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도 없고 소통도 않는 3인방...정치적 계산에 제주도민만 피해
도정-국회의원-의회 후속대책 ‘전무’

여론조사로 촉발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논란이 한 달이 됐지만 위정자들이 저마다 정치적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도민들을 향하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상봉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주도로 진행된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여론조사 이후 이해관계가 얽힌 3자간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의장은 앞선 8월5일 제주도의회 임시회 개회사에서 행정체제 개편과 여론조사 가능성을 시사하고 8월11일 운영위원회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이를 공식화했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도민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의회 차원의 여론조사가 실시됐다. 그 결과 행정구역 2개안이 40.2%로, 3개안 28.4%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여론조사와 관련한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공약 1호로 내건 2026년 기초단체 설치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요지였다.
'주민투표 이후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행정안전부의 입장도 이날 처음 실토했다. 주민투표와 별도로 행정구역에 대한 논쟁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대신 2027년 또는 2028년 도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주민투표를 추진하겠다는 새로운 구상을 내놓았다. 행정구역에 대한 재논의 가능성도 시사했다.
실제 빠른 시일에 행정안전부와 지역 국회의원, 도의회와 의견을 조율하겠다고 약속했다. 공론조사위원회 재구성까지 열어뒀지만 후속 절차는 없었다.
오히려 이 의장은 어제(9일) 열린 임시회 개회사에서 "행정체제 개편은 중장기 과제로 남겨두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경제 위기 극복에 역량을 집중하자"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공론화 결과를 뒤로하고 이른바 '쪼개기 금지법'을 발의한 김한규 국회의원(제주시을)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머지 국회의원들은 참전을 미루며 관망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줄기차게 행정구역에 대한 도민들의 합치된 의견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도정과 국회의원, 의회가 만나 공론화 재추진을 포함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방선거를 앞둔 오 지사 입장에서는 제1공약의 후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의회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내년 지역구 선거에 관심이 쏠려 있다.
서로 다른 법안이 제출된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이를 정리할 중심축이 없는 상황이다. 선거구마다 행정구역 선호도가 달라 지역 여론의 눈치도 봐야 하는 처지다.
정치권 관계자는 "저마다 정치적 셈법이 다르다 보니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명확한 해법없이 도민들과 공직사회에 피해가 고스란히 전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