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팀 맞아? 충격의 '조축 수준' 엠블럼... 'K리그 5개 팀' 디자인한 韓 최고 전문가, "지역색-서사 반영 必... 사지선다로 좋은 결과물 어렵다"
(베스트 일레븐)

내년 K리그2(2부) 입성을 사실상 확정한 용인시민축구단(가칭 용인FC)의 엠블럼 디자인이 최근 논란이 되었다.
용인 구단은 지난 1일부터 나흘간 구단 공식 팀명과 엠블럼 선호도 온라인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때 공개된 4가지 엠블럼 시안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구단 측이 엠블럼별로 의미를 담아 설명했는데, 문제는 엠블럼 퀄리티와 색상, 구성 등에서 팬들의 지지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단이 공개한 엠블럼 후보 시안 중 세 후보작은 버건디를 메인색으로, 하늘색을 조합했다. 최근 시민 선호도를 거쳐 선정된 용인특례시 상징물 디자인 또는 용인의 영문자(YONGIN)와 용을 활용한 문양 등이 더해지는 형태로 후보들이 구성됐다. 다른 세 후보작과는 톤 앤 매너가 전혀 다른 빨간색과 노란색이 섞인 엠블럼도 후보군에 포함됐다.

시와는 별 연관성이 없는 색으로 엠블럼이 구성된 데다, 색상과 디자인을 채택한 배경 설명조차 없다 보니 구단 소셜미디어(SNS)나 커뮤니티 등에서 팬들의 불만이 일었다. 프로팀 엠블럼으로서 완성도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K리그 5개 구단의 엠블럼을 디자인해 이 분야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 장부다 디자이너도 비슷한 견해를 냈다. 장 디자이너는 "사실 내가 구단의 엠블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평가할 위치는 못 된다"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띄운 뒤, "그래도 몇 말씀 드리자면, 엠블럼 디자인에서 제일 중요한 건 지역색, 즉 연고 지역의 특색이 잘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가 서사다. 이 팀이 어떻게,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졌느냐, 또는 그 과정에서 팬들이 어떤 식으로 참여가 되었느냐 보통 이런 계기와 서사들이 구단마다 다 있다"라고 용인 엠블럼을 본 소견을 밝혔다.
이는 용인 서포터즈 용비어천가에서 나온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매체에 따르면 용비어천가에선 "왜 자주색이 되어야 하는가에 우선적 의문을 가진 분들이 많다. 로고 자체가 아마추어 같다. AI를 통해 만든 것들보다 확실히 떨어진다. 유니폼, 굿즈를 사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주었음 좋겠다"라고 생각을 전한 바 있다.


용인시의 입장도 물론 있다. 용인시 기획홍보팀에선 "자주색은 열정, 투지, 전통, 품격을 담아낸다. 처인성의 전투, 현재 도시, 미래 반도체 도시로서의 열정을 담아 시민의 투지를 표현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추후 설문조사 등 반응들을 취합해 엠블럼을 수정 보완할 뜻을 전했다.
그렇지만 K리그2에 입성 예정인 프로팀 엠블럼으로서 함량 미달이라는 시각은 여전히 지배적이다. 처용전사 이미지를 디자인했고, 구단 엠블럼으로는 대전 하나시티즌, 수원 FC, 광주 FC, 안산 그리너스, 경남 FC 엠블럼을 제작한 장 디자이너는 "엠블럼을 자세히 보면 이유 없이 들어간 요소가 없다. 스토리가 담겨 있다. 색상은 다른 팀이 안 쓴다고 무작정 쓰는 게 아니라 지역색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 끄집어 내야 한다. 단순히 예쁘다 아니다로 접근한 문제는 아니"라며 엠블럼 색상에 대한 철학을 설명했다.
장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대전 엠블럼에는 대전의 역사적 근원인 백제 시대 금동향로가 엠블럼 상단에 들어가 있다. 하나은행이 모기업이 되면서 과거보다 심플해졌지만, 대전을 상징하는 핵심 요소들은 다 들어가 있다. 경남 FC는 이순신 장군의 본거지인 한산도 거북선 양식과 옛 가야 시절의 문양이 깃들어 있다. 안산은 상록구와 단원구의 특징을 살려 초록색과 전통 한지 색을 사용했다. 광주는 남도 지방의 상징인 봉황과 지역의 흙 색깔인 적갈색을 차용해 아이덴티티를 살려냈다. 수원은 지역의 유적인 수원화성을 모티프로 삼았다.



장 디자이너는 이러한 엠블럼을 만드는 데 최소 3개월에서 최대 6개월 정도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단의 얼굴이자, 나아가 수백 년이 흘러도 지역민과 축구 팬들이 기억할 심벌, 즉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나 도 등 관에서 엠블럼 디자인을 주도할 경우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나옴은 물론, 시간 및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수준 미달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장 디자이너는 "엠블럼은 지역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까지 지니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첨언했다.
장 디자이너는 모 구단의 엠블럼을 디자인할 당시, 팬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갖고 치열하게 생각을 나누면서 결과물을 뽑아냈다고 했다. 그는 "대표이사님까지 나오셔서 의견을 내주셨는데, 팬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좁히는 과정에서 작업하는 나도 많은 재미를 느꼈다"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좋은 디자인은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과의 면밀한 토론을 통해 구단과 지역의 핵심 요소를 도출하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제작해야 한다. 전문적 식견을 갖춘 전문가에게 디자인을 일임하고 팬들과 소통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사지선다형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조언을 건넸다.


치우천왕, JS파운데이션, 용인시축구센터 등 축구계 다양한 상징물들을 디자인한 장 디자이너는 "최근의 엠블럼 스타일 트렌드는 심플에서 다시 조금 디테일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바뀌는 추세다. 유벤투스의 이전 엠블럼은 명품 자동차 회사의 로고가 연상될 만큼 고급스러웠다. 그러나 바뀐 알파벳 형태는 너무나 심플해 오히려 구단의 정체성을 살리거나 지키지 못하는 단점으로 작용했다. 바뀐 형태는 다른 데서 따라하기에도 용이하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라며 최근의 디자인 트렌드를 설명했다.
시안 후보 공개 후 "AI가 낫다", "아마추어 수준이다"라는 악평을 들은 용인 구단의 엠블럼이 프로팀에 걸맞는 수준으로 개선이 될지 주목된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용인 구단 SNS, 프로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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