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일자리 충돌 문제도 ‘신사협정’ 맺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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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당국의 한국 노동자 300여명에 대한 체포·구금 사태는 노동자들의 '자진 출국' 형식의 귀국으로 큰 고비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조지아주 현대차-엘지(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 과정에서 현지 미국인들이 자신들에 대한 고용 창출이 기대에 못 미치자 현지 언론과 이민당국에 문제 제기를 한 게 단속의 발단이 됐다.
그런데 미국은 공장 건설 단계부터 미국인들을 채용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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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당국의 한국 노동자 300여명에 대한 체포·구금 사태는 노동자들의 ‘자진 출국’ 형식의 귀국으로 큰 고비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촉발한 문제들은 말끔히 해소되지 못해 여전히 불안하다. 지금까지는 주로 비자 문제가 거론됐지만, 한-미 간 일자리 충돌 문제도 심각하다.
이번 사태의 근저에는 현지인 채용이라는 일자리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조지아주 현대차-엘지(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 과정에서 현지 미국인들이 자신들에 대한 고용 창출이 기대에 못 미치자 현지 언론과 이민당국에 문제 제기를 한 게 단속의 발단이 됐다. 우리 기업은 2022년 공장 설립 계약을 맺으면서 세제 혜택 등을 받는 대가로 8년간 8500명의 고용 창출을 약속했다. 약속을 지켜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고용 창출은 공장 설립 뒤 가동 단계에서 주로 이뤄진다. 이때 현지인들을 채용해 일정 기간 훈련을 시킨 뒤 생산라인에 투입한다. 이게 지금까지 해온 방식이다. 그런데 미국은 공장 건설 단계부터 미국인들을 채용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는 자칫 두 나라 모두를 공멸에 빠뜨릴 수 있다. 20년 이상 제조업 생태계가 붕괴돼 경험이 일천한 나라의 인력을 사용해 도대체 어떻게 세계 최첨단 공장을 지을 수 있겠는가. 현지 미국인들이 그런 불만을 터트릴 수는 있겠으나 지역 정치인이나 행정부 관료들마저 이에 동조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첨단 배터리 공장 건설은 난도가 상당히 높다고 봐야 한다. 또 외국에 짓는 거라 공사를 차질 없이 진행해 공기를 맞춰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십상이다. 기존 거래 업체와 노동자들을 이용하는 게 관행으로 자리잡은 이유다. 내부 생산설비 설치와 장비 반입은 고도의 숙련도를 가진 전문인력이 해야 하는 터라 더더욱 기존 거래 업체에 맡겨야 한다. 물론 단순 업무의 경우 현지 인력을 활용할 수 있겠으나 그런 업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미국이 이해해야 한다.
천문학적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에 따라 앞으로 공장 설립이 이어질 것인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큰 차질이 우려된다. 미국도 제대로 된 첨단 공장을 짓지 못해 세계 최고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결과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양국이 ‘윈-윈’하려면 사업 단계별로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청취해 지금보다 훨씬 더 촘촘하게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비자 문제뿐 아니라 고용 창출 방식을 둘러싼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어 양국 간 이견을 해소·관리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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