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 불출석’ 통일교, 전세계 관계자 긴급 소집...“총재 비서실장 책임” 내부 시끌
교단, 지난 8일 긴급 소집 공문 발송...10일부터 13일간 특별 기도 등
내부선 “총재 판단 대신한 비서실장이 특검 정국 책임져야”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청탁과 20대 대통령선거 자금 지원 등 여러 의혹의 중심에 놓인 종교단체 통일교가 한학자 총재의 소환조사 직전 전세계 교단 관계자들을 긴급 소집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세를 과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총재는 지난 8일에 이어 11일에도 소환조사에 불출석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교단 내부에서는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함께 청탁 사건에 연루된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구속 기소)뿐 아니라 총재 비서실장을 지낸 정원주 천무원 부원장의 혐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舊통일교, 이하 가정연합) 세계선교본부는 지난 8일 주요 간부급인 대륙회장 등을 대상으로 '새 시대 새 역사 출발을 위한 천일국 지도자 특별정성 실시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내용은 10일부터 22일까지 13일간 특별기도를 한다는 것이다. 목적은 "화목과 화평을 중심한 새 시대 새 역사 출발 결의 및 정성"이다. 장소는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수련원으로, 전 세계 천일국 지도자가 대상이라고 공문에 적혀 있다. 한국과 일본 외 해외에 있는 대륙회장과 교구장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개회식은 10일 저녁 7시30분부터 실시된다.
이는 특검팀이 당초 통보한 한 총재의 소환조사 전날이다. 특검팀은 앞서 한 총재에게 8일 사무실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알렸지만 한 총재 측은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후 특검팀은 재차 11일 나오라고 출석을 통보했다. 그러나 한 총재 측은 10일 오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가정연합 측은 이날 오전 통화에서 "한 총재가 워낙 고령인 데다 병원에 입원 중이기 때문에 (출석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한 총재 측에 오는 15일 오전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상태다. 특검팀은 한 총재를 공개 소환하는 등 다른 공적 인물과 마찬가지로 소환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총재는 지난 3일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뒤 심장 시술을 받고 5일 재단 소유 병원으로 이동해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환조사가 예정됐던 11일에는 아산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한 총재가 특검팀의 출석 요구에 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이 청구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출석 요구에 세 번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한다.
이에 대해 가정연합 측은 시사저널에 "(한 총재는) 특검 측에 건강이 회복되는 즉시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말씀 드렸다. 건강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조사에 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에 따라 한학자 총재가 오는 15일 특검에 출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정연합은 특검 정국에서 20대 대선 자금 지원 등 여러 의혹의 중심에 놓였다.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달 29일 김 여사를 구속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한 총재 결단에 따라 (세계본부장을 지낸) 윤영호씨가 통일교의 인적·물적 자원을 이용해 윤 전 대통령 선거를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명시했다. 김 여사는 2022년 4~7월 전성배씨를 통해 받은 윤씨의 선물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하고,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교단 측의 측면 지원 관련 "한 총재의 승인하에 통일교 조직, 재정을 이용해 윤 전 대통령과 그 주변 정치인들의 정치활동 및 선거운동을 지속해서 지원했다"고 공소장에 기재됐다. 윤씨는 2022년 1월5일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등을 제공했고, 권 의원은 2022년 2월8일 경기도 가평군 소재 교단 건물을 방문해 윤 전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을 돕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권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부인했다. 가정연합 측도 윤씨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라며 교단과의 관련성에 대해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재정 및 회계 담당자, 전 총재 비서실장 등 교단 주요 관계자들이 연이어 특검 조사를 받아 왔다. 결국 가정연합 총재까지 소환장을 받게 되자 교단 내부에서는 한 총재가 아니라 재정 및 인사 등 여러 결정에 관여한 총재 비서실장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연합 원로 그룹인 국가메시아협의회(185개국) 대표는 9일 성명서에서 "현 특검사태의 대내외 모든 책임은 정원주(전 총재 비서실장·천무원 부원장)가 져야 한다"며 "현재 문제의 장본인으로 정원주 실장-윤영호 본부장 체제를 구축하여 10년간이나 통일가를 전횡했다"고 주장했다. 또 "한학자 총재님의 비서실장, 천무원의 부원장 지위로 2인자 행세를 했다"며 정 전 실장이 한 총재를 대신해 사실상 인사와 재정 등을 좌지우지했다며 특검 정국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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