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톱’ 美 배터리 공장 피해 눈덩이…하루 손실 33억원

박한나 2025. 9. 1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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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HL·GA 배터리회사)에서 구금된 한국인 300여명을 태운 전세기가 15시간이 넘는 비행을 거쳐 한국시간 11일 오전 3시 30분에 도착한다.

하지만 인력 공백으로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건설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수조원대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근본적 해결책인 비자 제도의 개선 없이는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배터리·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전세기 KE2901편은 이날 오전 10시21분 인천공항에서 이륙해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으로 출발했다. 해당 전세기는 총 368석 규모의 B747-8i 기종으로 구금된 한국인 300여명을 한 번에 태울 수 있다.

구금된 이들은 조지아주 남부 포크스톤에 위치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서 일단 버스로 이동할 예정이다. 구금시설에서 공항까지는 약 4시간 30분(428㎞) 거리다.

귀국편은 당초 현지시간 10일 오후 2시30분(한국시간 11일 오전 3시30분)에 애틀랜타 공항에서 출발해 한국시간으로 11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변경됐다.

외교부 측은 "조지아 주에 구금된 우리 국민들의 현지 시간 10일 출발은 미측 사정으로 어렵게 됐다"며 "가급적 조속한 출발을 위하여 미측과 협의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틀랜타에서 인천까지는 직항으로 15시간 30분이 걸린다. 300여명 중 대부분이 자진출국 형태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기에는 현지 공장에서 한국인들과 함께 구금된 일본인 3명도 한국인과 함께 전세기에 동승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귀국 이후다.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서 300여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불법체류자로 단속된 사태 이후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의 현지 공장 건설 작업이 사실상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추가 단속을 우려해 불가피한 미국 출장을 중단하거나, 현재 출장자를 서둘러 귀국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L-1 비자를 받은 주재원과 현지 인력이 최소한의 관리 업무를 이어가고 있으나, 공정 진척은 사실상 어려운 형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현재 미국에서 HL·GA 공장을 비롯해 애리조나주 퀸크릭, 미시간주 랜싱, 오하이오 파예트카운티 등에서 4개 지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온은 조지아주, 켄터키주, 테네시주 등의 공장 건설은 마무리했으나, 장비 관련 기술 인력의 미국 입국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실제 공장 가동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연간 50GWh급 배터리 생산시설에서 하루 생산이 멈출 경우 손실액은 약 400만달러(55억원)에 달한다. 이를 30GWh 규모의 HL·GA 공장에 적용하면 하루 피해만 33억원으로 계산된다. 여기에 금융비와 고정비 부담, 고객사 신뢰 하락까지 고려하면 피해는 더 확대될 수 있다.

근본 문제는 비자다. 한국 정부는 10년 넘게 취업 비자(E-4) 쿼터 신설을 요구했으나 관련 법안은 미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상용 비자인 B-1 비자의 명확한 적용 방침을 정해달라는 요구도 미국 내 반이민 정서에 비춰볼 때 논의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첨단 배터리 장비는 대부분 한국이나 일본산이어서 미국 현지 직원을 뽑아 이를 관리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 이번 단속에서 체포된 인력 대부분은 장비 설치와 인테리어 작업을 담당한 한국과 일본 기술자들이었다.

이번 HL·GA 공장에서 구금된 인원 중 LG에너지솔루션 직원 47명과 일본인 3명 모두 배터리 장비 담당 인력이었다. 한국인 66명을 포함한 현대엔지니어링 협력사 직원 156명은 공장 내부 인테리어 작업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 직원의 미국 파견을 위한 조건으로 현지 인력에 대한 훈련을 내건 바 있어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비자 절차 개선이 마무리되면 대체 인력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비자 발급과 인력 충원까지 고려하면 공정 재개에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인 인력만으로는 장비 설치가 불가능하다"며 "한국 인력 파견 없이는 공정이 진행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비자 관련한 정확한 가이드라인과 절차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구금된 한국인들을 태울 대한항공 전세기가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계류장에서 이륙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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