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곤돌라의 비극, 설악산서 되풀이 말아야 [왜냐면]

한겨레 2025. 9. 1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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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곤돌라가 설치되자 덕유산에 탐방객이 쏟아져 들어왔다.

국가 자연유산을 이용해 개인은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국립공원은 망가지는 결과를 한눈에 보여준 덕유산 곤돌라는 설악산의 미래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다.

더구나 설악산은 이미 탐방객 과밀로 인한 관리 부담이 큰 곳이다.

덕유산 곤돌라는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허가되었지만, 설천봉까지만 이용하라는 보전 조건은 지역민과 탐방객 민원으로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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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0일 서울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열린 ‘국립공원 케이블카 전면 백지화’ 요구 기자회견에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등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행만 | 전 국립생태원 경영관리본부장·전 국립공원공단 기획처장

1997년 곤돌라가 설치되자 덕유산에 탐방객이 쏟아져 들어왔다. 원래 접근이 쉽지 않았던 향적봉 등 주 능선은 관광객으로 붐볐다. 짧은 산행으로 정상까지 오르는 탐방객들로 원시적 자연은 순식간에 황폐화로 이어졌다. 탐방로는 넓어지고, 자연은 심하게 훼손되고, 식생은 짓밟히며, 고산 생태계는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었다. ‘편리한 접근성’이라는 개발 논리는 결과적으로 ‘자연 붕괴’로 귀결되었다. 국가 자연유산을 이용해 개인은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국립공원은 망가지는 결과를 한눈에 보여준 덕유산 곤돌라는 설악산의 미래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다.

설악산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세계적 자연유산이자, 멸종위기종의 마지막 보루다. 그곳에 케이블카가 들어선다면, 덕유산에서 드러난 생태적 훼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설악산은 이미 탐방객 과밀로 인한 관리 부담이 큰 곳이다. 인위적으로 접근성을 넓히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키우는 길이다.

덕유산 곤돌라는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허가되었지만, 설천봉까지만 이용하라는 보전 조건은 지역민과 탐방객 민원으로 지켜지지 않았다. 설악산 역시 일단 케이블카를 설치한 뒤에는 종점부터 중봉과 대청봉에 이르는 구간에 대한 강력한 개방 요구를 결국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정책 결정자들이 직시해야 할 지점은 명확하다. 국립공원은 당장의 지역경제 논리로 소비할 자원이 아니라, 국가가 미래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자산이라는 점이다. 케이블카 설치 여부는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라, 국가적 가치와 미래 세대 권리가 달린 문제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첫째, 국립공원 관리의 최우선 가치를 ‘보전’으로 재확인해야 한다. 국립공원은 ‘관광지’가 아니라 ‘보호구역’이다. 어떤 개발 논의가 발생하더라도 경제성이나 접근성보다 자연 보전성을 평가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꼭 설치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둘째, 탐방객 수용 한계에 맞춘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이미 과밀화된 설악산 탐방로는 복원 계획을 마련하고, 새로운 기반시설은 최소화해야 한다. 국립공원의 품격은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데서가 아니라, 자연의 본래 모습을 지켜내는 데서 나온다.

셋째, 지역사회와의 상생 모델을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 케이블카 같은 대규모 시설이 아니라 생태 관광, 환경 교육, 지역 특산품과 연계된 지속가능한 관광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도 자연 훼손형 개발은 단기적 효과에 그칠 뿐 장기적으로는 자원의 소진을 초래한다.

넷째, 정치적 이해관계를 배제하여야 한다. 전임 대통령의 공약이었든, 특정 지역의 숙원 사업이든 국립공원 보전 원칙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정책 결정의 정당성은 ‘당장의 표심’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권리’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전 정권의 폭행이고 폭정이었다.

자연은 스스로 말하지 않지만, 사라지고 나서야 우리는 그 침묵의 의미를 깨닫는다. 설악산은 케이블카가 필요한 관광 상품이 아니라 영구히 계승해야 할 자산이다. 앞으로 국가의 위대함은 국립공원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 있다.

덕유산은 이미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설악산은 같은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 국립공원은 편리한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지켜야 할 공공재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자연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개발의 유혹’보다 ‘보전의 책임’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가 국민과 미래 세대 앞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고, 오늘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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