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 여객선 운항 중단에 지역 경제 '비상'... 추석연휴 배표 전쟁 벌써 돌입

김정혜 2025. 9. 1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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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후포항 노선 이달부터 휴항
항구 주변 식당·모텔 손님 '뚝'
포항에선  기관 고장으로 중단
대체선박 투입해 운행 시작
주민들 추석 표 못 구해 발동동
수도권 위주 강릉 노선도 위기
경북 울진군 후포면 후포항과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 썬플라워크루즈호가 이달 운항을 중단해 8일 후포여객선터미널 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울진=김정혜 기자

육지에서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경영난과 선박 고장으로 잇따라 운항을 중단해 울릉 지역 관광업계는 물론 육지 항구 주변의 식당과 숙박업소도 비상이 걸렸다. 추석연휴가 긴 올해는 예년보다 울릉도 관광객이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객선 운항 중단으로 벌써부터 배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2시 경북 울진군 후포면 후포여객선터미널은 출입문이 굳게 잠긴 채 ‘9월 1~30일 휴항’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터미널 바로 뒤 후포항에는 대형 카페리 여객선 썬플라워크루즈호(1만4,919톤·정원 628명)가 정박해 있었다. 열흘 전만 해도 이 시간대 울릉도 항구에 정박해 한창 승객을 태웠지만 선사인 에이치해운의 경영난으로 이달 1일부터 휴항에 들어갔다. 지난 2022년 9월 취항한 이 배는 3년간 200억 원 이상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100여 대의 차량이 늘 주차돼 있던 후포여객선터미널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고 주변 상가는 손님이 없어 썰렁했다. 모텔을 운영하는 김모(60)씨는 “배가 오전 8시 출항해 하루 전날 후포항 숙소에서 자고 터미널로 나가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운항 중단 후 한 명도 없다”며 “탑승객을 상대로 아침 장사를 하던 후포항 식당들도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8일 경북 울진군 후포면 후포여객선터미널 입구에 울릉도를 오가는 썬플라워크루즈호의 휴항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울진=김정혜 기자

포항에서는 앞서 지난 4월 초 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울릉도를 오가던 대형 쾌속선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3,158톤·정원 970명)가 기관고장으로 운항을 멈췄다. 선사인 대저페리는 휴항 5개월만에 울릉도에서 독도를 다니던 썬라이즈호(388톤·정원 442명)를 대체선박으로 투입해 운항을 재개했다. 하지만 적자가 누적돼 경영난을 겪고 있고 현재 수리 중인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가 빨라도 내년 2월 말 취항 가능한 상황이어서 울릉도와 포항여객선터미널 주변 상인들 모두 노심초사다. 더구나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는 울릉 주민의 일일 육지 왕복을 조건으로 울릉군과 경북도가 손실 보전을 약속한 쾌속선이어서 장기간 운항 중단에 주민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울릉도 여객선들이 잇따라 운항을 중단하면서 다음달 추석 연휴를 앞두고 울릉 주민들과 귀성객들이 배표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대체선박(442석)을 감안하더라도 휴항에 들어간 선박 두 척을 합쳐 벌써 1,156석이 줄었고, 울릉군이 해마다 명절 때 울릉도 귀성객들에게 뱃삯의 30~50%를 깎아주던 할인 행사도 사라졌다.

포항 영일만항에서 울릉항을 오가는 초대형 여객선 뉴시다오펄호(1만9,988톤·정원 1,200명)는 일찌감치 추석 연휴 좌석이 마감됐다. 울릉크루즈 관계자는 “예년에는 명절에 표가 남았지만 올해는 추석과 10월 공휴일이 겹쳐 연휴가 길어지다 보니 울릉도 방문객이 늘어 남은 표가 없다”며 “경쟁 선박들이 운항을 중단해 좌석수가 줄어든 것도 큰 영향”이라고 말했다.

강원 강릉에서 울릉도를 다니는 여객선 씨스타5호(388톤·정원 438명)마저 강릉시와 마찰로 다음달 말부터는 운항이 불투명해 울릉도 주민들과 관광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강릉 노선은 서울, 경인 등 수도권과 가까워 중단하면 울릉도 지역 경제에 타격이 적지 않다. 씨스타 5호는 지난 6월 울릉군과 울릉군의회의 요청으로 다음달 말까지 강릉항 임시 사용 허가를 받은 상태다.

일각에선 선사의 출혈 경쟁으로 울릉도 노선 중단은 예고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울릉 노선에는 카페리 썬플라워호를 제외하고 정원 300~400명의 중형급 여객선만 다녔지만 지난 2021년 9월 취항한 정원 1,200명의 뉴시다오펄호를 비롯해 최근 4년간 초대형급만 채워졌다.

한 울릉군의원은 "선사들이 울릉노선에 무리하게 대형 선박을 투입해 치킨게임을 해 온 것도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노선이 갑자기 없어지면 지역 경제에 피해가 너무 커 군과 대책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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