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한 송이 오기까지… 수백수천의 허리숙임 있었구나

정경아 기자 2025. 9. 1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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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10시 화성시 서신면의 한 포도농장.

1만2천560여㎡의 밭에 1천800그루의 포도나무가 줄지어 있었고, 6.6㎡ 남짓 자리를 차지한 한 그루의 나무에는 55송이 내외의 포도가 열려 있었다.

널찍하게 펼쳐진 두툼한 종이를 가로·세로 두 번씩 접으면 포도 10송이가 보기 좋게 들어갈 상자가 완성됐다.

이제 본격적인 포도 수확, 봉지에 싸인 포도송이 위로 나온 초록 가지를 '툭' 전지가위로 자르는 단순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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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취재 ‘삶의 현장’] 화성 서신면 포도농장을 가다
10일 화성특례시 서신면 한 포도농장에서 열린 경기농협 '포도 수확 체험'에 참여한 기자가 '캠벨 포도'를 수확하고 있다.

10일 오전 10시 화성시 서신면의 한 포도농장. 26℃ 안팎의 날씨에 이따금씩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까지, 그간 폭염이 지속됐던 탓에 "이 정도면 농사짓기 딱 좋은 날씨네" 하는 자만심이 자연스레 차올랐다.

경기농협이 '농심천심(農心天心) 운동'의 전 국민적 참여 독려를 위해 마련한 포도 수확 체험 행사에 기호일보 기자가 동행했다.

농심천심 운동은 신토불이(身土不二·우리 농산물 애용)와 농도불이(農都不二·도농교류) 운동을 잇고자 농협이 추진하는 새로운 국민운동이다. '농부의 마음이(농심) 하늘의 뜻(천심)'이라는 의미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부의 마음을 존중하고 헤아리는 것이 곧 하늘의 뜻을 실현하는 길이라는 가치를 담았다.

이날 기자가 수확한 포도는 늦여름인 8월 하순에서 9월 중순까지, 지금이 가장 맛있는 제철인 '캠벨포도'였다.

1만2천560여㎡의 밭에 1천800그루의 포도나무가 줄지어 있었고, 6.6㎡ 남짓 자리를 차지한 한 그루의 나무에는 55송이 내외의 포도가 열려 있었다.
10일 오전 '포도 수확 체험'이 진행된 포도농장 전경(왼쪽)과 수확한 포도. 정경아 기자

밀짚모자와 장갑, 조끼까지 작업복으로 무장한 기자에게 주어진 첫 과제는 수확한 포도를 담을 상자 접기였다. 널찍하게 펼쳐진 두툼한 종이를 가로·세로 두 번씩 접으면 포도 10송이가 보기 좋게 들어갈 상자가 완성됐다.

이제 본격적인 포도 수확, 봉지에 싸인 포도송이 위로 나온 초록 가지를 '툭' 전지가위로 자르는 단순한 일이었다. 여기에 바로 딴 포도를 맛보는 행운이 더해지니 참여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포도를 직접 따며 기분 좋은 느낌을 받은 지 단 10분 만에 수건을 두른 목에 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어느덧 모자를 쓴 이마에도 땀이 맺혔다. 맑은 하늘과 햇빛이 참 야속하기만 했다. 뙤약볕을 피해 포도를 보호하기 위한 비닐막 밑으로 들어가는 요령을 피워 봤지만 웅크린 자세에 더위만 가중됐다.

게다가 포도에 높이를 맞춰 작업하다 보니 160㎝가 채 되지 않는 단신인 기자에게도 허리에 뻐근함이 찾아왔다.
기자가 수확 전 접은 판매용 포도 상자에 직접 딴 포도를 옮겨 담고 있다. 정경아 기자

이어 직접 수확한 포도를 큰 바구니에 실어 나르고 상자에 옮겨 담는 것까지 몇 번이고 허리를 숙이고 펴고, 쭈그려 앉았다 일어서고, 어느 하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일이 없었다.

2시간 남짓한 '체험'에도 구구절절 엄살이 생겨나는데 수천 그루의 나무, 수만 송이의 포도와 평생을 함께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포도는 잠깐 바쁘다. 순치기, 봉지싸기 그리고 수확할 때마다 잠시 힘들 뿐 포도는 알아서 잘 자라준다"고 말하며 미소 짓던 농장 대표가 대단하게만 보였다.

이번 체험을 계기로 올해 추석 선물은 결정됐다. 무더위를 견디며 성실히 키워 낸 농부의 마음이 알알이 들어찬 포도 한 상자로 말이다.

정경아 기자 jka@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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