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장비에 우비 씌워 실험하는 사립대들…하버드 등록금 1억 원 넘어가는데 규제에 발묶인 한국 사립대

김현아 기자 2025. 9. 1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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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만 되면 실험 장비에 우비부터 씌웁니다. 건물 수리할 돈도 없는데 장비 고칠 돈이 있나요. 인공지능(AI)이니 이공계 육성이니 하지만, 10년 넘은 장비로 허덕이는 게 현실입니다."

A 교수는 10일 "장비가 워낙 노후해 이미 고장 난 기기도 많은데, 수리비가 없어 해당 기기가 필요한 부분은 빼고 가르친다"며 "1년에 등록금 몇십만 원 못 올려서 아이들이 배우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해 왜 학부모도, 정부도 관심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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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재학생 1만 명 이상 국내 사립대 등록금 순위

“장마철만 되면 실험 장비에 우비부터 씌웁니다. 건물 수리할 돈도 없는데 장비 고칠 돈이 있나요. 인공지능(AI)이니 이공계 육성이니 하지만, 10년 넘은 장비로 허덕이는 게 현실입니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화학공학과 A 교수는 열악하기만 한 교육 환경에 대해 한탄을 쏟아냈다. A 교수는 10일 “장비가 워낙 노후해 이미 고장 난 기기도 많은데, 수리비가 없어 해당 기기가 필요한 부분은 빼고 가르친다”며 “1년에 등록금 몇십만 원 못 올려서 아이들이 배우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해 왜 학부모도, 정부도 관심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과학기술부총리를 신설하는 등 AI·이공계 인재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 정책 때문에 실험실 유지조차 어렵다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거점 국립대의 경우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용 예산을 대폭 지원받게 돼 숨통이 트이게 됐지만, 전체 대학생의 85%가 다니는 사립대들은 등록금 규제에 묶여 신규 시설 투자 등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사립대들은 사실상 17년간 등록금이 동결돼 재정난이 가중되면서 올해 등록금 인상에 나섰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재학생 1만 명 이상 사립대 38곳의 등록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조선대를 제외하고는 올해 대부분 대학이 2~5% 규모로 등록금을 인상했다. 하지만 사립대 관계자들은 “이 정도로는 AI나 첨단 반도체 장비조차 마련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등록금을 인상하더라도 상한 규제를 받는다.

이미 수도권 사립대와 등록금 격차가 벌어진 지역 사립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사립대 등록금 상위 1~10위 모두 서울·경기지역으로, 1위인 연세대와 38위인 전북 전주대의 연평균등록금은 210만 원 차이가 난다. 한 영남 지역 사립대 관계자는 “기업들에 ‘폐기하는 장비 있으면 기증 좀 해달라’ 호소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등록금을 인상하는 학교에는 국가장학금 제2 유형을 지원하지 않는 규제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이성근 성신여대 총장은 지난 1월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5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이주호 당시 교육부 장관을 향해 “국가장학금과 등록금 문제를 연동하는 것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국제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도 인상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등록금 1위 사립대인 연세대의 연평균 등록금은 943만7676원으로, 올해 미국 하버드대 등록금 약 1억3000만 원의 10분의 1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김현아·김린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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