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택시 업계 기사 완전 월급제 도입 반발…현실적 대안 마련 절실
월급제 시행 여건 안돼 적자 누적 우려
노조도 소득·근로 의욕 감소 등 부정적
‘성실 근로자 대신 불성실 근로자 양산'
파트타임·리스·성과급혼합·노사자율운행
다양한 근무 형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경하는 대통령님께 드립니다, 법인택시 산업은 붕괴 직전에 놓여 있습니다.”
지난 7월말 한 신문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이 ‘대통령님께 드리는 호소문’이 실렸다. 호소문에는 “1997년 제정된 택시발전법에 근거한 전액관리제, 월 26일 만근제, 주 40시간 월급제는 이미 현장의 현실과 괴리된 규제로 전락했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책임있는 입법조치와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심각한 경영난과 인력난을 겪고 있는 부산 등지의 법인택시 업계가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택시 기사 완전 월급제 도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0일 부산시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법인택시 기사 수는 2019년 1만649명에서 2024년 5,609명으로 47% 줄었다. 같은 기간 휴업 대수는 2,782대에서 5,182대로 86% 늘었고, 가동률은 74%에서 46%로 하락했다.
특히 부산의 법인택시 95개 업체 대부분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4년간 누적 적자는 약 800억 원에 달한다. 2023년 당기순손실은 154억 원, 2022년 216억 원, 2021년 223억 원, 2020년 186억 원으로, 적자 규모가 매년 수백억 원에 이른다.
장성호 부산시 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월급제를 시행하려면 기사 1인당 월 매출이 최소 550만 원은 돼야 하는데, 현재 대부분은 450만 원 수준”이라며 “이 상태에서 고정급을 지급하면 적자만 누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주 40시간 근로 기준으로 월 480만 원 수준의 매출이면 월급제 가능하다고 보지만, 업계는 실제 운행 수익에서 유류비, 정비비, 보험료 등을 제외하면 정부 추산보다 실수익이 크게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운송 수입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정급 지급은 사실상 경영 파탄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역시 실질 소득 감소와 근로 의욕 저하 등을 이유로 부정적이다. 민주노총 계열 민택노조와 한국노총 계열 전택노련은 모두 월급제가 실질 소득 감소와 근로 의욕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해당 업계가 실시한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기사 10명 중 8명이 월급제 확대에 부정적이며, ‘성실한 근로자는 사라지고 불성실한 근로자만 양산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현장 기사는 “시간만 채우면 월급이 나오기 때문에, 열심히 일해도 더 많은 수입을 벌 수 없어 일할 의욕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충청북도에서 실시한 ‘일반택시 기사 임금체계 선호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3%가 기존 사납금제를, 31%가 리스제를 선호했고, 월급제를 택한 비율은 6%에 그쳤다. 하루 10시간 이상 운행하는 비율이 69.5%로, 주 40시간 강제 월급제가 도입되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법인택시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설문조사는 서울, 부산, 대구등 다른 지역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여야와 업계의 반발로 월급제 전국 확대 시행 시기를 당초 올해 8월에서 2년 뒤로 연기했다. 국토교통부는 주 40시간을 원칙으로 하되, 노사 합의 시 다른 근로시간도 허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에 반해 해외 주요 도시는 전혀 다른 임금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뉴욕, 런던, 파리 등은 대부분 리스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차량 운영비와 보험료 등을 포함한 임대료를 지불하고 나머지 운송수입은 기사가 가져간다.
업계와 기사들은 이를 참고해 파트타임제, 리스제, 성과급 혼합제, 노사자율운행택시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령자나 부업 희망자에게 주 40시간 고정 근무는 진입 장벽이 될 수 있고, 성과와 무관한 동일 임금 지급은 서비스 질 저하와 시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고정 인건비 부담이 늘면 감차나 폐업으로 이어져 일자리 감소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전택노련 한 관계자는 “월급제만 고집하면 현장의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유연한 제도 설계와 재정 지원이 병행돼야 법인택시 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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