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뺨 후려쳤다" 미국서 나온 반응…공장 급습 파장 커지나

김하늬 기자 2025. 9. 1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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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당국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으로 건설 중인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소재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해 불법체류자 혐의가 있는 450여명을 체포했다. /사진=미국 주류·담배·총기·폭발물 단속국(ATF) 애틀랜타 지부 X 계정

"공장 압수수색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자 6위 교역국인 한국의 뺨을 후려치는 것."

9일(현지시간) CNN방송은 닷새 전 미국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을 급습해 수백명의 직원을 체포하고 구금한 사태에 대해 이처럼 비유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고려하는 모든 기업에 큰 충격을 줬을 것이다. 한국의 노동자들이 손목, 허리, 발목에 족쇄가 채워진 채 버스에 실리는 장면이 생생히 중계됐다"고 꼬집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이번 사태를 목격한 전세계 기업들이 움츠러들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진다. 이는 외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CNN은 "전세계 기업들은 이번에 교훈을 얻게 됐다. 트럼프와 어떤 거래를 성사시킨다 해도 '별표'가 따라붙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예상치 못한 추가 조건이 붙어 기업들을 힘들게 만들 것이라는 의미다. 한 글로벌 기업 임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사태로 미국 정부가 매우 달라졌고 예측 불가능해졌다는 걸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로 직접 타격을 입은 한국의 기업들은 당장 멈춰선 상태다. FT는 한국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는 프로젝트를 제때 완료하기 위해 필요한 단기 취업비자 발급은 거부하면서 수십억 달러 투자 압력을 가하는 상태"라며 "지금 기업들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전했다.

미국 케이스 웨스턴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수잔 헬퍼는 CNBC와 인터뷰로 "이번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습격이 외국인 투자의 위축 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제정책연구센터의 선임 경제학자 딘 베이커도 "외국 기업들 또한 미국 투자를 재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사건은 현대차를 비롯한 모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미국 투자는 매우 불안정하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매우 큰 경고 신호가 됐다"고 진단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5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전날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ICE 홈페이지 영상 갈무리

BBC에 따르면 미국 재계 로비 단체를 대표하는 조직 SBE의 제프 와스든 회장은 지난 8일 백악관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이번 사태가 "공포심을 심고 미국 경제 활동을 꺾는다"면서 불법이민 통제 방식의 변화를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조지아 주정부가 어느 정도 알고도 용인하던 사안을 연방정부가 단속하면서 상황이 꼬였다는 제보도 나온다. 한국인 엔지니어 등이 B1(단기 상용)으로 입국해 프로젝트에 일정 부분 관여하는 걸 조지아주가 알고 있었다는 것. FT는 "프로젝트를 제때 완료하기 위해선 이러한 관행이 필요하다는 걸 조지아주도 이해해 눈감아주곤 했다"고 한국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현지 이민전문 변호사는 "비즈니스 방문 비자 문제로 규제에 가장 취약한 산업은 현지 인재를 유치하기 어려운 배터리 제조, 조선, 반도체 등미국 근로자의 전문성이 아시아보다 부족한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는 "한국으로 하여금 미국에 투자하라고 요구하면서도 한국 근로자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말로 곤혹스러움을 나타냈다.

미국 내 공장이 있는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현대차 다음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 표정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독일 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의 CEO(최고경영자) 올라 켈레니우스는 "더 큰 파장이 올 것이라 우려하지 않는다"면서도 "규칙과 규정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TSMC 관계자도 "이 건은 특별한 사례로 보인다"며 "현대차와 비슷한 단속을 받을 우려가 (우리에겐)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2025.9.6 /사진=뉴스1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도 대규모 단속은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백악관 국경 책임자인 톰 호먼은 지난 7일 "이번 습격은 앞으로 행정부가 앞으로 할 일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8일 '제발'(please)라는 단어를 넣어 정중하지만 "우리의 이민법을 존중해 달라"고 썼다. 본인의 공약이기도 한 불법이민 단속은 유지하면서 비자 발급 체계 개선 등 이번 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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