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부터 목동까지…예타에 발목 잡힌 '강북 횡단'의 꿈 [視리즈]

최아름 기자 2025. 9. 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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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경전철은 달리고 싶다 1편 강북횡단선
서울 강북과 강남 사이 교통 격차
강북횡단선 예타 통과하지 못해
경제성 평가에서는 부족했지만
지역균형발전효과는 분명 있어
평가 지표 바꿔야 추진 가능성
대중교통을 연결하는 경전철은 이제 도시의 필수품이 됐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 이제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경전철輕電鐵은 버스와 중전철重電鐵(지하철)의 중간 수준의 수송 능력을 갖춘 철도다. 최초의 무인 경전철인 부산도시철도 4호선, 김포 골드라인, 서울 경전철 신림선, 용인 에버라인 등이 대표적 경전철이다.

#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경전철은 버스와 중전철 등 다른 대중교통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교통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중전철 같은 대규모 공사가 어려운 지역에 정시성을 갖춘 철도교통이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서다.

# 그래서 강북구, 성북구에 사는 사람들, 양천구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서울 밖 위례에 사는 사람들까지 도심으로 갈 수 있는 경전철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하거나 적합한 사업자를 찾지 못하면서 그들은 '경전철'의 꿈을 잃었다. 이런 경전철을 달리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해법도 있지만 딜레마도 있다. 視리즈 '경전철은 달리고 싶다'의 서막을 연다.

강북횡단선은 청량리부터 목동까지 이어지는 경전철 노선이다. 사진은 부산 4호선 경전철. [사진 | 뉴시스]

지역 간 불균형을 초래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 학교, 공원, 대형쇼핑몰…. 많은 요소가 있겠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교통이다. 이동을 빼놓고 도시에서 사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꽉 찬 도시 안에 철도를 더 넣기 위해 '경전철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 노선은 계획대로 개통됐지만 또다른 노선들은 진척이 더디다. 왜 그런 걸까. 경전철을 둘러싼 이야기 1편 강북횡단선이다.

집값 문제를 좌지우지하는 건 결국 교통이다. 아파트 분양을 위해 홍보를 할 때도 가장 먼저 나오는 건 '해당 아파트가 역세권(도보 10분 내로 지하철역까지 갈 수 있는 구역)에 있는지' 여부다. 지하철역이 가깝지 않다면 지하철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라도 있어야 한다.

견본주택만 가봐도 알 수 있다.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어떤 철도가 계획돼 있는지, 여의도ㆍ강남을 비롯한 서울 주요 업무지구까지 가는 덴 얼마나 걸리는지 등을 벽 하나에 커다랗게 그려놓고 홍보한다. 교통은 그만큼 삶의 질과 연계가 크다는 거다.

혹자는 '서울에서 지하철에 근접하지 않은 지역이 어디 있는가'라고 물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강 북쪽에 있는 강북권역의 지하철역 배치 수준은 강남권역보다 크게 떨어진다.

서울에 있는 지하철역은 308개(환승역은 1개로 계산). 강북권역 154개, 강남권역 154개역로 개수는 동일하다. 하지만 자치구로 구분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강북권역의 자치구는 강북구부터 중랑구까지 모두 14개다. 강남권역은 강남구부터 영등포구까지 11개가 있다. 자치구별로 단순 계산해보면, 강남권역(평균 14개)의 지하철역이 강북권(평균 11개)보다 더 많은 셈이다.

이런 현황은 기초자치단체의 가장 작은 단위 '행정동'의 역세권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행정동 중 역세권이 아닌 곳은 강북권역에 더 많았다. 서울시(2020년)에 따르면 강북권역 14개 자치구 중 6개구의 '역세권 아닌 행정동'은 40~80%에 달했다.

강남권역은 어땠을까. 강남권역의 자치구 11개구 중 5개구는 한 행정동에 지하철역이 3개 이상인 경우가 평균보다 많았다. 특히 지하철역이 3개 이상인 103개 행정동 중 34개동이 강남 3구에 밀집해 있었다. 이런 통계는 서울 내 교통 격차 해소를 위해서라도 강북권역에 전철을 확충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 격차를 메우기 위해 추진한 노선이 있다. 강북횡단선(그림①)이다. 서울 전철 중 동서지역을 연결하는 노선은 1호선 북쪽으론 없다. 1호선 아래로는 2호선ㆍ5호선 등이 있지만 1호선 위로 올라가면 대부분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어질 뿐 동쪽과 서쪽은 맞닿지 않는다. 북한산이 가로막고 있어서다.

그래서 청량리역에서 상명대학교까지 가려면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해 시청역에서 내린 후 다시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자동차로 30분 거리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이 족히 걸린다.

이같은 간극을 채우기 위해 계획된 강북횡단선은 총 19개역(그림①)으로 구성됐다. 동대문구 청량리역에서 시작해 홍릉, 월곡, 길음을 거쳐 국민대입구, 종로구 평창동, 상명대, 홍제, 서대문구청, 가재울 뉴타운, 디지털미디어시티, 그리고 양천구 목동으로 이어진다. 강북횡단선이 실제로 만들어지면 서울 동쪽과 서쪽을 연결하는 노선 중에서 유일하게 북쪽으로 뚫리는 셈인데, 이것만으로 교통 체증을 완화해줄 수 있다.

하지만 현실화가 쉽지 않다.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조사에서 한차례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교통망을 확충할 때 사용하는 사업 방식은 크게 민간자본(민자) 사업과 재정사업 두가지다. 민자사업은 사업권을 민간기업에 주고 운영도 기업에 맡긴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이 대표적이다.

기업이 운영하기 때문에 적자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교통 요금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재정 사업은 명칭에서 보듯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서 진행하는 것이다. 예상 공사비만 2조원대에 이르는 강북횡단선은 재정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서울시가 사업을 진행한다면 서울시의 시비市費에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덧붙여야 한다.

실제로 서울시는 2023년 예타 조사를 신청했다. 예타 통과를 위해 정류장 규모를 축소하거나 급행열차 운행을 포기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강북횡단선의 비용편익분석(B/C) 점수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강북횡단선 사업은 이듬해 6월 예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경제성을 인정받지 못한 셈인데, 강북횡단선은 이로 인해 '딜레마'에 놓였다. 일단 같은 계획으론 예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플랜 자체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경제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류장을 바꾸면 '교통 격차 완화'란 애초의 추진 목적이 무너진다.

이런 상황에서 강북횡단선 사업을 진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하나다. 예타 조사에 '지역균형기준' 항목을 다시 만드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2019년 행정규칙을 개정해 '예타 조사 수행총괄지침'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평가 기준을 변경했다.

그중 수도권에선 '지역균형발전지표'를 제외하고 경제성과 정책성만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서울 내 교통격차 해소란 목적을 갖고 있는 강북횡단선이 예타를 통과하려면 기재부가 행정규칙을 개정해 '지역균형발전지표'를 다시 평가 항목에 넣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상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기재부는 지난 7월 30일 예타 운용지침을 개정하면서 수도권 사업의 경우 경제성의 비중을 최대 10%포인트 낮추고 정책성을 10%포인트 높였다.

강북횡단선 추진을 위해서는 지역균형발전지표가 다시 예비타당성 평가 기준으로 제시돼야 한다. [사진 | 뉴시스]

아울러 '수도권 내 기초지자체 간 균형발전 제고 효과 반영'이란 문구도 넣었다. 하지만 비수도권에서 가점을 주는 '지역균형발전 평가 기준'은 아쉽게도 빠졌다. 장재민 단국대(도시계획ㆍ부동산학) 교수는 "2025년 초 서울시가 기재부에 건의한 내용엔 '지역 균형 관련 기준'은 없었다"면서 "서울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기획재정부가 행정지침을 바꾸는 데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등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서울시 정책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이 KDI에 지표 개선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명했지만, 지역균형발전 점수가 예타에 다시 들어가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그때까지 강북횡단선 사업은 미뤄질 수밖에 없어서다. 서울 내 교통격차를 해소할 강북횡단선은 언제쯤 만들어질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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