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체포된 韓 기업인… 일본은 직원 파견 비교적 원활
미국 이민당국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단속 사태가 협상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미국에서 한국보다 더 큰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일본은 단속 화살을 피했다. 일본 기업들은 전자여행허가(ESTA)나 상용(B-1) 비자가 아닌, 미국 현지 법인을 통해 주재원(E·L) 비자를 발급받아 비교적 합법적인 형태로 미국에 입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국내 로펌의 일본·미국 변호사 설명을 종합하면 일본 기업은 직원들의 미국 입국 시 주재원 비자를 활용한다. 한국보다 먼저 미국 법인을 세운 곳이 많아 주재원 비자 발급률이 높다고 한다. 주재원 비자는 일반(L-1)·무역(E-1)·투자(E-2)로 나뉘는데, 일본 기업은 대부분 E-2 비자를 받는다. 일본 완성차 기업 도요타는 지난 1957년 캘리포니아주에 미국 법인을 설립했고, 1990년대부터 미국 투자를 확대해 왔다.

대다수 일본 기업은 미국에 공장을 지을 때 사업 규모가 큰 협력업체와 함께 건설하는 방식을 택한다. 국내의 한 미국 변호사는 “일본 기업은 한국만큼 협력업체를 쓰지 않는다. 협력업체와 계약하더라도 비자 발급 수단이 확보된 업체를 선택하는 기류가 강하다”고 했다.
반면 국내 기업은 소통과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해 국내 협력업체를 선호한다. 이 협력업체들은 미국 내에 법인을 세울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없어 미국인 고용 실적도 적다.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단속에서 협력업체 직원들이 많이 체포·구금된 이유다.

이정우 율촌 변호사는 “국내 협력업체들은 수주한 업무를 처리한 뒤 미국에 있을 이유가 없지만, 일본 기업의 협력업체들은 한국 업체보다 규모가 크고 미국에서 기업 활동을 유지하는 곳들이 있어 비자 발급이 상대적으로 원활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기업은 법률 자문에 많은 비용을 쓴다. 현지 법인 설립도 돈이 많이 들지만 그만큼 안전한 셈”이라고 했다.
리스크(위험)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일본 기업의 문화도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는 ESTA로 장기 체류하는 출장을 사내 지침으로 금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파견 경력이 있는 국내 로펌의 한 미국 변호사는 “일본 기업의 주재원들은 회사 지침으로 해외에서 운전도 직접 못하게 한다. 그만큼 사소한 것도 조심하면서 깐깐하게 리스크를 관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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