bilateral Hearing Loss and Tinnitus as Primary Manifestations of Pontine Hemorrhage in a Young Man With Refractory Hypertension)는 국제학술지 《큐레우스 의학저널(Cureus Journal of Medical Science)》에 실렸다.

"약발 잘 안 듣는 난치성고혈압 환자, 최대 1.4%...노인과 당뇨병·콩팥병 등 환자에 많아"

이 사례의 환자는 난치성고혈압(만성·악성 고혈압)으로 뇌교 출혈을 일으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난치성고혈압은 고혈압치료제(통상 5종 이상)를 충분히 투여했는데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다. 난치성고혈압 환자는 전체 고혈압 환자의 약 0.5~1.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계청 자료(2023년)에 의하면 국내 고혈압 환자 수는 약 1300만 명으로 추정된다. 매년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사람도 750만 명이나 된다.

유병률과 환자 통계를 보면 약을 먹어도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고혈압 환자가 뜻밖에 많음을 알 수 있다. 난치성고혈압은 나이듦, 만성신부전, 당뇨병, 뇌졸중, 관상동맥병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환자는 심각한 장기(심장·신장·혈관) 손상을 겪을 수 있다.

이 환자에게 나타난 '뇌교 출혈(Pontine Hemorrhage)'은 뇌 안에서 발생하는 출혈 중 일부에 해당한다. 뇌교 출혈은 전체 뇌출혈(출혈성뇌졸중)의 약 7.5%를 차지한다. 중추 뇌간에 병변이 생겼기 때문에 예후가 나쁘다. 뇌교의 특정 부위(등쪽 피질하부)에는 달팽이핵·교차청각섬유 등 청각경로가 있다. 이 부위에 출혈이 생기면 청력이 망가진다.

뇌교 출혈의 주요 증상으로 양쪽 청력이 모두 손실되고, 이명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이 때문에 다른 원인을 의심하기 쉽고 진단이 늦어져 일찍 치료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출혈이 더 진행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서둘러 병원을 찾아 신경영상검사를 받아야 한다.

"귀에서 소리나는 이명, 혈압조절 잘 못하거나 스트레스·카페인 때문일 수 있어"

뇌간(腦幹, brainstem)은 뇌의 가장 아랫부분으로, 대뇌반구와 소뇌를 뺀 나머지 부위다. 뇌간은 중간뇌(중뇌, 시각·청각 반사작용), 다리뇌(뇌교, 뇌와 척수 사이의 신경신호전달), 숨뇌(연수, 호흡·심박동·혈압 증 자율 조절) 등으로 이뤄져 있다. 뇌교 출혈은 혼수, 사지마비 등 심각한 신경학적 결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비정형적인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코카인도 뇌경색·뇌출혈의 위험인자다. 코카인에 노출됐던 경험 자체도 혈관 재형성과 동맥병증(관상동맥병·말초동맥병·당뇨병성혈관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코카인은 특히 난치성 고혈압 환자의 출혈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명 증상은 고혈압의 조절이 미흡하거나 흡연, 당뇨, 고지혈증, 스트레스, 카페인의 과다 섭취 등으로 악화할 수 있다. 이명과 난청의 원인은 다양하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이비인후과·심혈관내과 등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게 좋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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