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미국 조지아에서의 쇠사슬

충격이었다. 남미 불법 입국자들의 노동 현장을 미국 경찰이 들이닥쳐 무차별적으로 단속하는 것 같았다. 지난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연방 경찰 등이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 들이닥쳤다. 복면에 권총과 방탄복 마치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는 듯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했다. 한국인들은 두 손을 들고 뒤로 선 채 몸수색과 검문을 당했으며 손목과 허리, 발목까지 쇠사슬에 묶여 끌려갔다. 그리고 휴대전화도 안 터지는 민간 교정시설에 구금됐다. 미국에서 우리 국민을 상대로 이런 일이 벌어질지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미국 당국이 밝힌 위법 사항은 비자 문제였다. 방문비자(B1, B2)나 이스타(ESTA)로 입국해서 취업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법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법대로만 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노동 형태를 '관행'으로 판단하고 그동안 문제 삼지 않았다. 한국 회사가 파견한 한국인 노동자들이며 월급도 한국 회사가 주고 있다. 미국의 요구에 따라 한국 회사가 미국을 위해 현장으로 파견한 것이다. 미국과의 비자 협상이 지체되고 있는 현실에서 관련 비자를 받는 데는 시간도 많이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공장을 조기에 완공하기 위해서는 다소 불법이 있더라도 불가피한 관행으로 처리해 왔다. 직전 바이든 정부도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무슨 마약이나 중대 범죄자들처럼 쇠사슬을 몸에 두른 채 끌려갔다니, 상상도 못 한 충격이다.
불법을 옹호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한국인 노동자들이 조지아주 건설 현장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인식한다면 당국의 강압적 조치는 매우 유감이다. '동맹' 따위의 낡은 문법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비자에 법적 문제가 있다면 미리 조치해야 했다.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자진 출국'이라도 권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현장 확인이 불가피했다면 사전에 고지라도 했어야 했다. 그것마저도 어려웠다면 최소한의 인권적 배려라도 있어야 했다. 복면에, 권총에, 수갑에, 쇠사슬에 그리고 열악한 교정시설 구금까지 어느 것 하나도 미국의 행태에 공감하기 어렵다.
트럼프의 미국을 이해하기가 더 어렵긴 하지만 이번 조지아주 사태는 우리 국민에겐 큰 충격이다. 상식 이하의 강압적 조치와 배신감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정부도 "우리 국민이 느낀 공분을 그대로 미국에 전달했다"면서 가장 강한 톤으로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당장 비자 문제부터 해법을 찾아야 한다. 언제까지 끌려 다니면서 비위나 맞출 수는 없다. 우리는 '동맹'에 감춰진 미국의 민낯을 이번에 적나라하게 지켜봤다. 엄청난 충격과 배신감, 그리고 분노를 절제는 하되 절대 잊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박상병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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